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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서평'에 해당되는 글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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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좀 읽는다는 분들, 한 번쯤 들여다 보시죠 <서평 쓰는 법> 2017.03.13
  • [내가 고른 책] '음식의 언어' 그리고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10) 2015.04.08
  • <독서만능> 책읽기에 대한 오래 되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1) 2014.08.19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프레시안 books, 오마이뉴스 책동네(4) 2013.10.17
  • 추석맞이 '책으로 책하다' 돌아보기 - '반디&View 어워드'(2) 2013.09.18
  • 서평으로 먹고사는 이 사람의 독서법은?(10) 2013.07.17

책 좀 읽는다는 분들, 한 번쯤 들여다 보시죠 <서평 쓰는 법>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7. 3.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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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쓰는 법>


<서평 쓰는 법> 표지 ⓒ유유


서평이랍시고 책 읽고 글 쓴지 4년이 넘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지라, '내가 만든 책 내가 홍보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체계적으로 제대로 방법을 배우지 않은 채 엉겹결에 시작한 서평, 그 수가 족히 4백 편 가까이 된다. 이젠 매너리즘의 시기를 지나, 퇴행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슬슬 힘에 부치는 게 아닐까. 


다른 분들의 서평을 두루 살펴왔다. 각기 다른 스타일, 거기에 정답은 없었다. 나에게 맞은 옷을 찾기란 힘들었다.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라며 내 식대로 밀어 붙였다. 쓰면 쓸수록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잘 쓰고 있는 게 맞는지, 한 번쯤 제대로 된 방법을 연구해봐야 하는 게 아닌지 자문했다. 그렇지만 나름 베테랑(?)이라 자부하는 바, 다른 누구의 지도편달을 받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계속 뒷걸음칠 치는 것 같은 느낌이 한없이 들었다. 그동안 '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격으로 우연에 우연이 겹쳤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 읽기와 서평 쓰기의 방법론을 이번에는 집고 넘어가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이원석 작가의 <서평 쓰는 법>(유유)을 들었다. 


서평은 무엇이고, 서평을 왜 쓰는가


이 책에서 어떤 빛나는 깨달음을 얻고자 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서평 쓰는 방법' 즉, 기술을 얻고자 한 것도 아니다. '진짜' 서평가는 서평을 어떻게 쓰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내 서평을 진단받고 싶었던 것이다. 내 서평은 형편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저자에 따르면 애초에 내 서평은 서평보다 독후감에 가깝다. 매우 정서적이고 내향적이며 일방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초장부터 자괴감을 들게 만드는 저자의 단호함이 짧디짧은 이 책의 페이지를 빨리 넘기기 어렵게 만들었다. 차근차근 일게 되었다. 본질을 건드리니 머리와 가슴이 모두 반응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건 서평보다 독후감 쪽에 가깝다고 진단한 나의 서평들이다. 


서평이 무엇인지만큼 중요한,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일 것이다. 저자 또한 동의하는 분위기인데, '자아 성찰'과 '삶을 통한 해석이자 실천'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진부하지만 지극히 올바른 논의를 끄집어 낸다. 매우 공감하는 바다. 서평을 쓰고자 마음 먹었을 때 목적을 정했는데, '책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거창하기 이를 데 없는 모토였다. 저자한테 칭찬 좀 들을 것 같다. 


