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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복수'에 해당되는 글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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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과 복수의 굴레를 끊어내는 여정에서... <로드 투 퍼디션> 2019.10.13
  •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의 근원을 찾아 <행복도시> 2019.07.26
  • 그들에게 남은 것, 다른 무엇도 아닌 복수 <복수는 나의 것> 2017.09.15
  • 이토록 치명적이고 우아한 복수가 있을까 <녹터널 애니멀스> 2017.02.17
  • 진짜로 보여주려는 것은 슈퍼 히어로 개개인의 찌질한 이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05.20
  • 이번엔 오스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버넌트>(2) 2016.01.29
  • 내맘대로 신작 영화-1311 둘째주(6) 2013.11.16

폭력과 복수의 굴레를 끊어내는 여정에서... <로드 투 퍼디션>

오래된 리뷰 2019. 10.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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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로드 투 퍼디션>


영화 <로드 투 퍼디션>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국·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주요 부문을 휩쓸며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데뷔'한 샘 멘데스 감독, 스타 연극 연출가 출신으로 영화판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2000년대 많은 작품을 내보이면서도, 영화 잘 만들어 믿고 보는 감독으로 군림했다. 2010년대 들어선 <007> 시리즈 두 편만 연출했는데,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를 받았다.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시리즈 최고 수익을 올린 것과 동시에 미국·영국 아카데미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이례적으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자타공인 2010년대 초반 최고의 블록버스터. 하지만 다음에 내놓은 <007 스펙터>는 전작의 후광으로 역효과를 받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면에서 좋지 못했다. 샘 멘데스는 007 시리즈에서 하차하고 2010년대 마지막 작품으로 올 겨울에 제작과 연출과 각본까지 최초로 맡은 영화 <1917>을 개봉시킬 예정이다. 


샘 멘데스의 초기작이자 두 번째 연출작 <로드 투 퍼디션>은 두루두루 볼 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폴 뉴먼과 톰 행크스라는 당시 전 세대와 현 세대의 미국 대표 배우가 함께 했다는 게 특이점일 테고, 마피아 복수를 다룬 범죄 느와르라는 점과 가족애 중 부성애를 콕 찝어 다룬 드라마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밖에도 이후 007 시리즈에서 함께 할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롯해 주드 로, 스탠리 투치, 제니퍼 제이슨 리 같은 유명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도망치는 마피아


대공황과 금주법이 미국 전역을 한창 휩쓸고 있던 1931년, 마피아 보스 존 루니에겐 두 아들이 있다. 하나는 친아들 코너 루니, 다른 하나는 양아들 마이클 설리반. 마이클은 '죽음의 천사'라 불리며 조직의 일을 도맡아 처리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의 두 아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비가 쏟아지는 그날도 마이클은 보스의 명을 받고 코너와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러 갔다. 큰아들 마이클 주니어가 몰래 함께 온지 모른 채. 


일종의 협박 메시지만 전하며 잘 타이르고 오면 될 것을 코너가 보스의 명을 어기고 죽이고 만다. 마이클도 어쩔 수 없이 합세해 일망타진시킨다. 이 광경을 마이클 주니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이중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보스는 코너를 향한 적개심을 만천하에 드러낼 뿐 마이클과 마이클 주니어는 걱정하지 말라고 챙긴다. 


코너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마이클 가족에게로 돌린다. 마이클을 집에서 떼어놓아 살인교사를 시키지만 실패하고 직접 마이클 집으로 가서 아내와 막내아들을 죽인다. 큰아들은 간신히 무사할 수 있었다. 마이클은 코너의 주체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이 아닌 조직적인 행동이라고 판단, 보스가 전하는 거액의 돈과 복수를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거절하고 훗날을 물색하며 마이클 주니어와 함께 길을 떠난다. 


세심하고 고풍스러운 범죄 느와르 서사


영화 <로드 투 퍼디션>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전반부에는 마피아의 생리를 다루며 평화 속에서 불안과 갈등이 점차 증폭되어 폭발하는 모양을 보인다면 후반부에는 마이클 부자의 낭만적이기까지 한 여정을 다루며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부성애의 모양을 보인다. 전반부와 후반부 간의 시간 흐름에 따라 나누는 것과 별개로 영화 자체가 두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범죄 느와르 서사이다. 누군가 좋은 모습을 보이며 잘 나가면 누군가는 반대의 곡선을 그린다. 영원한 평화는 없다. 차곡차곡 쌓였던 감정의 찌꺼기가 넘친다. 다분히 고의적인 또는 주체할 수 없어 의도치 않은 일이 터진다. 그동안 쌓아왔던 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실 그건 언제 누군가에 의해서일지 모를지언정 무너졌을 모래성, 문제는 쌓아온 세월이 오래고 쌓아놓은 게 많기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이 이어질 죽음의 행렬이다. 누군가의 비파멸적 희생으로 끊어내지 않는 이상 영원히 계속될 숙제일지 모른다. 


영화는 세심하고 고풍적으로 서사를 이끈다. 삐걱거림 없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1930년대 미국 마피아의 복수라는 일반인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소재를 가져온 만큼 여러 곳에서 지극히 영화적인 설정이 거슬리기도 한다. 마이클이 아무리 출중한 실력을 가진 마피아 일원이라도 총 한 자루를 가지고 홀로 일급 마피아 일원들을 상대하고 수없이 많은 은행에서 검은돈만을 털며 마피아가 고용한 프로 청부살인업자의 위협까지 물리칠 수 있는 것인가. 


