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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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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두 거대 인맥 네트워크 집단의 실체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1. 1.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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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포스터. ⓒ(주)엣나인필름



2020년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신문에게 뜻깊은 해였다. 1920년 3월 5일 창간한 <조선일보>와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동아일보>의 창간 100주년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두 신문은 2019년 한국ABC협회 일간신문 유료부수 통계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가장 오래된 일간 신문 2, 3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 KBS 사장 정연주가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과 논설주간으로 역임할 당시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두고 '조중동 조폭언론'이라는 단어를 만들며 한데 묶였다. 여러모로 한국을 대표하는 신문들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신문들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실체다. 각각 '1등 신문'과 '민족정론지'를 자처하는 이들은, 1985년의 어느 날 느닷없이 싸운다. <동아일보>가 창간을 기념하는 기사에서 본인들은 민족지, <조선일보>는 친일 기회주의 신문이라며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이후 두 신문의 격론과 논쟁이 계속될 듯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1988년 일명 '5공 청문회'라 불리는 국회 청문회, 국회 언론청문회에 <조선일보>의 방우영 사장과 <동아일보>의 김상만 명예회장이 불려 나왔다. 그 자리에서 방우영은 '친일'이라는 단어에 격한 반응을 보인다. 뉴스타파함께센터가 기획·제작하고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공동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 챕터로 진행되는 바, '앞잡이' '밤의 대통령' '악의 축'이다. 두 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큰 세력을 가진 가문의 일족' 즉, '족벌'로 규정하고 그들의 100년 역사를 되짚어 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친일의 최전선에서


결단코 '친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주들의 말에 전면으로 반박하면서, 첫 챕터 '앞잡이'가 시작된다. 일제가 제국주의 침략 전쟁 '중일전쟁'을 일으킨 1937년 새해 벽두 <조선일보>는 히로히토 부부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 하게 게재한다. 이에 질세라 이듬해 새해 벽두 <동아일보>도 히로히토 부부 사진을 1면 정면에 역시 대문짝만 하게 배치한다. 이때부터 두 신문은 1940년 폐간 때까지 치열하게 히로히토 부부 사진을 올린다. 그런가 하면, 일제의 조선인 대상 육군 지원병 제도를 옹호하며 총알받이로 사라져 간 조선의 청년들을 영웅으로 치켜 세웠다. 


오래된 신화 <조선일보> <동아일보> 강제폐간의 진실은 무엇일까. 두 신문이 사이좋게 1940년에 폐간되고 1945년 광복 후 복간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일제는 자신들을 떠받들기 급급한 두 신문을 찍지 못하게 한 걸까? 이 작품의 첫 번째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문신문통제에 관해 조선총독부가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협의한 최초 경과 개요서를 찾아냈다. 일단, 일방적으로 강제폐간이 된 게 아니라 '협의'를 했다는 게 중요할 것이고 이어 문건에 의하면 두 신문은 폐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조선총독부 측에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냈다는 게 중요하다. 조선총독부로서는 같은 논조의 조선어 신문을 세 개나 둘 필요는 없었다. 다른 하나는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조선어 신문 <매일신보>였다. 


물론, 두 신문의 1937년 이전 논조는 이후와 사뭇 다르다. <조선일보>의 경우, 방응모가 사들이기 전에 명망 높은 독립운동가들이 사장을 맡으며 다양한 성향이 복합적으로 오갈 때도 있었다. <동아일보>의 경우, 그 유명한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문제는, 오랜 역사에 이런저런 연유로 옳은 일과 옳지 못한 일을 하고 난 후 제대로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은 데 있겠다. 1988년 국회 언론청문회 당시 두 신문 사주의 억지 주장에 치를 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군부 독재를 찬양하며