저자는 독후감과 서평 구분에 책 소개와 서평을 엄격히 구분하고자 하는데, 역시 한 발 빼고 다시 최후 변론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독후감과 서평이 궁극적으로 서로 통하는 것처럼, 책 소개와 서평도 서로 통한다는 것. 제대로 된 서평이 되려면 논리에 입각한 서평가의 목소리가 존재해야 하겠다. 서평쓰는 게 이리도 힘든 일이었나, 싶다. 난 단지,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목적 하에 독자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소개해주면 왜 그 책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 말하고자 했다. 문제는 그 초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 초심으로 돌아간 나를 보여주고 싶다.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딱 알맞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줍잖게나마도 서평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해두고 꾸준히 상당량의 서평을 써왔지만, 제대로 체계를 세우진 않은 사람에게 말이다. 반면, 제목만 믿고 초보자가 덤벼들었다간 시작도 못한 채 끝맺음을 할 수도 있겠다. 실용적 기술보다 본질적 기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초보자는 이 책을 읽을 바에 차라리 좋은 서평을 찾아 읽고 그 구성을 따라해보는 게 좋을지 모른다.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서도 여전히 실용보단 본질에 가까운 설을 풀어내고 있는 저자는, 깊고 다양한 책 읽기와 양가적 태도 장착을 전제로 요약과 평가라는 핵심을 가장 길게 펼쳐놓는다. 그러곤 10개도 채 되지 않는 '서평의 방법'을 짧게 설명하고 있으니, 누군가는 '낚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반면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자리하고 있는 '평가'는, 저자가 몇 번이고 언급하고 강조하는 '서평'의 '평'에 해당하는 바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다른 건 건너 뛰고 이 부분만 잘 살펴도 이 책에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거니와 더불어 저자와 내공까지 짐작할 수 있다. 


서평의 핵심인 평가, 평가의 핵심은 맥락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맥락화를 잘 해왔는가? 그렇지 못했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책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한 요약과 평가를 하는 데도 벅찼으니까. 일전에 아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자의 말과 일맥상통하는데, 내 서평에 없는 게 있다면 다름 아닌 맥락화라고 말이다. 맥락화가 기본이 되는 (석사)논문을 기똥차게 잘 쓴 아내가 한 말이었으니 맞는 말일 텐데 애써 무시하고 지금까지 왔다. 지금에라도 나는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책 읽는 모두가 서평을 쓰자


'책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모토는 아직 변함 없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서평으로 세상을 바꾸자'일 텐데, 그것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책도 읽지 않는데, 서평은 무슨 서평... 물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의 서평 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했고, 이제 막 글도 좋아지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혼자서는 아무리 수천 편의 좋은 서평을 써도 세상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라면 어떨까? 우리 모두 좋은 서평을 쓰고자 한다면? 그래, 좋다. 한 발 물러나 우리 모두 서평을 쓰고자 한다면 어떨까? 저자도 말했듯이, 저자와 독자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는 분명 '사회를 번혁하고 세상을 바꾸는' 혁명에 다름 아니다. 


내가 꿈꾸는 게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그려왔던 '바뀐 세상'의 모습 말이다. 내가 이 얇지만 강한 책에서 발견한 가장 빛나는 생각은 서평이 무엇인지, 서평을 왜 써야 하는지,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아닌 '서평이 가야할 길'이다. 이 책은 나에게 '모두가 서평을 쓰는 그 날까지 난 서평을 쓰겠다'는 일념을 새롭게 심어준 것이다. 정녕 열심히 쓸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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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무엇, 서평, 서평 쓰는 법, 어떻게, 왜, 책,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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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책] '음식의 언어' 그리고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생각하다 2015. 4.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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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책] '음식의 언어' 그리고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어크로스 출판사의 <음식의 언어>(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창비 출판사의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진중권 지음)


<음식의 언어>는 인문학이고,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은 예술 분야인 것 같아요. 

표지와 제목, 책등과 뒷표지 모두 '음식의 언어'의 압승이네요. 

저는 책표지가 꽉 차면서도 오밀조밀한 걸 좋아하는데요. 

오필민 디자이너가 그런 표지를 참 잘 만들어요. 좋습니다. 


반면 개인적으로 진중권 아저씨를 굉장히 좋아하고, 

또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한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 다방'도 챙겨 듣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실망이 큽니다ㅠㅠ


일단 책 표지에 저자의 반쪽 짜리 얼굴을 넣은 게 최대 패착이라고 보고요. 

뒷표지에 이 책에 실린 인터뷰이들의 얼굴들이 실린 것 또한 패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도 그렇구요. '예술가의 비밀'이 뭔지... 


이 둘 중에서 <음식의 언어>를 다음 주 서평의 주인공으로 뽑았습니다. 

종종 음식에 관한 인문학 도서를 접했는데요. 