다행인지, 의도한 것인지 영화에서 액션이 거의 부각되지 않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거니와 영화 감상을 해치는 수준으로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샘 멘데스 감독이 드라마에 천착해 드라마에 강점을 보인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며,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수준 높은 액션신이 아님에도 '명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는 2010년대 샘 멘데스 스타일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로드무비 드라마


<로드 투 퍼디션>은 엄밀히 범죄 액션 영화임에도 드라마에 큰 장점을 보인다. 당연히 감독의 의도가 묻어나왔기 때문일 텐데, 동명의 원작 그래픽노블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미국에 정착한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마피아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을 풀어낸 웅장함이나 장대함과는 거리가 있다. 이 영화의 드라마를 이루는 소재는 마피아적 가족애보다 소시민적 가족애이기 때문이다. 즉, 조직의 규율 나아가 이민자들 전체를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거나 그 반대의 이야기라고 보기 힘든 것이다. 


영화는 후반부를 장식하는 마이클과 아들 마이클 주니어의 부자(父子) 로드무비로 드라마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평소 무뚝뚝하게 가족들을 대하며, 큰아들 보다 막내아들을 더 챙기는 듯한 모습 하며, 결정적으로 가족을 위한 직업이 치부로 치환되어 큰아들에게 보이기까지 한 상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큰아들만 살아남아 함께 복수 또는 도망의 여정을 떠나는 모습. 오해가 풀리고 사랑을 재확인하는 건 당연지사. 이 영화를 보는 이유와 즐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비뚤어진 듯 헐거운 듯 애틋한 부자 관계를 혼란 속에서 잔잔하게 지켜보는 것. 


영화에는 두 부자 관계가 나온다. 존과 코너, 마이클과 마이클 주니어. 사건이 마이클 주니어와 코너 때문에 진행되고 존과 마이클이 마무리하는 형식인데, 이 구도가 자못 흥미롭지만 존과 마이클이 아들을 대하는 시선의 차이야말로 흥미롭다. 존이 아들을 조직과 자신의 미래를 상정해볼 때 애물단지로 생각하는 반면, 마이클은 큰아들이 자신과 너무 닮아 자신처럼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차이가 자신들의 운명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아들들의 운명엔 큰 영향을 끼친다. 


폭력의 굴레, 복수의 굴레는 끊어낼 수 있다. 반드시라고 할 만큼 폭력과 복수를 당하고 행한 이가 해내야 한다. 그는 자신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래야만 한다. 자신은 이뤄낼 수 없었던 고귀한 평범함을 후대가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건 필히 폭력과 복수로 끝맺음된다. 끊어낸다는 건 곧 희생, 즉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영화 속 '퍼디션'은 마이클 주니어의 이모가 사는 곳으로 '안전'을 뜻하지만 한편 마이클에겐 퍼디션 자체의 뜻인 '멸망'이나 '지옥'을 뜻하기도 하겠다. 그곳이 안전한 곳일지 지옥일지 그들 여정을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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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로드 투 퍼디션, 로드무비, 마피아, 범죄 느와르, 복수, 부성애, 샘 멘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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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의 근원을 찾아 <행복도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7.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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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행복도시>


영화 <행복도시> 포스터. ⓒ넷플릭스



대만 미래의 어느 날, 중년의 장둥링은 어딘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두 중년 남녀가 자못 야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은 그중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을 지른다. 상대 여자는 다름 아닌 아내 위팡이다. 장은 쫓겨나 환락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몰래 권충을 구입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현재 아내와 붙어 먹은 놈, 과거 아내와 붙어 먹은 놈을 제거하고자 한다. 아내는? 


한편, 장은 딸아이도 만난다. 그녀는 버젓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망없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들, 영영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장은 환락가에서 젊은 유럽 여성도 만난다. 그녀가 그의 젊었을 적 아내 아닌 사랑했던 이와 닮았기 때문이다. 장은 그녀에게서 성을 사려는 대신 추억을 사려 하지만, 그녀는 장을 미친놈 취급할 뿐이다. 


영화는 미래에서 현재,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둥링의 한때로,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20대 형사 장둥링과 고아로 커서 아무것도 없이 좀도둑으로 커가고 있는 10대 소년 장둥링의 이야기이다. 미래, 중년의 장둥링이 왜 극단적인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알게 된다. 슬픈 이야기와 슬픈 근원이다. 


복수를 감행한 한 남자의 근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행복도시>는 극단적인 복수를 감행한 한 남자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니라, 미래에서 시작해 현재를 거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법을 택했다. 이미 실험적인 색채가 살짝 엿보인다. 그것도 모자라 감독은 세 가지 이야기에 다른 색채와 분위기와 장르를 입혔다. 이쯤 되면 매우 실험적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우린 <행복도시>라는 하나의 영화에서 완연히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 독립적으로 봐도 이상할 것 없는 세 이야기를 이어주는 얇은 듯 굵은 끈은 장둥링으로, 따로 또 같이 생각하고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감이지만 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공을 들였다고 생각되는 건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었을 것이다. 


우린 이 영화 내내 장둥링을 만나고, 장둥링을 만나며, 장둥링을 만난다. 한 개인에게 천착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둥링이라는 한 개인은 환경에 휘둘리는 가엾은 존재일 뿐이다. 이렇게 휩쓸리고 저렇게 휩쓸리는 우연의 길을 지나,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는 필연 말이다. 운명 앞에서 한낱 개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꾸역꾸역 살아오게 한 순간의 기억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영화 포스터 중 하나가 눈에 띈다. 지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를 꺾고(?) 작품상을 타는 파란을 일으켰던 <문라이트>가 생각나게 하기 때문인데, 장둥링의 세 시절 얼굴을 삼단으로 나눠 배치했다. 제목처럼 달빛을 형상화시킨 듯 아름다운 <문라이트> 포스터와 대비되어, <행복도시> 포스터는 제목과는 달리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장둥링의 인생을 형상화시킨 듯하다. 


