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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철학은 치료제로 작용해야 한다'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서평] '철학'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굳이 멀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마느 그 어떤 학문보다 우리와 먼 게 사실이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와중에도 철학은 그 고고함을 꺾지 않는다. 가까이 오라 손짓해도 선뜻 가까이 가지 못한다. 철학이 생겨난 고대, 철학은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곧 철학이었다는 것이다. 지혜 추구가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17~18세기 자본주의 형성과 시민사회 성립으로 근대가 시작되며 함께 등장한 근대 학문 하에서 철학은 삶에서 멀어졌다. 근대 철학자들은 학문과 기술과 경제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철학은 지금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지극한 '.. 더보기
미국이 가장 들추기 싫어할 모습,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문라이트> [리뷰]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 지상 최대 영화 '축제'인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2월 26일 미국 LA에서 열렸다. 언제나처럼 쟁쟁한 후보들을 앞세운 사전 마케팅이 활개를 쳤는데, 이번엔 싱겁게 끝나버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다름 아닌 때문인데, 일찍이 골든글러브 6관왕으로 역대 최다 수상을 하였고 아카데미에도 14개 노미네이트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바 싹쓸이가 예상되었었다. 제목 'la la land'도 아카데미의 성지 LA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아카데미를 위한 영화였으니. 하지만 고작(?) 6관왕에 그치고 말았다. 그것도 메인 상 중 감독상과 여우주연상만 탔다. 한편 8개 노미네이트 와 가 뒤를 따랐는데, 둘 중에는 가 압승을 거두었다. 수상 개수를 떠나, 가 작품.. 더보기
사라져가는 인간성,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가? <너무 시끄러운 고독> [서평] 삼십오 년째 폐지 속에서 살아가는 한탸. 폐지압축공인 그는 지하실에서 수많은 폐지에 둘러싸여 압축기 한 대와 씨름하며 고독하게 일한다. 엄청난 양의 교양을 뜻하지 않게 쌓아가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힘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신다. 덕분에 그는 매일매일 머릿속으로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그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으며 그 어느 누구하고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건 곧 행복이다. 그는 5년 후 압축기 한 대와 함께 은퇴해 집으로 가져와 하루에 한 꾸러미씩만 꾸릴 생각을 하고 있다. 그 한 꾸러미가 한 점의 예술작품이 되기를, 그 안에 그의 젊은 시절 품었던 모든 환상과 지식, 삼십오 년간 배운 것들을 모조리 담을 생각이다. 참으로 멋진 계획! 그 때문에 온갖 수모와 비정상적인 일의 .. 더보기
정교하지 못한 기교로 '아름다운 잔혹함'을 표현한다면? <네온 데몬> [리뷰] 예술성이 가미된 콘텐츠를 평할 때 전문가들이 '기교가 전부'라는 말을 하며 혹평을 주곤 한다. 엔간히 출중한 능력을 믿고 기본을 제대로 연마하지 않은 채 기교를 부리는 데에 따른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엔 괜찮다고 할지 모른다. 현란하고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머지 않아 밑천이 드러나고 말 것이다. 영화는 은근히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에 기교가 어쩌고 저쩌고 하기가 쉽지 않다. 노래처럼 한 번에 판단하기가 힘들다. 그런 만큼 영화에 대고 기교를 말하는 건, 대상이 되는 그 영화가 얼마나 기교에 힘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시종 일관 기교를 보여주려 애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 주연의 이 그런 경우다. 강렬하게 시작한 영화는 시종 일관 현란한 기교로.. 더보기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날을 기억하는 것,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 <소년이 온다> [지나간 책 다시 읽기] 5.18은 내게 결코 가깝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승복 기념관을 해마다 찾았고, 그 '투철한 반공정신' 때문에 희생된 이승복 어린이의 정신을 길이 새기며 치를 떨었다. 5.18은 저 멀리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승복 어린이와 일가족이 처참하게 죽어간 그 모습만 떠오를 뿐 그 이면의 정신과 사상이 떠오르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 폭력과 상처만 깊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5.18이 다가올 수 있었다. 5.18을 온전히 폭력과 상처의 입장으로 보아야 5.18은 상당 기간 논란거리였다. 지금도 그렇다.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와중에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이용해먹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곳엔 폭력과 상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더보기
"동성 간의 사랑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거라고." <캐롤> [리뷰] 1950년대 어느 날 미국, 한 남자가 레스토랑에 들어온다. 우연히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 여자는 어느 여자와 같이 앉아 있다. 여자는 남자와 맞은 편 여자를 서로 소개 시켜준다. 곧 맞은 편 여자가 일어나 가고, 남자가 곧 자리를 뜬다. 그 둘은 자리를 뜨며 여자의 어깨를 살짝 집었는데, 여자가 반응을 보인 건 맞은 편 여자의 손길이다. 여자도 자리를 뜬다. 차를 타고 가면서 회상에 빠져든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테레즈(루니 마라 분), 그 날도 어김없이 개점을 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한 여자 캐롤(케이트 블란쳇 분). 테레즈보다 족히 열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캐롤. 차림새는 전형적인 상류층의 그것이다. 캐롤을 바라보는 테레즈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그건 캐롤도 마.. 더보기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런 것인가 <바닷마을 다이어리> [리뷰] 20세기 일본 최고의 걸작 만화 . 큰 스케일과, 하드보일드적인 측면,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완벽한 캐릭터까지. 거장 요시다 아키미의 대표작이다. 필생의 대작은 한 편으로 족할 것을, 그는 21세기에 또 다른 걸작을 들고 왔다. 2006년부터 연재 중인 만화 . 이 작품은 2013 '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77년에 데뷔해 올해로 40년이 된 요시다 아키미의 그칠 줄 모르는 질주다. 그 질주는 또 다른 거장에 의해 다른 영역으로 옮겨진다. 또 다른 거장은 다름 아닌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감독이다. 1995년에 데뷔해 20년을 넘긴 그는 누구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감독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요시다 아키미의 팬을 자처하는 그는, 원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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