실망 시킨 적이 없어요^^ 요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고요~


책의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로요^^

☞ <음식의 언어>

☞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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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서평, 예술, 예술가의 비밀, 음식, 음식의 언어, 인문, 진중권, 팟캐스트, 패착
  • BlogIcon 空空(공공)
    2015.04.08 08:35 신고

    헉..진중권씨가 저보다 어린데..ㅎㅎ

    • BlogIcon singenv
      2015.04.12 15:56 신고

      헉... 어르신.. ㅎㅎ

  • BlogIcon 조아하자
    2015.04.08 13:33 신고

    제가 사진으로 보기에도 표지 디자인은 음식의언어가 나은듯... 저 두 책은 안읽어봐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을 다 담는것도 아니고 아예 안담는것도 아니고 나 참... 그래도 진중권씨는 유명인이니까 얼굴을 담는 편이 나을 것 같긴 해요.

    • BlogIcon singenv
      2015.04.12 15:57 신고

      반 만 담은 것도 오랜 고민 끝에 나왔겠지만 ㅠㅠ 아쉬워요ㅠ

  • BlogIcon 늙은도령
    2015.04.08 21:59 신고

    책과 함께 하는 삶은 축복같아요.
    문제는 그 정도의 안정된 돈이 있느냐인데....

    • BlogIcon singenv
      2015.04.12 15:58 신고

      책으로 안정된 돈을 벌 순 없을까요? ㅎㅎ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5.04.09 01:29 신고

    음식에 관해 관심이 많아졌다니..엄청 궁금해집니다요
    다음서평 기대합니다. 저도 서점에서 한번 훑어봤야겠네요.

    • BlogIcon singenv
      2015.04.12 15:58 신고

      '음식의 언어' 서평은 내일 올라갑니다~

  • BlogIcon 별밤러
    2015.04.09 15:25 신고

    저도 문화다방 빼놓지 않고 들엇어요! 책의 구성은 어떤가요? 혹시 인터뷰 옮긴게 전분가용?

    • BlogIcon singenv
      2015.04.12 15:59 신고

      오오 그러시군요! ㅎㅎ
      구성은 인터뷰 옮기고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더군요~
      팟캐스트 내용과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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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능> 책읽기에 대한 오래 되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8. 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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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사월의책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라는 요즘의 출판계. 이 말이 나온지가 20년이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정말로 책은 우리들한테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떤 책들이 나와야 할까? 어떤 책으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한 문제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책읽기에 관한 책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출간되는 모양새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 읽는 방법론을 설명하는 건 애초에 어불성설이니 주로 어떤 책을 읽으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 논하는 편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요량으로, 책서평 모음집도 많은 출간되고 있다. '인문학'이라고 포장된 책들 중에 상당수가 바로 책서평 모음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떻게든 책을 읽게 하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여담이지만 필자도 그에 한몫하고 싶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책읽기 책이 출간되었다. 일본 최고의 석학이라고 불린다는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사월의책)이다. 이 책이 왜 특이하냐면, 대상자가 책을 읽고 있거나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아구가 잘 맞지 않는 기획인 듯하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1962년에 최초 출간된, 자그마치 50년 이상된 책인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이고 화끈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단언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방법론이 존재한다고. 어찌 되었든 그의 논조는 작금의 책읽기 관련 출판 시장을 통째로 비판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오랫동안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왔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마구잡이 독서'라고 하는 모양이다. 마구잡이 독서의 병폐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말을 수긍하지 않는다. 마구잡이 독서는 내 인생의 일부이며, 인생의 일부인 만큼 기계 부품처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구잡이 독서의 병폐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본문 중에서)


필자는 책을 주로 짜투리 시간에 읽는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고, 그곳에서 읽는 책만 수백 권에 이른다. 오직 그 시간에만 읽었는데 말이다. 어딜 가든지 책 한 권을 들고가, 이동할 때나 기다릴 때나 책을 펴든다. 절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현대인의 공통된 말들은 내게 이상하게 들린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임한다. 정자세로 앉아서 책상에 책을 두고 읽은 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는 주로 누워서 읽거나 앉아서 다리를 꼬고 읽는다. 바른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알게 모르게 형성된 고정관념은 나에게 없다. 


오묘하게도 이런 내용이 <독서만능>에 고스란히 나온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생각이 필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동반되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독서자세에 대해 더 이상 일별할 필요는 없겠다. 