장둥링 인생을 규정짓다시피 한 세 시절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을지 모르지만, 그때그때 만난 세 여자(딸, 여자친구, 엄마)와 보낸 찰나의 순간은 행복했을 것이다. 비록 그들과 장둥링의 관계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이고 보편적이진 않고 그 관계에 슬프고 아픈 근원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장둥링은 순간의 기억으로 꾸역꾸역 살아왔던 게 아닐까. 


우리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순간의 행복하고 슬프고 아픈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뿌옇게 채색되어 아련해진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과거를 살아가는 게 아닌가. 현재에서도 과거를, 미래에서도 과거를 살아가는 것이다. 행복한 '기억'일지는 모르나 '행복'한 기억일 수는 없다. 꾸역꾸역 살아왔을지는 모르지만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처연하고 신산한 여운


영화를 보면, 장둥링 삶이 불행해지는 과정과 모습 그리고 사회 자체가 불행해지는 것 같은 모습이 양면적으로 공감을 산다. 개인의 삶이 하나의 모습만 띄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장둥링의 면면에서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이지만, 나를 이루고 나와 함께 하는 시공간과 차원은 하나가 아니지 않은가. 


사회는 기술적으로 진보하기에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이 영화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미래의 장둥링은 분명 첨단기술 세상에 살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장둥링과는 비교할 바 없이 불행해 보인다.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를 보며 우리는 기술 진보가 더 좋은 세상을 담보하기는커녕 더 나쁜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 않는가. 


처연하고 신산하기까지 한 영화 <행복도시>, 미래에서 시작해 현재를 거슬러 과거까지 올라가면 가슴 한 편이 저릿저릿하다. 영화의 막이 오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에 시달린다. 대다수 여운을 구성하는 아련과는 거리가 먼, 느껴보기 힘든 '맛'이다. 더불어 초반의 불칠전함은 꽤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감당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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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억,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래, 복수, 여운, 행복도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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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남은 것, 다른 무엇도 아닌 복수 <복수는 나의 것>

오래된 리뷰 2017. 9.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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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스타일의 모든 것을 보여준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CJ 엔터테인먼트

 


자타공인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영화 감독 중 한 명, 박찬욱.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국내를, 2003년 <올드보이>로 해외를 접수하면서 지금의 박찬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시작은 미약하였다. 자그마치 25년 전인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이라는 들어본 적 없는 데뷔작과 1997년 <3인조>라는 작품 모두 실패하며 암흑의 초창기를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2002년의 <복수는 나의 것>이 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데뷔 10여 년만에 입지를 다진 후 그 여세를 몰아 자신만의 색깔을 오롯이 입힌 영화를 만드는데, 그것이 이 작품이다. 박찬욱 영화를 지켜봐았던 사람이든, 박찬욱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든 단번에 '박찬욱 영화'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폭력, 하드보일드, 아이러니, 극단의 조화, 블랙코미디, 미장센...


박찬욱 영화들이 그렇듯 <복수는 나의 것> 또한 절대로 마음 편하게 즐길 수는 없을 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불편할 것이며, 보고 난 후에도 계속 괴롭힐 것이다. 물론 그 불편함들을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이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


복수는 그들 모두의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의 뫼비우스의 띠. 그거 참... ⓒCJ 엔터테인먼트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류(신하균 분)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임지은 분)가 있다. 누나는 반드시 신장을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인데, 혈액형이 다른 류는 신장을 이식하지 못한다. 조급한 마음에 천만 원을 가지고 아무도 몰래 장기밀매업자를 찾아가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는 대신 누나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을 받기로 거래하는 류, 사기를 당한다. 


그때 병원에서 좋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누나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을 찾았다는 것... 천만 원만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류의 여자친구 영미(배두나 분)는 일단 류를 쥐어패고는 일명 '착한 유괴'론을 설파하며 천만 원을 구할 방도를 제시한다. 잘나가는 사장님 자식을 납치해서는 잘 대해주고 딱 천만 원만 받으면 바로 아이를 돌려주는 것. 


류와 영미는 중소기업 사장 동진(송강호 분)의 딸 유선(한보배 분)을 타겟으로 삼는다. 그들 스스로가 약속한대로 유선을 마치 딸처럼 잘 보살핀다. 그리고는 곧 동진에게 협박편지를 보내 천만 원을 받아낸다. 하지만 당일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잇따른다. 자신 때문에 아이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류의 누나가 자살하고, 류가 강가에 누나를 묻고 있는 사이에 함께 온 유선이 물에 빠져 죽는다...


이제 시작된다. 류와 동진의 한 맺힌 복수가. 아무 잘못도 없는 딸을 유괴해 죽음까지 이르게 한 류와 영미를 향한 피의 복수, 역시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의 천만 원과 신장을 갈취한 장기밀매업자를 향한 피의 복수, 그리고 조직에 속해 있는 영미를 죽인 동진을 향한 피의 복수까지. 그야말로 복수는 그들 모두의 것이다. 


