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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생각해달라"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10.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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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배우들의 굴욕 배역


대배우라 일컫는 이들이라면 대작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이치겠다. 유명세를 떨치고 돈과 명예를 얻으며 계속될 차기작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완벽한 영화는 존재하기 힘드니, 이왕이면 괜찮은 수준의 영화에 이왕이면 눈에 띄는 배역에 출연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건 한국&동양 영화이다. 


여기 영화 고르는 안목이 좋기로 소문난 배우가 있다. 필모를 전부 들여다보아도 크게 흠 잡을 영화가 거의 없다. 여기 영화 '캐릭터'의 귀재가 있다. 연기는 물론 잘하고 좋은 영화, 나쁜 영화에 두루두루 출연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맡은 배역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다. 여기 '세기의 배우'가 있다. 그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기억 저편을 아련하게 헤집는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필모에서 절대 지울 수 없지만 절대 지우고 싶은 영화가 있다. 많은 영화들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캐릭터를 연기한 그들이, '격'에 맞지 않은 굴욕 배역을 연기했다. 기억하기 싫은 걸 끄집어내려니 찾기도 쉽지 않고 괴롭지만, 반면교사로 삼는 셈 치고 앞으로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 



<협녀, 칼의 기억>의 '유백' 역 이병헌과 '월소' 역 전도연




'할리우드 스타' 이병헌과 '칸의 여왕' 전도연은 1999년 영화 <내 마음의 풍금>으로 함께 했다. 당시 이병헌은 아직 뜨기 전이었고, 전도연은 제1의 전성기였다. 그들은 16년 후 <협녀, 칼의 기억>으로 재회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최고의 배우들 자리에 오른 그들이기에, 최고의 영화여야만 했고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 자명했다. 


적어도 2015년 최고의 영화여야 했을 <협녀, 칼의 기억>은 당시는 물론 한국 역사상에서도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뽑는다. 눈 씻고 찾아야 흑역사 한두 편 겨우 보이는 이병헌과 전도연 두 배우에게 가장 큰 흑역사로 남을 영화가 된 것이다. 




100억짜리 영화가 50만 명도 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장이모우 감독의 무협 스타일을 따라하면서 <와호장룡> 느낌을 차용했지만 제대로 따라하지조차 못했으며, 억지 막장과 황당 결말 스토리로 한국 최고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도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전도연은 두 차례나 멜로 영화를 찍으며 서로 윈윈했던 좋은 기억 때문에 박흥식 감독의 첫 사극에 의리로 출연한 것일까? 이병헌은 전도연이라는 대배우와 16년 만에 재회해 영광을 함께 하려 출연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게 그나마 이병헌의 연기다. 전도연의 연기조차도 이 엄청난(?) 스토리와 액션에 묻혀버렸다. 그러하기에 더 이해할 수 없고 더 안타깝다. 이병헌은 그 좋은 연기력을 왜 이 영화에 써버렸고, 전도연은 그 좋은 연기력을 왜 이 영화에서 써보지도 못했나. <남한산성> 제작보고회 때 사회가 이병헌에게 말하길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정말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왔고 했는데, 이에 이병헌이 중간에 <협녀, 칼의 기억>도 있었다고 말했다는 슬픈 영화...



<은행나무 침대 2 - 단적비연수>의 '적' 역 설경구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설경구는 한국 영화계에 여러 가지 의미로 금자탑을 쌓았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 <오아시스>로 한국의 모든 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 역사상 길이 남을 영화들로 추앙받고 있다. 거기에 설경구가 주연 중의 주연으로 출연한 <실미도>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뿐이랴? 네 영화의 김영호, 강철중, 홍종두, 강인찬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철중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로 손꼽힌다. 그 사이사이 <송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광복절 특사>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단적비연수>가 왠 말이랴...