<조선일보> <동아일보> 두 신문의 여정은 광복 후 비로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밤의 대통령' 편에서 자세히 엿볼 수 있는 바, 박정희 군부와 전두환 군부를 지나오며 일제히 정권 찬양에 열을 올린 것이다. 박정희의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지칭하며 합리화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마다 독재 권력을 지지하고 찬양한다. 1972년 유신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여기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신문의 의식 있는 기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1974년, 심각해져 가는 사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동아일보> 기자들은 언론인으로 그대로 남아 있고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하고 출판노조 동아일보 지부를 결성한다. 그 힘으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밀고 나갔고 기자가 기자답게 취재하고 기자답게 보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광고 탄압도 모자라, 자유언론실천협회 핵심 인원들을 해고시켰다. 그런가 하면, <조선일보> 기자들도 사 측의 일방적인 유신독재 찬양 기사에 반박하다가 해고당하기도 했다. 사 측에 반발해 제작을 거부하고 농성하던 수십 명의 기자들 또한 쫓겨났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독재 정권 찬양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달았다. 그 결과로 예상되는 바, <동아일보>의 매출액은 3배 이상 올랐고 <조선일보>의 매출액은 6배 가까이 올랐다. 매출액 기준으로 <조선일보>가 드디어 '1등 신문'이 되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두 신문이 찬양해 마지 않았던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이룩한 1987년 6월 민주항쟁 후 형성된 자유로운 언론 환경에서 두 신문은 훨씬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게 되었다. 두 신문은 향후 어디로 향할까,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 직접 핵심 권력을 형성하게 된다. 


스스로 권력이 되다


1970~80년대 군부 독재 정권을 지지하고 찬양했던 대표 주류 언론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비주류 친서민 노무현 정권에 대대적인 선전포고 후 부정의 융단폭격을 날리기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빌려오면,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하여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해 왔던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하여 민주 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선" 것이다. 눈여겨 봐야 할 건 수구언론들이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했다는 말일 테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두 신문, 아니 두 '족벌'의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은 가히 방대한 인맥 네트워크에 기반한다. 정계, 재계, 관계의 최상위층을 아우르는 혼맥과 전 세계 언론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주 세습으로 누구도 손 쓰기 힘들 정도로 공고히 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차근차근 쌓고 있는 인맥 네트워크는, 비록 문화 환경의 급변으로 두 신문의 영향력과 경제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떨어진 후에도 그들의 뒤를 튼튼하게 받쳐 줄 것이다. 


'악의 축'이라는 제목의 세 번째 챕터야말로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이자 핵심 메시지가 꽉 들어차 있다. 동시에, 재밌기도 하고 얻은 것도 많다. 앞서 두 챕터의 이야기들, 즉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권 하에서 두 신문이 행했던 짓들은 이미 많이 들어서 알고 있기도 했다. 반면, 마지막 챕터의 인맥 네트워크 이야기는 속속들이 생전 처음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었다. 두 신문이 대단해 보이기보다 새삼 무서움과 두려움 그리고 허탈함이 앞섰다. 권력이란 게 어떻게든 한 번 잡으면 참으로 오랫동안 아니,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작품은,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바 뒷부분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이자 핵심 메시지가 배치된 것 같아 작품성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을 테지만 두 신문의 치부만을 끊임없이 내 보여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피곤하기도 했다. 또한, 역시 두 신문이 주인공이었기에 이를테면 <동아일보>의 자유언론실천선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겨레신문> 창간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아 아쉽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밌었고 속 시원했다. 사실만을 전하면서도 블랙 코미디 요소가 다분했던 내레이션이 웃음까지 피식피식 나오게 했다. 진지한 와중에 유머와 풍자를 잊지 말자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그동안의 행적이라면, 그들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1970년대 두 신문의 기자들이 사주의 올바르지 않은 짓에 반발했듯, 두 신문에도 진정한 희망의 빛이 다시 한 번 비출 날이 올까. 이 작품을 다 보고 나니, 그 희망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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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권력, 노무현, 동아일보, 동아특위, 박정희, 인맥, 일제 강점기, 전두환, 조선일보,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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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를 치욕스럽게 비추는, 진실에 가까운 거울 <그때 그사람들>

오래된 리뷰 2019. 5.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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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그때 그사람들>


영화 <그때 그사람들> 포스터. ⓒMK픽처스



80년대부터 스탭으로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임상수 감독, 1998년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등을 통해 풍자 가득한 한국형 블랙코미디의 한 장을 장식했다. 하지만 2016년부턴 영화계에서 잘 볼 수 없다. 