복수할 상황에 처할 이유가 없는 이들에 남은 것, 복수


복수할 상황이 그들에게 갑자기 닥쳤다. 그저 복수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CJ 엔터테인먼트



다름 아닌 가족, 그것도 삶의 이유와 마찬가지인 가족의 죽음이 눈앞에 당도했다. 동진은 사실 잘나가는 사장님이 아니다. 일에만 몰두하다 이혼을 하고 아이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회사마저 어려운 지경이었던 것을, 그래서 더욱 아이만 바라보고 있었던 그때 아이가 유괴당하고 죽기까지 한 것이다. 그에게 남은 게 복수밖에 더 있겠는가. 


류는 힘든 것도 그렇게 힘든 게 없는 주물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하루 아침에 해고당한 처지다. 거기에 누나의 치료비로 모아두었던 유일한 천만 원을 사기 당했다. 나름 방책을 연구해 '착한 유괴'를 실행에 옮기고 성공을 눈앞에 뒀는데 누나가 자살을 택하고 만다. 그에게 남은 게 복수밖에 더 있겠는가. 


잔인해도 이렇게 잔인한 복수가 없다. 눈이 찌뿌려지고 헉 소리가 나고 흠칫 놀란다. 우린 그동안 이보다 더 한 잔인함이 동반된 영화들을 무수히 많이 봐왔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이 영화가 복수에 초점을 맞췄기로 복수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행위가 눈에 띄는 건 행위의 연유와 사연의 처연함과 서늘함에 있겠다. 그들은 복수할 이유는 있었지만 복수할 상황에 처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외적 하이라이트는 류와 동진의 복수에 있지만, 주요 쟁점은 동진의 천만 원을 갈취하고 류의 누나가 자살하고 동진의 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 그때에 있으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곳은 영화의 초반에 있는 것이다. 물론 류와 동진의 복수에서 연유하는 '악'의 개념도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박찬욱 감독은 앞의 생각 지점보다 뒤의 생각 지점, 즉 악의 개념 또는 인간의 본성에 더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복수의 잔인함보다 초첨을 맞춰야 하는 곳


이 영화의 복수는 지극히 잔인하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복수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두 주요 지점이 사실 진부한 논의가 발화되는 곳이기는 하다. 류와 동진이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가 이 사회에 있다는 것. 밑바닥의 소외계층과 망한 상류층 간의 대결 구도.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그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고, 왜 하필 그들끼리 서로 싸우게 된 것인가. 


그들과 똑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겐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의 능력 또는 운명이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능력론과 운명론. 영화에서 장기밀매업자의 사기 행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비롯 많은 '만약에'들에 안타까움을 표할 수밖에 없는데, 일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다. 누가 해줄 수 있을까, 누가 해야만 할까. 


일련의 행위 원인을 들여다보았다면, 일련의 행위 결과를 들여다볼 차례다. 물론 영화에 나온 두 캐릭터들로만 일반화시킬 순 절대 없겠지만, 작은 표본을 도출할 순 있을 것이다. 이들의 행위 자체는 아무리 자신의 삶의 이유를 잃고 남은 삶을 포기해버렸기로서니 분명 악마적이다. 직접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했으니 더욱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악마'의 타이틀을 붙일 순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같은 짓을 저질렀지만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안나 하렌트가 아이히만을 두고 주장한 '악의 평범성'을 대입할 수 있을까. 거기에 어떤 깊이나 악마적 차원은 없었던 만큼 최소한 어느 정도는 맞는 면이 있겠다. 


그들은 내재된 악마의 목소리를 따랐다기보다, 상황이 던진 복수의 목소리를 따랐다. 즉, 누구도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그정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그에 버금가는 짓을 행할 수 있는 요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이히만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행했다는 것처럼, 그들도 그저 그들에게 주어진 복수의 임무를 충실히 아니, 어쩔 수 없이 행했다. "너 착한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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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복수, 복수는 나의 것, 사회, 악, 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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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명적이고 우아한 복수가 있을까 <녹터널 애니멀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7. 2.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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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톰 포드의 <녹터널 애니멀스>


<싱글맨>으로 엄청난 데뷔를 한 디자이너 출신 감독 톰 포드의 두 번째 작품 <녹터널 애니멀스>. 이번엔 어떤 영화를 선보였을까? ⓒUPI 코리아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에서 호화스러운 옷을 입고 홀로 앉아 있는 수잔(에이미 아담스 분), 계속해서 입을 축이고 출입구만 바라볼 뿐이다.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누군가는 오지 않는 것 같다. 레스토랑은 점점 비고, 수잔의 눈도 점점 공허해진다. 그녀는 누구를, 왜 기다리는 것일까. 


이어지는 상상초월 비만 체형 여자들의 나체쇼, 그리고 전시. 아트디렉터인 수잔의 작품이다. 그녀는 자타공인 모든 걸 다 가진 여자, 하지만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 연유는 무엇일까. 어느 날, 전남편 에드워드가 감수해달라고 그녀를 생각하면서 지었다는 소설 한 편을 보내온다. 제목은 <녹터널 애니멀스>, '야행성 동물'이다. 


소설은 세 가족이 텍사스로 휴가를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밤새도록 달리는 차, 그들 앞을 두 개의 차가 가로막는다. 대항하는 토니, 실랑이가 시작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이 엄청난 파국을 일으킨다. 수잔은 이 폭력적이지만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에드워드를, 그리고 에드워드와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녀의 현재, 그녀와 에드워드와의 과거, 소설은 무슨 관계일까?


