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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욕망의 충돌과 분출,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 <젓가락여자> [한국 대표 소설 읽기] "예리한 바늘이 정곡을 찔러 육체에 음산하고 정교한 수를 놓으며 살 속에서 맴돌던 언어를 해방시킨다" 소설가 천운영이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로 당선되었을 당시의 심사평이다. 소설을 읽는 다양한 이유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재미'와 '감동'이다. 이 둘만 있으면 그 소설은 나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이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재미'를 고르겠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시선이 바뀌었는데, '감동'조차도 큰 틀에서 '재미'의 요소 중 하나로 편입되었다. 이 둘은 더 이상 동등한 입장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보고 흔히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더보기
<소림축구> 10년 넘게 이어지는 주성치 코미디의 완벽한 계보 [오래된 리뷰] 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년 여 앞둔 2001년 언제 즈음. 친구가 기가 막힌 영화가 있다며 꼭 보라고 말한다. 자기는 족히 7번은 계속 돌려 봤다고 한다. 글쎄.. 그 어떤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리 많이 돌려 볼 수 있겠는가? 아무렴 당시에는 영화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바, 기회를 져버리고 말았다. 주성치를 영접할 기회를 말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때, 우연히 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예전에 친구가 꼭 보라고 소개해 준 그 영화를. 제목은 참으로 정감이 가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딱히 믿음은 안 간다. 가 뭔가 말인가. 이 영화를 을 보고 난 후 접하게 되었는데, 흔히 을 주성치의 정점이라고 말하고 는 주성치의 한계라고 말한다. 또 는 헛점이 많은 영화라고.. 더보기
<터미널>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의 재회, 그 결과는? [오래된 리뷰] 해외 여행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국제 미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연고지 하나 없는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비행기를 놓친 상황에서 수중에 돈은 없고 카드도 없고 핸드폰 배터리까지 나가버린 상황이라면? 결정적으로 어딘지 모를 그곳에서는 우리나라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 (물론 어떻게 해서든 집과 연락이 되어서 도움을 청하면 지금 시대에서 불가능한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럴 때의 당황스러움, 불안감,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게 '공항'은 이런 부정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곳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 행복한 긴장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헤어짐과 떠남이.. 더보기
<어바웃 타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리뷰] 50세의 나이로 교수 자리에서 은퇴해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버지, 무뚝뚝하고 진지하기만 하지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어머니, 항상 반듯한 정장 차림이지만 뜬금없고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수시로 하는 삼촌, 말괄량이다 못해 너무나도 천방지축인 여동생, 그리고 키는 멀대 같이 크고 말랐으며 모태솔로에 지극히 보통인 그런데 어딘지 찌질한 면이 있는 나. 내가 21살이 되어 성년으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아버지가 따로 보자고 하신다. 그리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성년이 된 나에게 덕담을 곁들인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 거겠지? 그런데 아버지의 말씀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우리 가문 남자들은 성년이 되면서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데, 바로 ‘시간 여행.. 더보기
<더 볼> 인간에게 놀이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서평] 20여 년 전 어릴 때 작성했던 일기를 들춰보고 있노라면, 참 다양한 놀이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에야 놀이가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당시는 몸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소꿉놀이, 인형놀이, 블루마블, 체스, 오목 등의 실내 놀이에서부터 술래잡기, 숨바꼭질, 달리기, 팽이치기 등의 실외놀이까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왜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마냥 재미있어서라고 할까? 그 중에서도 나는 공으로 하는 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수많은 공놀이가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농구, 축구, 야구(발야구도), 피구. 그리고 테니스공을 이용한 캐치볼 정도. 동그란 공을 쫓아 이리저리 달리다.. 더보기
<더 테러 라이브>의 끝에는 '슬픔'이 있었다 [리뷰] 욕망이 맞부딪히는 지금을 보여준 "지금…,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이 한 마디로 악몽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어느 불만에 찬 시청자의 장난 전화이겠거니 생각하며 터뜨려보라고 맞받아쳤더니 진짜로 폭파해버렸다. 그것도 방송국 근처에 있는 마포대교를. 만약 그곳이 다른 어딘가였다면,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테러범의 노림수였을까. 과거 '국민 앵커'라 불리면서 마감 뉴스만 5년 연속으로 진행했던 윤영화가 라디오로 밀려나 재기를 노린다는 것을 테러범이 알고 있었던 것일까. 윤영화는 이 테러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생방송을 결심한다. 그러며 과거 그를 물 먹였던 차대은 국장(이경영 분)과 같이 시청률 대박을 노리고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숨..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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