<은행나무 침대> 신드롬에 힘입어 강제규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대형 프로젝트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단, 적, 비, 연, 수로 캐스팅했다. 차례로 김석훈, 설경구, 최진실, 김윤진, 이미숙. 그들 모두의 흑역사일 테지만, 영화는 은근 흥행에 성공한 축에 속한다. 물론 손익분기점을 따진다면 성공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비슷한 느낌의 한국형 판타지/액션/멜로 <비천무>가 역대 최악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단적비연수>는 그보다 더 못한 평가를 받으며 그보다 훨씬 못한 영향력과 유명세를 발휘했고 발휘하는 중이다. 설경구로서는 수많은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영화판에서 물오른 연기력을 발휘했을 테지만 영화 고르는 안목이 연기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잘 나갔던 시기 바로 직전의 유일한 치명타였지만 그때의 설경구라면 이해가 간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무천도사' 역 주윤발




'드래곤볼' 네 글자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만화이자 가장 유명한 만화임에 분명하다. 일본에서 처음 나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마니아가 많고 여전히 후속작이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주윤발' 세 글자를 들어보지 않은 한국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1980~90년대 최고의 대스타, <와호장룡>이라는 불후의 명작에도 출연했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해 좋은 성적도 냈다.


드래곤볼과 주윤발이 만났다.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이다. 다만, 만들어진 시기가 2009년으로 언제적 드래곤볼이고 주윤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인 게 걸렸고 원작이 워낙 유명한 것도 걸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문제는 영화 그 자체. 그야말로 전 세계 영화 역사상 독보적인 흑역사다. 그런 영화에 주윤발이 주요 역으로 나오다니... 20세기폭스가 배급하고 주성치가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사실 주윤발이 이 영화에서 한 건 많지 않다. 다행히도(?) 그저 폼을 잡고 움직임을 가졌을 뿐이다. 물론 대사도 했고. 기자회견에서 말한 아내가 돈 벌어오라고 등 떠밀어서 출연했다는 획기적인 이유가 서글프다. 영화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아마추어 수준 이하의 아동용이라고 해도 욕 먹을 수준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원작 '드래곤볼'에 대한 이미지도 엄청나게 추락했을 것이다.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가 공식적으로 "이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생각해달라"라고 말할 정도로 치가 떨릴 만큼 형편없었는데, 주윤발이 2000년대 이후 영화 고르는 행태를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는 <와호장룡>으로 2000년대를 화려하게 열어젖힌 후, 바로 <방탄승>으로 이후 계속될 졸작 대열을 예고했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형편없는 영화에 출연하는 걸 많이 봐왔다. 아마 앞으로도 자주 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그런 영화에서 좋은 연기력을 선보여도 서글프고 막대기처럼 서 있어도 서글프다. 그들만의 이유로 출연하게 되었겠지만, 정작 그들은 개의치 않아 할지도 모르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바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좋은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좋은 배역이 얼마나 많이 기다리고 있는가? 가끔은 눈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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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배역, 단적비연수, 대배우, 드래곤볼 에볼루션, 설경구, 이병헌, 전도연, 주윤발, 협녀 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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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격동의 시대가 낳은 슬픈 몬스터

오래된 리뷰 2013. 11. 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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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박하사탕> ⓒ이스트필름


1999년 어느 봄날,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야유회 중인 일행들에게 걸어간다. 알고보니, 그 남자는 동창 야유회에 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초대받지 못했다. 아무도 그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그는 갑자기 깽판 수준의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망치려 한다. 그리고 갑자기 물 속으로 뛰어들더니 고성을 지르는 것이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윽고 남자는 철길 위에 올라가 고성을 지르기에 이른다. 역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때 나타난 기차. 점점 다가온다. 남자는 물러날 기색이 없다. 그제야 동창들은 하나 둘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남자는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외친다. "나 돌아갈래!"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기차가 철길을 되돌아 가듯, 그의 과거로 돌아가 본다. 그의 과거는 곧 한국이 겪어온 격동의 현대사였다. 


영화 <박하사탕>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가 영문 모를 괴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자살하는 장면. 가히 충격적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해볼 수 있는 건 "나 돌아갈래!"라는 단어이다. 그는 언제, 어디로, 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억울해서일까? 안타까워서일까? 아쉬워서일까?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아하니, 질적으로 다른 절박함이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과거를 따라가 그의 삶을 직시할 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위에서 보여준 첫 테이크를 필두로 총 7 테이크로 구성되어 있다. 역연대기순이다. 