여러모로 완벽한 영화 


영화는 여러모로 완벽한 모습을 선보인다. 원작의 완벽한 플래쉬백을 중심으로 색감, 배경, 음악, 연기까지 완벽한다. 미장셴? 물론 완벽하다. ⓒUPI 코리아



'퀴어 영화'라는 장치로 '상실'의 무서움을 관능적인 색감으로 표현해 낸 데뷔작 <싱글맨>으로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으며 대가의 길을 걷게 된 '톰 포드'의 두 번째 장편 <녹터널 애니멀스>다. 오스틴 라이트의 1993년 작 <토니와 수잔>을 원작으로, 본래 지닌 색감의 장점에 더해 원작이 가진 자연스럽기도 하면서 지극히 상징적인 플래쉬백, 액자 구성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 거기에 배경과 음악과 연기까지 완벽했다. 얼마나?


영화는 세 곳의 배경을 오간다. 수잔의 현재 LA, 수잔이 회상하는 에드워드와의 과거 뉴욕, 에드워드의 소설 속 텍사스. 세 곳의 질감은 물론 색감은 완전히 다르다. LA는 겉으로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속으로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수잔의 삶을 대변한다. 뉴욕은 에드워드와의 핑크빛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어 눈발이 날리는 중에도 따뜻하게 보인다. 텍사스는... 수잔으로부터 에드워드가 느꼈던 치욕을 생각나게 한다. 


배경에 따라 음악과 연기 또한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 말 없이 허공만을 응시하며 소설을 읽는 수잔은 왠지 굉장히 늙어 보이고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우울하기 짝이 없다. 뉴욕에서의 수잔과 에드워드는 특별할 게 없다. 그저 사랑이 있을 뿐.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는다. 텍사스의 토니는 끔찍하고 처참한 상황을 겪었기에 세상을 다 산 느낌이다. 하지만 그는 약해빠졌다. 음악은 우울하고 날카롭고 괴롭고 허허롭다.


굴지의 디자이너 출신 감독 톰 포드의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미장셴은 스케일이 훨씬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밀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미시적인 미장셴과 더불어 거시적인 미장셴도 선보일 수 있으니, 정녕 영화 미장셴 거장의 진정한 탄생이다. 불과 두 편만에 말이다. 


치가 떨리는 메타포, '치명적 복수'


영화 속 소설 제목이 <녹터널 애니멀스>다.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치가 떨리는 메타포이자 수잔을 향한 에드워드의 치명적 복수다. ⓒUPI 코리아



본래, 소설 속 소설이었을 영화 속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는 그 자체로 완벽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지녔다. 수잔도 읽고 빠져들었는데, 나 또한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소설이다. 사실, 스토리는 별다를 게 없는데 그 분위기가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 같다. 야밤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 날새고 밝혀진 참혹한 현장, 시간이 흐를 수록 소설 외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바로 소설 속 토니와 수잔과의 연관점이다. 


토니는 사실 에드워드의 분신인 바, 소설은 에드워드가 '수잔을 위해' 쓴 것이다. 정확히는 '수잔을 향해' 날리는 치명적인 복수라고 해야 할까. 이토록 치가 떨리는 메타포는 소설, 영화를 통틀어 정녕 오랜만에 느껴본다. 일찍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느껴보았는데, 그보다 더한 과격함을 느꼈다. 


그렇다, 과격. 수잔이 읽게 된 소설, 수잔을 향한 복수의 칼, "네가 한 짓으로 내가 받은 상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나의 분신 토니가 받은 지독한 상처보다 더 한 것이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햇길래? 사랑하는 사람끼리 줄 수 있는 최악의 상처가 무엇일지?


우리가 알 수 있는, 에드워드에게 수잔이 준 상처의 수위는 높지 않다. 아마도 원작에는 자세히 나와 있을 건데, 영화에서는 극도의 편집술을 동원해 살짝씩 보여주며 그 치명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모든 걸 뒤로 한 채 '사랑'을 택한 그들, 하지만 수잔은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그 '사랑'을 뒤로 한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는 사소한 걸로도 절망을 맛볼 수 있다


사랑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은가. 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이고 절망적일 수 있다. 사소한 걸로도 말이다. 이 영화는 그 면모를 잘 보여준다. ⓒUPI 코리아



'사랑이 전부다.' '사랑은 수단일 뿐이다.'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명제가 정답일까. '정답은 없다'는 명제가 정답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맞다. '사랑'이 없으면 삶 또한 없다고 말이다. 전부건 수단이건 아무것도 아니건, 우린 사랑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언젠가 있었을 사랑의 배신 때문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의 무관심 때문에 그리 생각할 것이다. 


사랑만큼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도 드물다.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아프고 활기차고 억울하고, 거의 모든 감정들이 누가 봐도 알만큼 겉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있지 않은가. 무심코 냇물에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큰 상처를 입거나 죽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구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돌멩이를 던진 이는 알 수가 없다. 


말 한 마디, 동작 하나, 표정 하나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는 것이다. 당사자는 절대 모를, 아니 당사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수잔은 에드워드가 보내준 소설을 읽으며, 과거 그녀가 그에게 한 짓들을 되새긴다. 그전까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카메라의 구도, 전체적인 분위기, 특유의 오프닝과 엔딩은 전작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걸 알게 한다. 미장셴과 스케일의 확장, 조금 더 심도 있게 짜맞춘 스토리라인 등은 그가 성장하고 있음을 알려주지만, 앞엣것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확장하고 깊숙이 들어갈 것들은 그리하고, 전작의 영향을 너무 짙게 받을 수 있을 요소들은 옅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하겠다. 가히 후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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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보여주려는 것은 슈퍼 히어로 개개인의 찌질한 이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5.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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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기대를 많이 했다. '마블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는 수식어가 개봉 전부터 난무했다. 얼마전 개봉한 DC '배트맨과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저조한 평가와 흥행을 완벽히 대체해줄 초대형 블록버스터 오락물임이 분명했다. 또한 '어벤저스 팀'에서 토르와 헐크가 빠진 대신 스파이던맨과 앤트맨이 합류해 전혀 새로운 조합이 탄생할 것을 기대했다. 