저자는 이어서 주지했던 바와 같이 책읽기의 방법론을 논한다. 흔히 알고 있는 '정독', '속독'을 위시해 책을 읽지 않는 방법, 외국어 책을 읽는 방법, 신문잡지를 읽는 방법,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 등이다. 여기서 저자는 정독에 관해서는 고전을, 속독에 관해서는 현대물을 예로 든다. 책을 읽지 않는 방법은 과연 어떤 방법일지 관심이 간다. 외국어 책, 신문잡지,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은 사실 굳이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바다. 


저자는 읽을 책을 고르는 것만큼 읽지 않을 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렵고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필자도 오마이뉴스 책사랑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매주 수십 권의 책들 중에 1~2권의 책을 선택하는데, 행복한 고민일지는 몰라도 상당히 어렵다. 나름의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수련과 경험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정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책을 접할 시간적 여유가 정말 없거나, 그 책을 읽기가 너무 싫을 때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럴 때 서평, 귀동냥, 다이제스트, 대화를 통하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방법들은 요즘에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 모든 방법들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며 저자는 '읽는 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 바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기, 모르는 책을 잘 아는 척하기. 이것이 지적 스노비즘이라는 것이다. (중략) 문화 함양에 스노비즘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스노비즘도 성립하지 않을 터이니, 이는 적어도 '어차피 바보이즘'처럼 파괴적이지는 않다. (중략) '어차피 바보이즘'과 박람강기주의 사이에 책을 읽지 않는 궁리가 있고,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는 요령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나는 바보니까"라는 말만 하고 있으면 언제까지나 바보를 면치 못한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다 보면 정말로 읽어 볼 기회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 <독서만능>은 50년 전에 출간된 만큼(정확히는 20년 전에 개정증보된 판) 지금의 세태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의 출현을 얘기하고 저자가 말하는 작가나 작품들이 전부 50~100년 전이고 하니 말이다. 1992년 개정증보판을 통해 많은 것들을 수정했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과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인 면은 지금과 그때가 하등 다르지 않다. 사례가 다를 뿐 요지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저자가 말하길 "애초에 '독서술'이라는 것이 30년 남짓 만에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50년 남짓 만에도 바뀔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출판사도 그것을 인지하고 지금 이 책을 선보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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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만능, 독서술, 서평, 책, 출판
  • BlogIcon 노지
    2014.08.19 07:36 신고

    책의 표지부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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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프레시안 books, 오마이뉴스 책동네

생각하다/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2013. 10.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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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서 인터넷은 본격적으로 우리들 삶에 깊숙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모든 것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울었던 이들 중 대표적인 이가 '신문사'와 '잡지'였다. 온갖 정보와 잡다한 지식의 집합체. 본래 이들은 최신의 정보를 무엇보다 빠르게 전달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지식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정보의 블랙홀 인터넷이 출현하자 이들은 급격히 쇠퇴하고 인터넷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이들이 기존에 해오던 일들의 파워 또한 급격히 쇠퇴한다. 책 서평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본래 언론 서평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고 한다. 유력 출판사인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2000년대 초까지 언론 서평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종합 일간지 서평 섹션의 머리기사로 실리면 한 달 만에 2쇄에 들어가는 책이 많았을 정도니까. 그때는 언론 서평 외에는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독자도 언론 서평을 통해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또 언론도 서평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건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라는 사실이다. 당시는 아직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이후 인터넷의 막강한 위력 앞에 신문과 잡지는 물론이고, 책까지 그 위력이 급전직하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활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발빠르게 인터넷언론들이 출현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중 대표적인 두 곳이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이다. 각각 2001년과 2000년에 설립된 이 두 인터넷언론은 공교롭게도 진보 성향의 매체이다. 그리고 당시 또한 공교롭게도 진보 정권이었다. 이후 각종 부침과 악재, 성장을 거치며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프레시안'의 경우, 믿을만한 콘텐츠가 그리도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이유로 올해 2013년에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이 두 매체의 공통점은 또 있다. 그리고 이 공통점이 오늘의 주제인 것이다. 바로 '책'에 대한 애정. 정확히는 '책 서평'에 대한 이해와 애정. 이 두 매체는 방법은 다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적 '책 서평'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프레시안 books