<박하사탕>의 한 장면. "나 돌아갈래!" ⓒ이스트필름


내 인생 망쳐놓은 놈들


사흘 전, 남자 김영호(설경구 분)은 비내리는 바닷가에서 총을 구입해 자살하려 한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 상사의 차를 향해 총격을 가한다.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밤이 되자 그는 허름한 비닐하우스로 돌아온다. 그의 보금자리이다. 이혼으로 쫓겨난 듯 보인다. 그런데 누가 찾아온다. 남자는 그에게 일갈한다. 그가 돈 받으러 온 사람인 줄 알았던 것이다. 


"나, 마지막 돈 탈탈 털어가지고 이거 하나(총) 구했어. 딱 한 놈만 죽이려고. 나 혼자 죽긴 너무 너무 억울해서 딱 한 놈만 내 저승길에 동행하자. 내 인생 이렇게 망쳐 놓은 놈 중에 딱 한 놈. 그런데 말이야. 어떤 놈을 죽일까. 그것 참 고민 되더라고. 딱 한 놈 고르려니까 그게 너무 어려운거야. 내 인생 조져놓은 놈들이 너무 많아서 그 한 놈을 못 고르겠더라고."


그런 남자에게 찾아온 이는 윤순임(문소리 분)의 남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며 윤순임이 죽어가고 있다며 김영호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김영호는 박하사탕을 사서 윤순임을 보러 간다. 그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윤순임의 남편은 김영호에게 사진기를 건네준다. 김영호는 트라우마로 인해 발을 절뚝거리며 사진기를 팔아버린다.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아직 그의 과거 여행은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그의 과거가 눈물로 혹은 슬픔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다


다음으로 나오는 세 개의 테이크는 그의 폭력 성향이 어떻게 기인되었는지 보여준다. 5년를 거슬러 올라간 1994년, 김영호는 여직원 한 명을 둔 어엿한 사장님이다. 뻔한 설정일지 모르나, 그는 여직원과 바람을 피며 육체적인 관계까지 갔다. 피장파장이라고, 그의 아내(김여진 분)도 역시 바람을 피고 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김영호는 그 현장을 급습하고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른다. 너무나 심한 폭력이었기에, 아무래도 뭔가가 있어보인다. 역시,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이었단다. 그렇다는 건 혹시? 1980년대에도 경찰이었다는 것인데. 


<박하사탕>의 한 장면. 악질 고문관 김영호. ⓒ이스트필름


아니다 다를까. 다음 테이크와 그 다음 테이크는 각각 1987년과 1984년. 김영호의 경찰 생활을 보여준다. 신혼부부지만 무뚝뚝한 김영호. 그는 경찰서에서 최악의 고문관이다. 1980년대 당시는 민주화 열풍이 전국을 휩쓸던 때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사범들이 잡혀들어 왔다. 자의든 타의든 국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정치사범들의 자백을 받고 그 뒤를 캐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좋은 방법은 무지막지한 고문이었다. 없는 사실도 만들어 낸다는 고문. 


신입 경찰 시절에 김영호는 어리숙하고 착하기만 하였다. 고문은 커녕, 선배들이 고문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지도 못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선배들의 강압에 못이겨 시작한 고문이 적성에 맞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안에 내재된 몬스터가 깨어났던 것일까? 아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그의 행동이 그에게서 기인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낳았다는 것이다. 그 시대라 하면, 신군부 독재의 시대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의 안에 내재된 몬스터 또한 이전의 군대에서 받았던 폭력이 누적되었던 것이다. 


김영호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으로 급파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즉 자신들이 민간인을 죽이러 간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마구잡이로 총을 쏘며 달려간다. 그러다가 김영호는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총알에 발목이 관통당하고 만다. 너무 아파 쉬고 있는 그의 앞에 소녀가 나타난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 역시나 김영호는 실수로 소녀에게 총을 발사하고, 그 자리에서 소녀는 즉사한다. 김영호는 울부짖는다. 그 울음은 19년 뒤, 철길 위에서의 눈물과 겹친다. 그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바로 여기 였을 것이다. 


