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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데이비드 핀처가 그린 '직업으로서의 킬러' <더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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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킬러> 포스터.

 

데이비드 핀처는 최고의 CF,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시파 감독이다. 촬영, 편집으로 영상미를 극대화시키고 CG 사용을 꺼리지 않으며 사운드를 과감히 사용한다. 그렇게 10년 넘게 스타일리시한 스릴러 영화를 주로 만들다가 이후 드라마 성격이 짙은 서사 중심의 아카데미 노림수(?) 영화를 만들었다. 자타공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거장의 신작은 항상 기대된다. 평작이라도 볼 만할 테고 또 얘깃거리가 있을 테니까. 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애니메이션까지 오가는 핀처의 차기작이라면 더더욱 궁금하다. 무슨 종류의 작품을 들고 왔을지부터 기대되니 말이다. <맹크> 이후 3년 만에 <더 킬러>라는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넷플릭스의 개국공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부터 꾸준히 협업해 오고 있는 바, 이번 작품도 넷플릭스와 함께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킬러>는 알렉시스 놀렌트 작가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1998년 연재를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핀처는 이미 2007년부터 이 작품의 영상화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오래 묵힌 결과물이다. 거기에 <세븐>의 각본을 담당했던 앤드류 케빈 워커가 다시 한 번 각본을 맡았다. 작품은 과연 기대에 부응했을까?

 

단 한 번 실수했을 뿐인데...

 

프랑스 파리의 어느 건물 5층쯤, 아무도 드나들 것 같지 않은 그곳에 중년 남성이 덩그러니 앉아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들여다본다. 그는 돈만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타겟을 암살하는 킬러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타겟, 한시도 놓치면 안 되기에 며칠 동안 잠을 거의 안 자는 수준이다. 자야 할 때면 1분 쪽잠을 자는 정도. 음악으로 집중력을 올리고 워치로 심장 박동을 체크해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그런데 타겟 암살에 실패하고 만다. 그의 사전에 처음 있는 일, 당황할 법도 하지만 성공했을 때와 다름없이 행동해야 한다. 빠른 판단하에, 정확한 루트로, 계획된 행동으로 현장을 빠져나가 도미니크공화국의 은신처로 향해야 한다.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은신처, 하지만 난장판이 되어 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쳐들어왔고 연인이 크게 다쳤다.

킬러는 바로 복수의 길을 나선다. 그 오랜 세월 단 한 번의 실수였을 뿐이지만 그에게 날아든 건 너무 가혹했고 그로선 용납하기 힘들었다. 마땅히 관계자를 모조리 찾아가 들어보고 응징해야 할 것이었다. 물론 그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킬러는 미국 뉴올리언스, 플로리다, 뉴욕, 시카고를 찾아간다. 과연 킬러는 실수의 대가에 대한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킬러의 킬러에 의한 킬러를 위한 이야기

 

넷플릭스는 연말이 다가오면 몇몇 작품을 제한적인 극장 개봉으로 우선 선보인 후 공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듬해 초에 실시될 아카데미 시상식을 노린 작품들이다. <더 킬러>도 그 일환의 하나로 올해 첫 작품이다. 데이비드 핀처, 마이클 패스밴더, 앤드류 케빈 워커를 비롯 음악, 미술, 촬영 등에서 초호화 스탭을 자랑하는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겠다.

영화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킬러의 킬러에 의한 킬러를 위한' 이야기다.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 킬러가 어떻게 암살하는지 보여준다. 다만 엣지가 있어야 하기에 베테랑의 첫 실수, 즉 암살 실패를 다룬다. '킬러는 임무 실패 후 어떻게 수습하는가?'라는 수없이 봐왔던 이야기지만 데이비드 핀처가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핀처는 주지했듯 <세븐>의 각본가를 다시 소환했고 스타일리시의 중심에 있을 편집, 촬영, 의상, 미술, 음향 등 거의 모든 스탭에 핀처 사단을 총출동시켰다. 정확히는 전작 <맹크>의 스탭을 거의 그대로 이식시켰다. 그의 스타일리시가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다. 이 영화의 경우 다른 누군가가 메가폰을 잡았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지 모를 평이한 스토리를 가졌지만, 핀처였기에 눈에 띄고 또 뭔가 남는 게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직업인의 비애, 킬러의 세계

 

킬러는 죽여야 할지 말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들마다 주기도문 외우듯 복무신조를 복창하듯 같은 말을 되낸다.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마라. 아무도 믿지 마라. 이점을 포기하지 마라. 보수가 따르는 싸움에서만 싸워라. 공감하지 마라. 단계마다 자문하라.' 마치 MZ세대가 회사에서 되낼 것 같은 말들이다. 일종의 직업의식이자 현장점검차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 같다. 계속 듣다 보면 어딘가 코믹스럽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킬러의 비애'가 아니라 '직업인의 비애'를 그렸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하필 처음으로 한 실수가 회사와 클라이언트에 너무나도 큰 피해를 안긴 건이라니. 억울할 만도 하지만 회사는 개개인의 디테일한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견고하게 직조된 결과만을 보고 싶을 뿐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안 나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고자 한다. 냉혹하고 비정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킬러의 복수 여정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개인이 회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일할 때마다 직업 신조를 외우는 일당백 베테랑 킬러의 힘은 매우 강한가 보다. 그 지점이 이 영화의 힘이기도 할 테다. 저 먼 곳의 킬러도 우리네 직업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끌어 당겨 놓고는 그래도 킬러는 킬러잖아 하고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솜씨가 일품이다.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가 즐기면서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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