그중 4번째 작품 <그때 그사람들>은 큰 논란거리를 던진 한편, 임상수의 초기작 이후 마지막으로 잘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다. 성도덕 비틀기를 정치 역사 실화로 가져가 '높으신 분들'의 건드리는데, 모자랄 것 없이 훌륭히 해냈다.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총으로 쏴죽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박흥주 수행대령, 박선호 의전과장 등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세부사항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픽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또 그 지점이 이 영화의 재미요소이다. 


1979년 10월 26일


1979년 10월 26일 그때 그 사건.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한 장면. ⓒMK픽처스



박정희, 그가 군사쿠데타 이후 18년째 권력을 유지해오던 1979년 가을 부산과 마산에서 학생과 시민들의 '뜻밖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폭압적인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간단히' 진압해버린다. 시민들은 한껏 움크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게도' 박정희는 총에 맞는다.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 대통령 각하와 김 중앙정보부장과 차 경호실장과 양 비서실장이 자리를 함께 한다. 대통령 각하의 푸념에 양 실장은 비위를 맞추고 차 실장은 핏대를 세우며 김 부장은 조용히 있을 뿐이다. 이 자리의 주타겟은 김 부장, 이전보다 유화적인 정책을 쓰는 그를 향해 대통령 각하와 차 실장이 강하게 할 것을 밀어붙인다. 


안 그래도 헬기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대통령 각하의 옆자리에 앉지 못하고 술자리에서도 차 실장이 2인자 노릇을 해대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인 게 아니다. 이내 그는 민 대령과 주 과장을 불러 거사를 명령한다. 자신이 대통령 각하와 차 실장을 쏘는 즉시 각각 경호실장과 경호팀을 제거하라고 말이다. 계획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된다. 그러곤 김 부장과 민 대령은 마침 저녁을 먹고 있었던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차를 타고 '중정'이 아닌 '육본'으로 향한다. 김 부장은 왜 그랬을까. 


당대를 치욕스럽게 비추는 거울


당대를 치욕스럽게 비추는 거울.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한 장면. ⓒMK픽처스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하루를 다룬다. 그 사건을 전후로 한 준비(?) 과정과 처리(?) 과정 말이다. 하지만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면, 준비나 처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실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김 부장은 아무런 준비 없이 당일 당시에 부하들에게 거사를 명령하고 부하들은 아무 생각없이 따를 뿐이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못될 시 어떻게 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모양새이다. 


김재규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들,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 한몸 희생한 영웅적인 일이라든지 시민들에 의해 정당한 방법으로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렸다든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권력을 찬탈하려다 실패한 것뿐이라든지 말이다. 이 영화는 당대를 비추되, 하루의 한 장소에 집약해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감독과 각본을 맡은 임상수만의 시선으로 보았다. 


임상수의 눈엔 그놈이 그놈이다. 민주주의를 '폭압적으로' 제압하자는 대통령 각하와 차 실장이나, 민주주의를 위해 '혁명'을 했다고 하지만 역시 '유화적으로' 제압해왔던 김 부장과 부하들이나, 이저저도 아닌 빈 껍데기 '술상무'일 뿐인 양 실장이나, 모두 그 자리에서 당대를 정확하게 그래서 치욕스럽게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면, 여대생 품에 아기처럼 안겨 잠드는 대통령 각하나 경호실장이라는 작자가 총에 맞아 손가락이 날라가자 화장실로 숨지 않나 비서실장이라는 작자는 총에 맞지도 않았는데 상 아래로 기어들어가 숨질 않나. 김 부장은 준비도 하지 않고 거사를 치르곤, 처리하는 과정도 전혀 '프로'답지 못하다. 거사를 치르고 난 후부터 한순간도 빠짐없이 오판에 오판에 오판을 거듭하는 것이다. 답답할 노릇. 