프레시안 books 1호 갈무리 ⓒ프레시안


먼저 프레시안을 살펴보자. 오래전의 프레시안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정확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중적 '책 서평' 중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것. '프레시안 books'는 프레시안의 주요 챕터 7가지(뉴스, books, English, 협동경제사회, 이미지프레시안, 키워드가이드, 조합원커뮤니티) 중 하나로, 사실상 프레시안에서 제일 중요시 여기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프레시안 books는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데, 2010년 7월 말에 시작해 2013년 10월 현재 161회로 만 4년째가 되었다. 현재 레이아웃은 기본적으로 8개의 서평과 2개의 특별 서평 내지 대담, 그리고 연재 4개에 특별 코너 2개이다. 초창기에는 블로거, 편집자들의 글도 소개하였는데 폐지되었다. 


프레시안 books를 믿고 볼 수 있는 건, 누가 뭐래도 최고를 자랑하는 서평가들의 퀄리티이다. 평균적으로 교수급이 배치되며, 단순히 책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강의급의 내용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대학신문>에서나 볼 수 있는 퀄리티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물같이 생각하며 챙겨보는 글들이다. 1년, 2년 퀄리티에서 오는 신뢰가 쌓이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런데 한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한다. 퀄리티에만 신경을 쓰느냐고 대중성을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즉,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또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서평보다 훨씬 길다. 서평이란 것이 독자로 하여금 책을 보게 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일진데 자칫 독자를 쫓아낼 수도 있다니,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래도 그 퀄리티만은 유지해줬으면 한다. '책 서평'의 최후의 보루와도 같으니까. 


오마이뉴스 책동네


오마이뉴스 책동네 갈무리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책동네'의 경우, '프레시안 books'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프레시안 books는 언론사에서 서평에 적합한 전문가를 직접 뽑는 형태인데 반해,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오마이뉴스가 지향하는 바와 같이 어느 누구라도 서평 기사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오마이뉴스 편집진의 날카로운 눈을 통과해야만 한다. 필자의 경우 작년 2012년 10월부터 주로 서평기사를 올려 1년째가 되었는데, 새어보니 200개의 원고를 보내 170개가 기사로 채택되었다. 


오마이뉴스 책동네야말로 출판계를 살릴 수 있는 많은 대안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을 읽고 손수 서평을 써서 올린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주지했듯이 편집진들의 손이 거쳐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썼다고 자부해도 편집진들이 봐서 '서평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탈락하고 마는 것이다. 프레시안 books가 내용상에서의 퀄리티를 자랑한다면,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겠다. '독자'이자 '기자'의 입장으로 쓴 서평이기에.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용면에서의 퀄리티가 완벽하지는 못하다는 것. 거기에는 부족한 희소성도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고, 어떤 사람은 매일 같이 서평을 쓴다. 어찌 책을 하루만에 읽고 매일 서평을 쓸 수 있겠는가? 또한 좋은 책을 소개한다는 의미보다, 이슈가 될만한 책을 소개한다는 느낌도 강하다. 어쩔 수 없다는 면도 이해가 가지만, 사실 책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주지했듯이 '서평'이란 것이 1차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보게 만드는 다리 역할에 그 목적이 있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books'와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현재 최고의 '책 서평' 코너들이지만,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극화되어 있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그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둘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출판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소한 축소되거나 사라지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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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독자, 서평,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책동네, 인터넷, 책으로 책하다, 출판계, 퀄리티, 프레시안, 프레시안 books
  • BlogIcon 오렌지수박
    2013.10.17 07:54 신고

    둘 다 책을 다루는 곳이지만 성격이 반대군요. 전문적인 글과 대중의 참여로 만들어진 글..둘 다 분명 필요한 글이라 봅니다. 둘이 접점을 찾으면 더 좋을텐데 아쉽네요.

    • BlogIcon singenv
      2013.10.17 22:26 신고

      먼 훗날, 제가 한 번 그런 걸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 BlogIcon S매니저
    2013.10.17 22:31 신고

    왠지 어려운 내용이기도 한듯..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0.18 09:17 신고

      전혀 어렵지 않아요~ 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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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책으로 책하다' 돌아보기 - '반디&View 어워드'

생각하다 2013.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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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동안 나름 진지한 글들만 써와서, 사적이고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하려니 어색하네요. 