결정적으로 '내부 분열'이라는 소재도 흥미로웠다. 아이언맨으로 대표되는 '정부군'과 캡틴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반정부군'의 대립이 당연히 아이러니하게 다가와 전에 없는 궁금증을 유발했다. DC의 <다크나이트>나 마블의 <엑스맨>처럼 선악 구도를 탈피한 빅히어로들의 진지한 고민과 방향을 논할 거라 생각했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액션은 물론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그 의도는 좋았지만 마지막으로 치달수록 그 훌륭함이 사라졌고 반면 액션과 긴박함은 좋았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마블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 칭할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선 한층 더 깊이 들어가 감독의 의도를 봐야 한다. 


슈퍼 히어로 어벤저스팀의 내부 분열


<시빌 워>는 어벤저스 팀을 대표하는 두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고뇌에서 시작한다. 먼저 캡틴 아메리카는 어김 없이 동료들과 함께 악을 처단하기 위해 출동해 동네방네 휘저으며 상대하고 있었다. 그건 일상다반사라 그렇다 쳤지만, 우두머리 격을 처리하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게 된다. '뜻하지 않은 실수'였다. 캡틴 아메리카와 동료들은 이 문제로 괴로워한다. 


한편 아이언맨은 사업 설명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누군가와 마주친다. 그녀는 아이언맨이 악을 처단하기 위한 성전에 참여했을 당시 그 여파로 뜻하지 않게 죽음을 당한 아이의 엄아였다. 아이언맨은 전에 없는 고민에 휩싸인다. 


그런 그들 앞에 국무장관이 찾아와 난데 없는 '슈퍼 히어로 등록제'를 들이민다. 어벤저스의 악 처단 성전이 너무 무분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그들의 행동이 가져온 선의의 피해자들이 너무 많이 속출한다는 이유였다. 일면 합당한 이유가 있는 셈인데, 이로 인해 어벤저스는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팀과 찬성하는 아이언맨 팀으로 분열한다. 결국 법에 저촉되는 캡틴 아메리카 팀을 아이언맨 팀이 쫓는 모습이 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난데 없는 '슈퍼 히어로 등록제' 출현에 분열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시빌 워>는 어벤저스 팀이 반드시 부딪힐 문제를, 풀어야 할 숙제를, 비록 힘들지만 짚고 넘어가는 모습을 취한다. <엑스맨>이나 <다크나이트>처럼 자신들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보다 철학적이고 고차원적인 모습 말이다. 문제는 그 모습이 분열 과정에서만 조금 격렬하게 보여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복수와 개인적인 우정으로 치환된다. 분명 소중한 것이긴 하겠지만, 우주까지 뒤흔들 만한 어벤저스의 존재를 뒤흔들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 특유의 투박하고 박진감 넘치고 오밀조밀하기까지 한 면을 잘 살렸다. 거기에 '선의의 피해자들 속출'을 의식한 듯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전투가 없어 장점이 극대화 되었다. 토르와 헐크가 빠지고 스파이더맨과 앤트맨를 합류시킨 건 그런 의미에서 어쩔 수 없었지만 적절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들은 <시빌 워> 액션의 화룡정점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캐릭터 간의 갈등과 고뇌가 깊어야 했다. 캡틴 아메리카 팀이 도망을 다니면서까지 모두를 위한 일을 하려 하는데, 그게 어느 순간 친구 버키를 위한 것이 되면 안 되었다. 버키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확신하는 블랙 펜서의 순수한 개인적 복수심이 아이언맨 팀의 '슈퍼 히어로 등록제' 찬성의 논리와 함께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서 영화 중반에는 버키가 사건의 중심이 되버린 듯한 인상이었다. 영화의 논점을 흐리면서 산으로 가기 쉬운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캐릭터 간의 갈등과 고뇌가 더 깊어야 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진짜로 보여주려는 것은 슈퍼 히어로 개개인의 찌질한 이면?


그런데 영화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영화가 조금은 달리 보인다. 어벤저스 팀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결국은 히어로 각각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것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팀을 논할 수 없지 않을까. 


결국 그들도 인간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없을 출중한 능력을 지녔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의적으로 목숨 바쳐 세계를 구하지만, 그들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인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슈퍼 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싼 팀의 분열과 대립이 아닌 슈퍼 히어로 개개인의 찌질한(?) 이면이었다면, 영화는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한 지점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도 그 둘을 이어주는 끈이 빈약한 건 사실이다. 그 끈은 다름 아닌 버키인데, 쉴드의 숙적 히드라가 만든 비운의 존재이자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이다. 그가 누명을 쓴 가운데, 캡틴 아메리카 팀은 그의 뒤에 더 큰 무엇이 있다는 걸 알고 그와 함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아이언맨 팀이 쫓고. 그 와중에 버키를 둘러싼 개인적 원한과 우정이 대결한다. 