진실에 가까운


영화는 진실에 가깝게 그때 그곳의 그사람들을 그린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한 장면. ⓒMK픽처스



결국, 그때 그사람들은 단 한 명도 '쓸모 있지' 않았다.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임상수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이보다 더 '비웃길 수 없을' 정도로 국가를 말 한 마디, 손짓과 턱짓 한 번에 좌지우지했던 그때 그사람들을 그리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과 달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도 생각할 정도이다. 


권력은 만들 수 있고 손에 쥘 수 있고 겉으로나마 따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권위는 만들 수 있고 손에 쥘 수 있지만 따르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때 그사람들의 권력이란 무소불위였을지 모르지만, 권위는 없어진 지 오래였을지 않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권력이 무엇이고 권위가 무엇인지. 또 권력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권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영화는 사실, 그다지 재밌진 않다. 인간군상을 그려내고자 다양한 캐릭터들의 디테일한 부분이 소소한 웃음을 주지만, 대체적으로 사건의 앞뒤 과정이 지루하긴 하다. 특히 후반부에서 시선이 급격히 분산되면서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밀한 초점도 흐려지고 자연스레 재미도 반감된다. 의미도 있고 논란도 많아 생각할 거리도 다양하지만, 영화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너무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외국 영화들은 정치역사 실화를 가져와 다큐멘터리로도 영화로도 자못 훌륭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데, 우리나라에선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러지 못하는 것일 테다. 관심 없는 대중이 먼저인지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창작자가 먼저인지, 그럼에도 언제나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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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1026, 그때 그사람들, 김재규, 민주주의, 박정희, 블랙코미디, 인간군상, 혁명
  • BlogIcon 여강여호
    2019.05.22 13:19 신고

    한국 근현대사만큼 전세계적으로 내부 논란이 많은 나라가 있을까 싶습니다. 친일과 독재의 역사가 왜 논란이 되는지...청산을 못하는 우리 문화 때문이지 싶기도 하고....박정희 관련 영화 리뷰를 보고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9.05.22 13:20 신고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도 말 하지도 못하는 게 참담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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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향한 여러 '미스'들로 박근혜 시대를 엿보다 <미스 프레지던트>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7. 11.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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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스 프레지던트>


평범한 '박사모'를 들여다본다. ⓒ인디플러그



어릴 때부터 부모님 세대에게 옛날 얘기를 자주 들어왔다. 당신들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그보다 살 만해졌지만 엄청난 고생을 했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후자의 끝은 박정희 또는 전두환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을 추모하지도 추앙하지도 않았지만, 흠모의 기운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또 하나 명백했던 건, 모두 평범하다는 것. 


작년 이맘때 축제 같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갔었다. 한번은 너무 일찍 도착해 시청 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어르신들의 행진에 휩쓸릴 뻔했다. 박사모 집회였던 것 같은데, 어느 어르신께서 아내와 나에게 박근혜 홍보를 하는 것이었다. 우린 당황했지만 그분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분은 매우 평범해 보였다. 