장장 5일에 걸친 한가위를 맞이하는 겸, (쉬어간다는 의미로다가. 여러가지로 힘에 부치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장장 5개월동안 꾸준히 달려온 '책으로 책하다'를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제 스스로는 한 번 정리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구요. 독자 제위(?) 여러분들께서는 그냥 한 번 쑥 훑어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픽업하면 좋을 것 같은 정보가 있으면 부디 잘 빼가주시구요. 이 연재(?)는 감히 추석 연휴 5일 중 격주로 3일 동안 계속됩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반디앤루니스 '반디&View 어워드' 


보시다시피 제 블로그명이 '책으로 책하다'지요.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갖고 시작했습니다만, 세상은 꿈쩍도 하질 않네요. 그래도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꾸준히 공감글 올리고 소통하면 언젠가는 저의 바람이 이뤄질 날이 온다고 생각해요. 도와주세요!


그러다보니 책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꾸리기 위해서, 제가 작년 10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책서평들을 그대로 퍼왔었죠.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하루 평균 50명 이하에서 꿈쩍을 하지 않더군요. 나름 공을 들인 콘텐츠들이고, 그래도 인터넷신문 메인을 장식했던 콘텐츠들인데 말이죠. 많이 실망했고 길을 찾아보려 애썼던 시간들이예요. 


다음 뷰에 서평을 올리면 자동으로 반디앤루니스 '반디&View 어워드' 후보에 오르게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5월 둘째주에 반디앤루니스에서 저의 서평 글 중 하나가 '반디&View 어워드'에 선정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죠. 자그만치 5000원 적립금을 준다는 거였어요! 저는 왠지 꽁돈(?)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죠. 또 뭔가 자부심 비슷한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돈이 책 사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좋았죠. 


저는 그 돈으로 책을 샀고 그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어차피 적립금이야 현금화할 수 없는 것이어서 아주 기분 좋게 책 구입에 투자할 수 있었죠. 그런데 희소식이 연달아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5월 4째주에 이어 6월 첫째주, 6월 셋째주, 6월 넷째주에 선정이 되었던 것이죠. 이건 뭐... 썼다하면 선정되는 그런 느낌? 방문자는 형편없지만, 본래 의도했던 책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7월부터 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어요. 7월에는 둘째주에 한 번, 8월달에도 넷째주에 한 번. 매주 금요일마다 발표를 하는데,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게 되던지... 혹시라도 내 서평이 초심을 잃은 건 아닌지... 아니면 적립금 사용할 때 말고는 반디앤루니스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아서 차별 대우 하는 게 아닌지?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9월 첫째주에 선정이 되었구요. 이제는 한 달에 한 번만 선정되자는 식으로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또 한 번이라도 선정이 되야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서평을 쓸 수 있거든요. 이제는 초기처럼 이미 써놓은 글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만요. 열심히 꾸준히 지치지 않고 공감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그 동안(2013년 5월~9월) '반디&View 어워드'에 선정되었던 8개의 서평들입니다.


2013/09/04 - [지나간 책 다시읽기] -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프레임>


2013/08/21 - [신작 열전/신작 도서] -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살인자, 그 섬뜩한 마지막은?


2013/07/10 - [신작 열전/신작 도서] - “당장 내일이라도 남북이 손을 잡고 통일을 했으면 해요"


2013/06/23 - [제9의 예술, 만화] - 고난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들의 일터를 그리다, <미생>


2013/06/19 - [신작 열전/신작 도서] - '한국의 재특회' 일베,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2013/06/03 - [신작 열전/신작 도서] - "안창호의 진면목은 고결한 신사이자 무장독립 투사"


2013/05/21 - [지나간 책 다시읽기] - 일본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 2045년에 재침?


