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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따로 또 같이 삶을 헤쳐나가는 가족, 공동체의 연대 목소리 <조금씩, 천천히 안녕> [신작 영화 리뷰] '가족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건 정말 어렵다. 특히, 가족의 중요성이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는 동양에선 더욱 그렇다. 공통적으로,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의 큰 일로 인해 가족이 다시 모이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절 생기며 결국 남는 건 가족밖에 없다는 식으로 끝난다. 다만,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양의 가족영화는 각국마다 특징이 있다. 결합 상태에서의 해체 후 재결합, 해체 상태에서의 결합, 해체와 결합이라는 상태의 고찰 등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너무 신파적이고, 일본은 너무 정석적이며, 중국이나 대만이 가장 볼 만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동양적 가족영화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뭐라 규정짓기 힘든, 굳이 말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식 가족영화.. 더보기
주저 앉은 찬실이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이들의 위로와 용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신작 영화 리뷰] 2019년은 한국 독립영화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해외 수많은 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고 뒤늦게 한국에 상륙해 신드롬급 관심을 얻어 흥행까지 이어진 를 비롯 까지.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까지 갖춘 독립영화들이 이어졌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출중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따라와 주지 않은 대다수 작품들이 존재했지만 말이다. 하여, 2020년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진정한 부흥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영화계 전체가 주저앉았다. 큰 영화도 버티지 못하는 마당에 작은 영화는 설 자리가 없었다. 와중에 용감하게 무모하게 혹은 전략적으로 개봉을 밀어부친 한국 독립영화들이 몇몇 있다. 등이 2~3월에 개봉을 강행했지만, 득을 보지 못했다. 그리.. 더보기
인간답게 살고자 필요한 인간다운 정의란 무엇인가 <사라진 소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0년 5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오크 해변에서 섀넌 길버트가 홀연 자취를 감춘다. 당일, 엄마 메리 길버트는 섀넌과 통화하고 다음 날 놀러온다는 딸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메리는 남편 없이 홀로 공사장과 술집에서 일하며 다른 두 딸 셰리, 사라를 부양하고 있다. 막내 사라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심한 조울증을 앓았다. 셰리는 잘 버티고 있었지만 엄마의 사랑이 필요했다. 메리는 놀러온다는 딸은 오지 않고 며칠이 지나는 동안 연락도 받지 않자 찾아 나선다. 그녀는 딸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잘 알았던 듯 남자친구와 기사를 찾아 묻는다. 하지만 그들은 섀넌이 무작정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오히려 메리에게 추궁한다. 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냐고, 그냥 돈만 쳐 .. 더보기
춥디 추운 바람을 이겨내는 여성들의 연대 <영하의 바람> [신작 리뷰] 12세 소녀 영하, 엄마 은숙이 집에 새 남자를 들이며 버림 받아 친아빠한테로 보내진다. 하지만 친아빠가 은숙의 돈을 빼돌려 도망가 버리자 영하는 다시 한 번 버려진다. 오갈 데 없어진 영하는 영하로 떨어진 겨울의 모진 추위 속에서 하염없이 떨며,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영하는 태어난 죄밖에 없다. 15세 소녀 영하, 엄마 은숙과 결혼하진 않은 새아빠 영진과 함께 산다. 그녀에겐 오랜 절친이자 외가 사촌 미진이 있다. 하지만, 뚱뚱해서일까 미진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평범한 학교 생활을 보내는 영하는 학교 밖에서는 미진과 잘 지내고 학교 안에서는 멀리서나마 미진을 챙긴다. 어느 날, 미진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그러며 미.. 더보기
환상적인 오락 세계, '나쁜'놈과 '틀린'놈 <주먹왕 랄프> [오래된 리뷰] 지금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하 "디즈니 애니")의 만듦새와 평가, 인기와 흥행이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 과거 2~3번의 침체기를 겪었던 디즈니 애니는 10년 전 부터 다시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기, 2006년에 월트 디즈니와 한 가족이 된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은 승승장구 으로 이어지는 흥행과 비평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012년 디즈니 애니는 굉장히 '픽사'스러운 를 내보이면 같은 해에 픽사가 내보인 굉장히 '디즈니'스러운 와 비교당한다. 결과는 흥행에선 의 소소한 승, 비평에선 의 앞승. 이후 디즈니 애니는 로 이어지는 최전성기를 보낸다. 물론 픽사는 이전과 비교해 부침이 있었지만 와 같은 명작을 내놓았다. 착한놈.. 더보기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사랑과 연대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더불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다. 그는 명성에 비해 많은 영화를 연출하진 않았는데, 대표작 등으로 그만의 공고한 판타지적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밀접하게 또는 현실의 이면을 그려내어 비평적으로 많은 찬사와 함께 대중적으로는 마니아층을 공고히 했다. 그는 2008년 이후 5년 여 동안 연출이 아닌 주로 제작에 전념했는데, 이후 시리즈의 각본을 책임지고는 다시 연출에 살짝 발을 담군 모양새다. 굳이 언급하지 않고 필모만 훑어도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은, 이번에 작심하고 제작 원안, 각본 연출을 모두 섭렵한 으로 다시 한 번 만개했다. 는 제7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사자상, 제75회 글든글러브 2.. 더보기
현대사회 악과 싸운 연대 투쟁의 희망 <내일을 위한 시간> [오래된 리뷰] 다르덴 형제의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 2010년대까지도 칸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팀)이라 할 수 있는 다르덴 형제. 로 황금종려상을, 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로 심사위원특별상과 남우주연상을, 으로 각본상을 탔다. 그야말로 자타공인 명백한 거장이다. 영화제가 사랑하는 그들의 작품은 예술성보다 현실성에서 기인한다. 그 현실성엔 지극히 현대적인 불안이 내재되어 있는데, 그들은 그 불안에 천착한다. 그 불안이야말로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대체로 짧고 굵은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이, 겉치레 없이, 미사여구 없이 다큐멘터리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2014년작 은 다르덴 형제의 명성에 걸맞는 수상 실적을 내진 못했지만, 그들의 원숙하고 완성된 스타일의 면모를 가장 잘 내보.. 더보기
빈 손으로 다시 모여 다시 시작해보자 <컴, 투게더> [리뷰] 오랜만에 한국 독립영화를 본다. 세상을 보는 온전한 하나의 눈, 상대적으로나마 누군가의 입맛에 종속되거나 손질되지 않은 날것의 묘미, 그 안에서 일관된 무엇을 발견할 때의 희열, 모두들 거기가 문제라고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자 하지만 결국 보여지는 건 다르게 손질되고 마는구나 생각할 때의 씁쓸함. 나는 그런 독립영화를 사랑한다. 일찍이 그 맛을 알아 독립영화의 맥을 짚어 보려 노력했고 그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골라 소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전보다 저조했다. 독립영화 자체가 저조했던 건지, 나의 관심과 반응이 저조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2월에 정도를 소개했을 뿐이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신작 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저조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문으로 위로해본다. 그럼에도, 올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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