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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이토록 특별하고 독보적인 성장 드라마 <신의 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70년생으로 어느덧 50 줄에 접어든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그는 2000년대 이후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군들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 미국·영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휩쓸어 버린 가 대표작이라 할 만한다. 영화를 내놓았다 하면 거의 어김없이 칸 영화제에서 부르니, '칸의 아들'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경쟁 부문에 그의 영화를 초청해선 상까지 줬다. 자그마치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그리고 신인배우상)을 말이다. 쉽게 말하면, 베니스 영화제 2등상(감독상과 더불어)을 수상한 것이다. 그가 이탈리아 나폴리 태생인 점으로 미뤄 봤을 때, 이탈.. 더보기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이들을 위하여 <정말 먼 곳> [신작 영화 리뷰] 강원도 화천, 진우는 어린 딸 설이와 함께 양떼 목장에서 일을 도우며 서식하고 있다. 그곳은 중만의 목장으로, 그는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명자와 아직 시집 가지 않은 딸 문경과 함께 산다. 설이는 주로 명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문경은 두루두루 보살핀다. 어느 날 진우 앞에 두 명의 지인이 각각 찾아온다. 이후 그의 삶이 소용돌이친다. 한 명은 친구 현민이다. 시인인 그는 진우처럼 복잡한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치려 한다. 진우와 함께 지내기로 한 듯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연인 사이. 진우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쳐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 이유 중 현민도 있었을 테고, 현민도 이곳에 온 이유가 다르지 않았을 테다. 다른 한 명은 이란성 .. 더보기
까치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 <펭귄 블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호주의 블룸 가족, 아빠 캐머런 블룸과 엄마 샘 블룸과 큰아들 노아 그리고 두 작은아들까지 거의 모든 게 완벽했던 그들은 2013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괜찮았던 태국 여행, 하지만 한순간에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관광지 옥상에서 난간에 기대 있던 샘 블룸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T6라고 부르는 등 한복판 척추를 다쳐 그 아래로 마비가 되어 쓸 수 없게 되었다. 호주로 돌아와 일상을 영위하는 가족, 1년이 지났건만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전 활동적이기 그지 없었던 샘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으며,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아가 해변에서 위기에 처한 새끼 까치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 더보기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의 어둠을 응시하다 <그녀의 조각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출산이 임박한 부부 마사와 숀,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조산사와 함께 아기를 낳기로 한다. 마사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다리를 만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숀은 아기를 볼 설렘에 들떠 있다. 마사의 엄마는 선물로 부부에게 근사한 한 대를 사 줬다. 숀의 말에 가시가 돋힌 걸로 보아 평소에 그리 사이가 좋진 않아 보이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게 잘 봉합될 터였다. 마사와 숀이 함께 있던 저녁, 양수가 터지고 마사로선 믿을 수 없게 아픈 시간이 시작된다. 조산사 바버라한테 연락하지만, 그녀는 다른 산모의 아기를 받는 중이라 올 수 없다. 하여 다른 조산사 에바가 온다. 부부를 진정시키고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를 한다. 정상이다. 이후, 출산이 처음인 부부로선 어리둥.. 더보기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한 유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자기 앞의 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의 소설, 관련하여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변호사 연수를 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공군 대위로 참전했으며,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소설을 남겨 42살 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해 스타로 떠오른 '로맹 가리'. 20여 년이 지나며 비평가들은 그를 두고 한 물 갔다고 했는데, 그는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며 압박을 피하려 했다. 그러던 61살이 되던 1975년에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이다. 에밀 아자르 즉, 로맹 가리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공쿠르 아카데미 측에서 밀어붙였다.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가 두 번 이상 수상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당시 '에밀 아자.. 더보기
어느 난임 부부가 유쾌하게 전하는 아픔 이야기 <분노의 난임일기> [신작 도서 인터뷰] 취업도, 집 장만도, 연애도, 결혼도, 임신도 하지 않는 세대, N포 세대가 이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아진 지 오래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드러내놓고 말을 하기 어려워졌다. 자칫 잘난 체한다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중에 난임 인구가 20만이라는 기사들을 보았다. 반면 신생아수는 30만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나라와 사회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한 수치이지만, 임신을 강요해서도 안 되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 4년간의 ‘난임 투쟁’을 겪고 무거운 주제임에도 웹툰으로 유쾌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 낸 책이 있다. 난임 인구가 적지 않음에도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나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 .. 더보기
멈춰버린 시간을 사는 일상이란 <한강에게> [모모 큐레이터'S PICK] 진아(강진아 분)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녀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술도 마시고, 합평회나 낭독회에도 나가 자리를 빛낸다. 하지만, 왜인지 잘 타던 자전거를 팔아버린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녀에겐 10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 길우(강길우 분)가 있었다. 하필 그와 크게 싸우던 나날이 이어질 때 그에게 사고가 났다. 결과는 의식불명, 진아는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자기 탓인 것만 같다. 매일, 매순간이 괴롭다.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백이면 백 그녀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묻는다, 괜찮냐고. 안 괜찮다고 할 수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는데, 사실 전혀 괜찮지 않다. 10년 동안 헤어질 거라 생각.. 더보기
자식 잃은 부부가 살아가려 한다 <래빗 홀> [오래된 리뷰] 조용하고 한적한 교외의 큰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베카(니콜 키드먼 분)와 하위(아론 에크하트 분). 하지만 그들에겐 불과 8개월 전 크나큰 일이 있었다. 네 살 된 아들 대니가 달려가는 개를 따라가다가 차에 치여 세상을 등진 것이다. 그들은 애써 밝은 척 괜찮은 척 하고 비슷한 일을 당한 부부들 모임에 나가 위안을 받으려 한다. 쉽지 않다. 아니, 너무 어렵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베카는 대니에 대한 흔적을 지워나가며 과거를 뒤로 한 채 나아가려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하위는 매일같이 대니의 살아생전 동영상을 보며 과거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차이 때문인지 그들 사이는 알게 모르게 점점 벌어진다. 문제만 일으키던 베카의 여동생이 임신을 해 남자친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