<박하사탕>의 한 장면. 김영호, 실수로 소녀를 죽이다. ⓒ이스트필름


시대가 낳은 괴물,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


김영호는 분명 시대가 낳은 괴물이다. 그는 본래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푸른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감성어린 친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 시절엔 그랬듯, 지금도 그러듯 타의로 군대에 가게 되고 타의로 다치게 되었으며 역시 타의로 한 소녀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그 타의란 다름 아닌 시대, 시대를 만든 이였다. 그렇지만 그가 초반에 찾아온 윤순임의 남편을 향해 일갈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개인으로부터 받음 아픔들이 그를 더욱 아프게 했으니까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악다구니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도 악다구니가 되어서 더욱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또는 이 나라는 글러먹었어. 이 나라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비열해져야 돼. 도덕군자 운운하다가는 언제 낙오자가 될지도 몰라. 


이 영화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대표격인 김영호를 내세워 비판하고 있는 동시에, 그들 또한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어루만져 주고 있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에서 정말 힘들게 살아온 것 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능력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시대의 흐름을 역류해서 위대한 성취를 한 분들도 분명 계시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개인의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다. 김영호는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소시민인 것이다. 제목 '박하사탕'은 그런 소시민적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윤순임이 죽어갈 때 김영호가 사들고 간 '박하사탕'. 그들의 눈물. 사흘 뒤 철길 위에서의 눈물. 김영호가 정말 돌아가고 싶었던 때는 '박하사탕'으로 기억되는 '순수의 시대'였던 게 아닐까. 그렇지만 과연 '순수의 시대'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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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격동의 시대, 광주 민주화 운동, 나 돌아갈래, 문소리, 박하사탕, 설경구, 순수의 시대, 신군부 시대, 이창동, 책으로 책하다, 폭력
  • BlogIcon 포장지기
    2013.11.25 09:22 신고

    심취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여행은 즐거우셨는지요?

    • BlogIcon singenv
      2013.11.25 12:07 신고

      오랜만이예요~
      덕분에 즐거운 여행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 BlogIcon 티코햄
    2013.11.25 09:56

    '설경구','문소리'를 세상에 제대로 내놓은 작품이었죠. 올리신 글처럼 첫 장면이 젤로 인상적이었구요.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1.25 12:08 신고

      나온 지 15년이나 된 작품이지만,
      이질감이 거의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참으로 좋은 작품입니다.

  • BlogIcon 에스델 ♥
    2013.11.25 13:28 신고

    나 돌아갈래! 진정한 명대사입니다.
    행복한 한주간 보내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1.26 09:21 신고

      정말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대사였죠!

  • BlogIcon 비키니짐(VKNY GYM)
    2013.11.25 13:29 신고

    설경구의 "나~~ 돌아갈래!~" 이 멘트는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1.26 09:21 신고

      한국 영화 역사상 길이남을 멘트인듯해요!

  • BlogIcon +요롱이+
    2013.11.25 15:32 신고

    나 돌아갈래~~~ 엄청난 명대사이지요!! ㅎ

  • BlogIcon 귀여운걸
    2013.11.25 15:53 신고

    예전에 박하사탕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순수의 시대가 존재했음 좋겠어요^^

    • BlogIcon singenv
      2013.11.26 09:22 신고

      순수의 시대...
      순수를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슬픈 현실이예요ㅠ

  • BlogIcon 초록손이
    2013.11.25 16:24

    몬스터들이 더 이상 생겨나면 안될터인데요..가슴 아픈 영화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1.26 09:26 신고

      그는 시대의 참혹한 희생양이었죠...
      그리고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구요.

  • BlogIcon 미미르의 샘
    2013.11.25 18:49 신고

    아주 오래 전에 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다시 리뷰로 봐도 새롭네요.
    얼마전에 재개봉도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자주 회자될 한국영화계의 명작인 것 같습니다 ^^ 언제 시간나면 다시 챙겨봐야겠어요 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1.26 09:25 신고

      감사합니다~
      명작은 시간이 흘러도 명작이네요!


  • 2013.12.11 23:0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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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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