김재규가 쏜 총탄에 박정희가 쓰러진 10월 26일에 개봉해 시작부터 모종의 의미부여를 행한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박사모 회원 세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는 알고 싶기는커녕 쳐다보기도 싫은 그들의 이야기, 하지만 세상이 진정 바뀌고자 한다면 알아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 


박정희와 육영수를 영원한 은인으로 모시는 그들


평범한 그들은 박정희와 육영수를 평생의 은인으로 모신다. ⓒ인디플러그



그들은 청주에 사는 조육형 씨와 울산에 사는 김종효, 최순옥 씨 부부다.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사진에 절을 올리며 국민교육헌장을 외운다. 박정희가 없었다면 가난을 철퇴하여 지금에 이를 수 없었다는 생각, 자신으로 하여금 새마을운동에 앞장서 가난 철퇴 선봉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고마움, 박정희를 향한 감사는 당연한 것이다. 인간의 도리다. 


김종효, 최순옥 씨 부부도 박정희를 향한 마음이 조육형 씨와 같다. 배고픔을 해결해준 고마운 분, 인간답게 살게해준 감사한 분. 육영수를 향한 마음도 이에 못지 않다. 천사같은 모습에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닌 그녀의, 천사같은 행동들은 그때 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 그 자체다. 총탄에 쓰러진 두 분을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온다. 누가 뭐라 하든 박정희와 육영수는 마음속 영원한 은인이다. 


그들에게 박정희와 육영수의 딸 박근혜는 한 가족이나 다름 없다. 가족이라면 그 어떤 일을 저질러도 편이 되어줄 수 있거니와 편이 되어야 한다는 정서의 일환으로,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박근혜를 편든다. 거기에 어떤 고뇌나 갈등도 없다. 그건 일종의 종교, 그들은 박정희와 육영수는 숭배의 대상, 박근혜는 한가족이자 동정의 대상이다. 


미스 프레지던트. myth, mis, miss


제목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정희 신화와 잘못한 나쁜 대통령 박정희, 그리고 박정희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디플러그



박정희는 한국근현대사의 절대적 인물이다. 어느 누구도 그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아주 오랜 시간 그 그늘이 한국에 드리우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는 신화적(myth) 대통령이었다. 영화가 제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박정희 신화는 그가 죽은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린 끊임없이 그 신화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우상이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잘못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그는 분명 잘못한(mis) 대통령이었다. 그의 후광을 업고 당선되었던 박근혜, 수많은 불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치명적으로 배신한, 잘못한(mis) 대통령이었다. 영화가 제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의 두 번째다. 그들은 나쁜(mis)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주인공들은 박정희와 육영수를 그리워(miss)한다. 박근혜가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지고 구속 수감 중임에도 그들은 박정희와 육영수를 향한 그리움을 지우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를 향한 마음도 변치 않을 것이다. 그들을 향한 마음이 변한다는 건, 곧 자신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이 박정희와 육영수를 숭배하고 그들과 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잘못된 대통령을 뽑아 잘못을 저질러도 아랑곳하지 않는 건, 모두 자신들의 삶을 긍정하려는 것이다. 그들을 진정 숭배한다기보다 그 험난한 시절을 헤쳐나온 자신들의 업적을 지켜내려는 것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세대들도, 그들의 업적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의 의미


아무 개입없이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인디플러그



영화엔 어떤 입장도 없어 보인다. 감독이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를 연출해 풍자의 끝을 보여준 김재환 감독이기에 상당히 의아하다. 감독이 보기에 이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의 주인공들은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동안 그가 풍자의 대상으로 택한 이들은 미디어, 현직 대통령, 교회였다. 막강한 힘을 가진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기에 풍자를 했던 게 아닐까. 


반면, 조육형 씨와 김종효, 최순옥 씨 부부는 평범한 일반인들이다. 물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할 수 있겠지만, 미디어, 대통령, 교회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로 소명을 다하려 했던 것일 테다. 다만, 앞서 내놓았던 작품들과는 다른 차원의 논란이 예상된다. 