이 영화에 용두사미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앞과 뒤는 좋은데 가운데가 부실해 보인다. 그 때문에 뒤에서 말하고자 한 것이 앞에 비해 가려진 것이리라. 그것이 앞에 비해 덜 철학적이고 덜 히어로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빌 워>는 조금 독특한 시선으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마블 사상 최고의 작품'이란 수식어가 완벽히 와 닿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어벤저스 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즉 이 영화에서 진짜로 말하고자 했던 바가 아니었던 바로 그 문제는 다음 편에 나올 거라 예상해본다. 그런 면에서 <시빌 워>는 전초전이었다. 그때 비로소 어벤저스 팀의 운명이 판가름날 것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어벤저스 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다음 편에 나올 것 같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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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오스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버넌트>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1. 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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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 <레버넌트>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거짓말 같은 실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으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얼핏 생각나는 작품도 몇 가지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애비에이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그리고 <타이타닉>도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무래도 기막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연이면 모든 포커스가 그에게 몰리기 마련이다.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약관의 나이 때부터 꽃미남의 원 톱 주연으로 수많은 조명을 받아 왔기에, 어느 정도에 이르러서는 중압감을 넘어서 오히려 원 톱 주연 영화에만 출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물론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의 존재감은 월등했다. 


글래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기나긴 복수의 여정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 또한 그에게 지극히 어울리는 그런 영화다. 엄연히 이 영화의 주연은 4명, 아무리 좁혀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 2명이다. 하지만 포스터에 오로지 디카프리오 얼굴만 나온 걸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 원 톱 주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더욱이 <레버넌트>는 '거짓말 같은 실화'이다. 디카프리오가 벼르고 벼른 느낌이다. 


영화는 스토리보다 연기와 연출, 촬영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은 이 추운 겨울에 봐도 더할 나위 없는 추위가 느껴지는 개척 시대 이전의 19세기 초중반 아메리카 대륙 서부이다.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아들 호크와 함께 모피 회사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디언 족의 습격을 받아 큰 타격을 받고 도망 다니던 중,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받는다. 


그 타격으로 인해 글래스는 말도 할 수 없고 앉을 수도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멀지 않아 죽을 거라고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대장 헨리(돔놀 글리슨 분)은 남은 인원들이 힘을 합쳐 그를 이송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지형이 나타나자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와 브리저(윌 폴터 분)에게 그를 잘 돌보고 장례식을 잘 치러줄 것을 명하고 자리를 뜬다. 


피츠제럴드와 브리저, 호크 그리고 글래스. 피츠제럴드는 글래스와 호크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글래스에게는 빨리 죽음을 맞이할 것을, 인디언 엄마에게서 난 자식인 호크에게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었다. 결국 피츠제럴드는 글래스가 보는 앞에서 호크를 죽이고 글래스를 생매장 시킨다. 브리저에게는 인디언 습격 때문에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 후 급히 자리를 뜬다. 영화가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이다. 글래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기나긴 복수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레버넌트>를 만들어낸, 연출과 촬영과 연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전작 <버드맨>으로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다. 또한 <버드맨>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그래비티>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다. <레버넌트>는 이 둘이 다시금 뭉쳐 1년 만에 돌아왔다. 현재 아카데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랜 숙원(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풀어줌과 동시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회 연속 감독상 수상과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의 3회 연속 촬영상 수상이라는 대업적의 신화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 세 명이, 이 세 부분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하겠다. 연출과 촬영과 연기. 이 영화가 추구하는 극사실주의를 위해 오로지 자연조명과 불빛 만을 사용했다는 후문은 이미 전설이다. 당연히 인공조명이 수없이 투입되었다고 알고 있고, 현대 영화 제작에서 그건 너무나 당연하면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런데 그것 제한했다는 건 하나의 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전은 잘하면 칭찬을 받지만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들의 도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촬영 기법은 어떠한가. <버드맨>으로 가공할 만한 롱테이크 기법을 선보인 바 있는 그들이 이번에도 동일한 기법을 들고 왔다. 예를 들어, 말하는 인물이 바뀌어 카메라를 비추어야 할 때면 화면이 바뀌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인물이 바뀌어 카메라를 비추어야 할 때면 카메라가 움직이곤 했다. <버드맨>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롱테이크를 구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광활하고 탁 트인 곳에서 롱테이크를 구사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눈으로 보고서도 그 동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화룡정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영화에서 연기야말로 가장 빛나는 화룡정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색곰에게 온몸을 찢기는 장면은 두고두고 보고 싶지만, 한편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끔찍한 장면이다. 유일하게 CG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토록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 냈으니 회색곰에게도 영예를 안기고 싶은 심정이다. 그 한 장면으로도 특수 효과의 최고봉을 맛보았다. 난 그렇게 탄생한 회색곰도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마지막으로 올리는 건 그에 대한 예의 표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혹자는 톰 하디의 연기,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매드 맥스>에서 얼굴을 가리고 나왔음에도 보여줬던 그의 눈빛 연기를 높게 쳐주고 있지만, 역으로 생각해볼 때 그는 그런 연기에만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를 위한 무대였다. 