2013/05/07 - [지나간 책 다시읽기] - 정신병자들이 혁명을 꿈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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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반디&View, 반디앤루니스, 블로그, 서평, 오마이뉴스, 책으로 책하다
  • BlogIcon 늙은 호텔리어 몽돌
    2013.09.18 13:37 신고

    그런 소통의 노력이 조금씩 축적되면 천천히 변화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겠지요?ㅎ
    이런 사명감이라도 없으면 블로그 하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18 14:38 신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가려구요~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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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먹고사는 이 사람의 독서법은?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13. 7. 1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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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읽기] 금정연의 <서서비행>


<오마이뉴스> 책동네에서 서평족(서평가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함으로)으로 지낸 지도 10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쉬지 않고 기사를 써왔고, 영화 리뷰를 비롯해서 기사의 수가 어느새 140개가 넘었다. 얼마 되지 않는 원고료이지만 어쨌든 돈이 생긴다는 욕심과 내 이름 석자 조금이나마 알려보자는 허영심에서 그토록 줄기차게 써왔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이 있다. 서평을 계속 써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냐? 답은 글로 먹고살기. 그럼 서평 쓰려고 책을 읽는 것이냐? 답은, '어느 정도 그렇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책 자체를 좋아했으니까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서점 MD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좋은 책이 있으니 우리 같이 읽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래 좋다. 그러면 자신 있냐? 책으로 먹고살 자신이 있냐고? 지금 책으로 먹고살고 있고(편집자), 훗날에도 책으로 먹고살고 싶다(서평가?). 하지만 그것이 지금으로선 요원한 생각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나의 글이 정말 훌륭하거나 정말 맛깔나지도 못할 뿐더러, 결정적으로 이 방면에서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거론하자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 증명된) 로쟈 이현우 교수, 활자유랑자 금정연 서평가, 어크로스 출판사 김류미 편집자 등이다. 질투유발자인 동시에 롤모델,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책의 홍수에서 탈출하기


<서서비행> 표지 ⓒ 마티



<서서비행>(마티)은 선배 서평가 로쟈 이현우 교수가 '다음 세대의 서평가'라 칭하는 활자유랑자 금정연의 서평 책이다. 로쟈의 서평들이 인문학에 발을 적시고 있다면, 금정연의 서평은 에세이에 가깝다. 무슨 말인고 하면, 책에 대한 평이라기 보다 책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제목 '서서비행'에서 '비행'의 한자가 '飛行'인 이유이자, 그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라고 생각되는 '활자유랑자'라는 수식이 생긴 이유이다. 그는 책 속에 파묻히지 않은 것이다. 아니, 더 이상 파묻히기 싫었나 보다.

그는 프리랜서 서평가로 활동하기 전, 온라인 서점 알라딘 MD로 3년 반 동안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에도 몇 십, 몇 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을 다루었고, 책의 홍수에 파묻혔다. 덕분에 누구보다도 책 소개를 잘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많은 회의감도 들었을 것이다. 직업에 대한 회의는 물론이고, 책에 대한 회의, 서평과 책 소개에 대한 회의까지.

어느새 생활을 가득 채운 책의 홍수에 가뭇없이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나는 상상의 비행기를 탄다. 발아래 책들의 풍경을 바라본다. 바라본다. 바라본다.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던 책과 책이 서로 겹치며 다채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장관을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이다. (중략) 몇 권의 책을 나란히 펼쳐보다 창밖으로 던져버린 후, 먼 곳에 아물거리는 또 다른 책을 향해 선회하기도 하면서.(프롤로그 중에서)

내가 <오마이뉴스> 책사랑 서평단으로 일주일에 두 권을 받아들고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책의 홍수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에 부럽기도 하면서, 막상 그렇게 되면 책이 싫어질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는 책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리다가(자신의 말로는) 혹은 책한테 너무 미안해서 (나의 생각으로는) 그곳에서 탈출했고, 그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금정연의 "서평 스타일"

그런데 위에 옮겨놓은 책의 프롤로그 중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책을) 바라본다. 바라본다. 바라본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바라보고만 있다. 왜 그럴까? 이것이 그의 독서법이고 서평쓰는 법이란 말인가? 어느 정도 동의한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 꼭 책을 오롯이 읽고 완전히 이해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서평법은 방법론 자체가 다르다. 덕분에 서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기 하나의 실례가 있다. 형형색색의 표지 속에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 작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을 보라. 제작비 4억, 제작기간 5년, 원고지 3만 6000여 매로 이루어진 명실상부한 '블록버스터' 기획을 앞에 두고 나는 묻는다.(본문 중에서)

