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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사라질 이름을 복원한 위대하고 위험한 거짓말 <페르시아어 수업>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프랑스, 젊은 남성 유대인 질은 트럭 뒷칸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옆 남자가 페르시아어로 된 책을 줄 테니 샌드위치를 주라고 한다. 그렇게 페르시아어 책을 챙긴 질은 처형장에서 모두가 총살당하는 와중에 자신은 유대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이라고 하여 살아난다. 천우신조로 수용소의 친위대 대위 중대장 코흐가 페르시아어를 배우고자 페르시아인을 찾는다고 했다. 코흐 대위 앞으로 끌려가는 질, 그는 자신을 레자 준이라고 속이고는 그 자리에서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 낸다. 코흐는 반신반의하지만 질은 순발력 있게 대처해 살아나 주방에서 일하며 배식하고 일과 후에 시간을 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기로 한다. 매일 4개씩 단어를 가르쳐서 전쟁이 .. 더보기
'아무렇게나 잊혀도 무방한 이름은 없다'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편집자가 독자에게] 작년 말에 출판사를 옮기고 가장 빠르게 해야 했던 일이 기획·계약·원고였습니다. 경제경영이 주력 분야인 출판사에서 저는 인문·역사·에세이를 맡게 되었는데,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죠. 이쪽으론 진행된 원고가 거의 없었기에 경제경영 책을 만들며 기획도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경제경영 책을 만든 지 오래라서 부담감이 상당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연재물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기획과 어느 정도의 원고가 이미 나와 있으니, 계약하고 진행하면 책이 빠르게 나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행본 출간에 최종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질 좋고 단행본에도 안성맞춤인 연재물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눈여겨 봐온 사이트가 떠올랐습.. 더보기
탐욕으로 파멸한,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던 구찌 <하우스 오브 구찌> [신작 영화 리뷰] 리들리 스콧, 영국 출신의 명실공히 영화계 역사에 뚜렷이 남을 세계적인 대감독이다. 1977년 첫 장편 연출 데뷔 후 등 40여 년 동안 시대를 대표할 만한 영화들을 꾸준히 내놓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틴 스콜세지,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더불어 2020년대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노장 감독이다. 하지만 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크게 날아오르고 으로 더 큰 흥행을 차지한 걸 제외하면, 흥행과 수상 면에서 생각보다 큰 업적을 내놓진 못했다. 종종 그의 네임벨류에 걸맞지 않은 범작과 졸작을 내놓기도 하거니와 그의 작품들이 대체로 2시간을 훌쩍 넘는 긴 러닝타임을 지니고 있다는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하반기에 연달아 찾아온 두 작품도 마찬가지다. 152분, 가 158분이었다. 앞엣.. 더보기
[채근담] 인간이 가장 고귀한 이유 [채근담] 인간이 가장 고귀한 이유 도덕에 살고 도덕에 죽는 사람은 비록 씁쓸한 생애를 보내기 쉬우나 그것은 한때에 불과하고 권세에 붙좇아 아부하는 사람은 한생전 영화를 누릴 수 있겠지만 죽은 뒤엔 아무도 그를 생각하는 이 없으리니 만고에 처량하다.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눈앞의 부귀영화에는 아랑곳없이 오직 영구한 도덕에 뜻을 모으며 죽은 뒤의 이름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러므로 차라리 깨끗한 이름을 위하여 말없이 도덕을 지키며 한때의 씁쓸한 생애를 보낼 망정 권세에 아부하다가 이름을 더럽히어 만고에 처량한 신세가 되는 일은 결코 용납하지 아니한다. 도덕에 몸담아 지켜나가는 사람은 한때에 적막하고, 권세에 의지하여 아부하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하다. 통달한 사람은 물 밖의 물을 보고 몸 뒤의 몸을 생..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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