목을 다쳐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온몸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의 앞에서 아들이 죽어갈 때 보여준 극도의 분노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관자놀이가 터질 것 같고 이를 악 다물고 손톱으로 피가 날 정도로 손을 꽉 쥐게 만들었다. 그가 조금씩 기력을 되찾으면서도 계속해서 위기에 봉착하고 다시 살아나고를 반복할 때면, 죽지 말고 반드시 살아나 아들의 복수를 할 것을 기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꼼짝 없이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함께 한 말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모두 꺼낸 후 발가벗은 채로 그 안에 들어가 체온을 보존해 죽지 않은 장면을 봤을 때는, 실제로 몸이 바르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히며 손이 차가워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쳐 어떤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맛보게 해주었다. 디카프리오의 팬이 되었다. 그의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적이 몇몇 있었는데, 이 영화 또한 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왠지 앞으로도 더더욱 정진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본 것 같다. 인간이 생존과 복수라는 본능에 충실할 때, 저리도 위대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간의 고뇌를 얘기하는 영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작금의 할리우드에서 이런 영화가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니, 감사하다고 할까? 이성의 극단 세계에서 본 본성의 극단은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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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그래비티, 레버넌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롱테이크, 버드맨, 복수, 실화, 연기, 연출, 촬영, 추위
  • BlogIcon 空空(공공)
    2016.01.29 10:21 신고

    디카프리오를 조금 더 아시려면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도
    한번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BlogIcon singenv
      2016.01.29 11:04 신고

      네, 잘 알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올랐는데,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에게 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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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신작 영화-1311 둘째주

내맘대로 신작 수다 2013. 11. 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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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친구 2>

2013년 11월 14일 개봉, 곽경택 감독, 유오성·김우빈·주진모 주연, 느와르


2001년에 개봉해 전국 820만 명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마초 영화의 1인자 곽경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친구들 4명 중에 '준석이'(유오성 분)만이 돌아왔다. '동수'(장동건 분)은 준석이에게 죽었으니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야기는 동수가 죽은 지 17년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 즉, 준석이가 동수를 죽이게 된 죄로 17년 간 감옥에서 복역한 후 돌아온 것이다. 한편 그의 아들로 '철주'(주진모 분)는 아버지가 복역하게 된 후 흐터졌던 조직을 다시 결합시키기 위해, 감옥 안에서 만난 준석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성훈'(김우빈 분)을 오른팔로 둔다. 사실 성훈은 죽은 동수의 숨겨진 아들이었다나 뭐라나.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자란 성훈. 자기 아버지의 절친이자 자기 아버지를 죽인 준석을 아버지처럼 따른 것이다. 어느 날 성훈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철주. 과연 어떻게 될까? 눈물과 우정과 배신과 딜레마 등이 뒤엉켜 난무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재개봉되는 영화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나 1990년대, 2000년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들을 다시 재개봉하여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에 부응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12년 만에 돌아온 <친구 2>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솔직히 그 저의를 잘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 것이고, 곽경택 감독의 슬럼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여 년 사이에 조폭 영화도 많이 바뀐 것이다. 얼마 전 <신세계>처럼, 단순히 배신과 욕망이 점철된 스토리가 아닌 그보다 더욱 지독한 딜레마가 가미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스토리 상으로 보았을 때 <친구 2>에도 딜레마가 나온다. 바로 성훈의 딜레마이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아버지처럼 따른다. 그런데 너무 식상하다는 점이 흠이다. 





<더 파이브>

2013년 11월 14일 개봉, 정연식 감독, 김선아·마동석·신정근 주연, 스릴러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웹툰 원작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다만 원작의 파워도 영화의 파워도 많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같은 날 개봉하는 <친구 2>에게 밀리는 감은 보이지 않는다. 

<친구 2>가 워낙에 기대가 되지 않는 작품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친구 2>와 개봉관 수와 러닝타임까지 비슷하다고 한다. 거기에 <친구 2>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더 파이브>는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다. 국내 영화 배급사 빅2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 2>나 <더 파이브>나 결국에는 저번 주에 개봉한 <토르: 다크 월드>에 밀릴 것으로 예상해본다. <더 파이브>는 홍보가 많이 되지는 않은 듯한 느낌이다. 배급사가 돈이 없어서 그러진 않은 것 같고, 그냥 영화 자체가 계절에 안 맞는 것인가? 감독이 특이하다. 원작 웹툰의 작가가 영화의 감독을 맡았다. 아무래도 웹툰을 그리며 영화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스토리는 인기 웹툰이 원작인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최악의 연쇄 살인마가 나오고, 그에 의해 행복이 송두리째 찢겨나간 한 여인이 나온다. 그 여인이 핏빛 복수를 시도한다. 그리고 꼭 5명이 모여야만 복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어져갈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들에는 기대가 간다. 김선아, 마동석, 신정근, 온주완 등.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였다. 단순히 네임벨류로 캐스팅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고 믿음이 간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친구 2>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왠지 모르게 2등 싸움이 될 것 같은 슬픔 예감이 드는 <친구 2>와 <더 파이브>의 대결. 나름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더 파이브>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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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김선아, 김우빈, 더 파이브, 동석, 동수, 마동석, 복수, 신정근, 연쇄 살인마, 웹툰, 유오성, 주진모, 친구, 친구 2
  • BlogIcon 귀여운걸
    2013.11.16 07:59 신고

    친구2 보다는 더파이브가 더 마음에 들어요~
    내일 영화보러 가야겠네요^^

    • BlogIcon singenv
      2013.11.16 14:15 신고

      저도 영화 보고 싶네요!
      근데 나가기가 귀찮네요 ㅋㅋ;;

  • BlogIcon 오렌지수박
    2013.11.16 14:51 신고

    친구2 보고싶긴 한데 전작을 안봐서 애매하네요^^;;

    • BlogIcon singenv
      2013.11.17 16:30 신고

      친구2는 평가가 상당히 안 좋더라구요~
      참조하세요 ㅋ

  • BlogIcon Hansik's Drink
    2013.11.16 17:55 신고

    재미나 보이는 영화들이네요 ㅎㅎ
    잘 알아 갑니다 ^^

    • BlogIcon singenv
      2013.11.17 16:30 신고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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