이 책의 한 챕터이자,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의 서평 중에서, 책에 관련 된 내용은 위에 3줄을 포함해 서평의 반도 차지하지 않는다. 즉, 그의 서평을 읽고 서평이 다루는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길 바라서는 안 된다.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말하길, "(책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서점 리뷰나 신문 기사에 다 나온다. 나까지 그 정보 더미에 하나 더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서점 MD 출신의 트라우마가 작용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평가는 암울하다

그는 결코 암울한 서평가가 아니다. 이 시대의 어느 서평가, 서평족, 즉 서평으로만 먹고사는 사람들 중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암울하다. 서평가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책이 나오면 일차적으로 편집자 손에서 기본적인 리뷰가 이루어진다. 그 후에 서점 MD의 손에서 이차적으로 소개가 이루어지며, 이후 신문사와 신문사를 통한 서평가, 기고가들에 의해 소개가 이루어진다. 이 순서가 꼭 들어 맞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러하기에 서평가들의 서평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들어가지 않는 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책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요즘, 아무도 찾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을 과연 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주요 일간지에 책 소개를 하면 불티같이 팔려나갔던 옛날이 그리운 지금, 서평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과감히 그 길로 뛰어들었다. 그의 지금은 어디이고, 그가 갈 길은 어디일까. 아마도 내가 가야 할 길이 그 곳에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목차를 간단히 살펴 보자. '비행준비', '이륙', '고도확인', '야간비행', '악천후', '임시착륙'. 나는 지금 어느 단계일까. 아마도 비행준비 단계이겠지. 아니면 악천후일지도(괜히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니라). 그는 어느 단계일까. 그는 스스로 임시착륙의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렇다는 건 이 시대의 젊은 서평족들은 아무도 제대로 된 착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디 다시 이륙해서 제대로 된 착륙을 하길 바란다.

나는 아직 금정연식 서평을 쓸 수 없다. 안 쓰는 걸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방법론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책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지혜를 얻어 그로 인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포부는 좋지만 암울하기 그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책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냥 책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사실 책의 홍수를 피할 생각이 없는 것일 수도. 서평가는 암울하지만, 서평가 금정연은 암울하지 않은 이유이다. 그는 서평계의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2013.5.8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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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금정연, 서서비행, 서평, 서평가, 서평족, 책, 책동네, 책으로 책하다
  • BlogIcon 포장지기
    2013.07.17 07:37 신고

    저 역시도 그저 바라만 보다가 가는격이 아닐까? 목적과 목표는 확연히 다르죠...
    목표를 향해 진 일보 하시는 하루 되세요^^

    • BlogIcon singenv
      2013.07.17 11:21 신고

      목표와 목적을 혼돈해선 안 되겠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 BlogIcon 화장품 빚남
    2013.07.17 08:21 신고

    서평을 보수 때문에 쓰기도 하지만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자신의 취향에 맞을 때는 쓰기도 쉽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은 서평쓰는 일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 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7.17 11:23 신고

      책에 관련된 직업은 다른 직업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힘들죠...
      책이란 것이 오로지 상업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굶어죽을 수는 없으니 참ㅋㅋ;;

  • BlogIcon 티코햄
    2013.07.17 11:05

    전 독후감 수준인지라.. 서평의 세계가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관심은 있으니 함 읽어봐야 겠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7.17 11:24 신고

      독후감이라니요~ ㅎ
      서평에 있어서 옳고 그름이나 잘함 못함의 수준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 BlogIcon 늙은 호텔리어 몽돌
    2013.07.17 11:20 신고

    알지도 못했던 서평가의 고뇌를 잠시 엿봤습니다.
    신랄하고 정확한 자기 반성, 오히려 부럽네요.
    발전하시기 바랍니다~ㅎ^^

    • BlogIcon singenv
      2013.07.17 11:26 신고

      자기반성이 좋은 쪽으로 흘러갈 수 있게 노력할게요ㅋ
      감사합니다!

  • BlogIcon 모르세
    2013.07.17 17:30 신고

    잘보고 갑니다.하루 하루가 소중한 시간이 되세요.

    • BlogIcon singenv
      2013.07.17 18:05 신고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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