힘있는 자들을 향한 명백한 풍자는, 힘있는 자들을 편들려는 이 또는 당사자들에게 몰매를 맞을 우려가 있다. 그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예견된 수순이다. 반면, 이 영화처럼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힘있는 자들을 편들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행위는 자못 이해가 안 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못받거니와 모두에게 지탄을 받을 게 자명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잘 알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속깊이 들어보고 들여다봄으로써 거대한 통합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 그 어느 때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국을 위해 한몸 희생한(?) 김재환 감독. 그렇지만, 이 영화 하나로 그 갈등의 골이 얕아지기는커녕 더 깊어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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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대통령, 미스 프레지던트, 박근혜, 박사모, 박정희, 신화, 육영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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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봐야 한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7.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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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표지 ⓒ창비


2015년은 유난히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의 기념일이 많다. 광복 70년을 필두로, 한일협정 50주년, 을사조약 110주년, 한국전쟁 65주년 등. 그야말로 한국의 운명을 바꾼 사건들이다. 우리는 이 사건들에 대해, 나아가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든 이들이 독도를 외치지만 독도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지? 애증의 대상인 미국이 보여줬던 그 모습들의 이유는 무엇인지? IMF 사태가 터진 진짜 이유는? 우리는 이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주로 한쪽의 시선으로만 알고 있다. 다른 쪽의 시선으로 볼 생각은 하지 않을 뿐더러, 양쪽의 시선으로 볼 생각은 더더욱 없다. 


흑백논리적 사고가 워낙 강하게 뿌리내려져 있기 때문에, 양쪽의 시선은 중도나 중립이 아닌 '회색분자'의 꼬리표를 남길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인지 흔히 '선명성'을 외친다. 한쪽을 확실히 선택해야 하고, 그래야 뭘 할 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양쪽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봐야 한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창비)의 저자는 양쪽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정치화되고 신화화된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며 한국 현대사는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라진다고 집고 있다. 책은 독도, 과거사 망언, 영토, 식민지 근대화론, 미국, 정전협정, 베트남전쟁, 경제성장, 5·16, 햇볕정책 등 한국 현대사 10가지 주요 이슈를 다룬다. 


이 중에 흥미가 동하는 사건이 몇 개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 베트남전쟁, 경제성장이다.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던 사건도 있고,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서 더 알고 싶게 된 사건도 있으며, 저자가 말했던 양쪽의 시선에 관한 사건도 있다. 특히 양쪽의 시선에 관한 사건에 흥미가 동하는데, 개인적으로 상대주의적인 관점에서 중도파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시선 자체에 관심이 간다.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행했던 수탈, 그리고 일본에 의해 개발된 면모 양쪽 측면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며 전 세계 역사 속에 식민지 수탈과 개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둘은 하나만 오지 않고 필연적으로 같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 저자는 여기에서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지?


베트남전쟁에 관해 알아야 하는 것들


베트남전쟁은 전쟁 그 자체가 세계 현대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예로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지는 바람에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금태환을 정지 시킨다. 이로 인해 달러가 가지고 있던 절대적인 지위를 잃게 되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체제가 흔들린다. 


한편 베트남전쟁 도중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청에 의해 파병을 감행하게 되는데, 사실 이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지키지 못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파병을 한다니? 그런데도 한국이 파병을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한미동맹과 안보적 문제. 이중 안보적 문제를 보면, 한국군이 파병을 하는 대신 주한미군 감축을 없었던 일로 하는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여력이 없어 주한미군을 감축하려 했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무슨 이유가 있던 간에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쟁 특수로 경제적 이익을 상당히 볼 수 있었다. 과거 한국전쟁 때 일본이 전쟁 특수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봤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해 당연히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경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경제성장 부분은 지금의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십 년 전과 지금이 이어져 있다. 저자는 IMF 사태가 일어났던 이유도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경제 위기 해결 때문이라고 말한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 계속 경제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수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수출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정책을 행하다가, 베트남전쟁 특수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출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나타난다. 기업들이 차관을 들여오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주게 되는 것이다. 결국 1969년 이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조사해 보니 건전한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기업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니, 그야말로 남의 돈으로만 편안하게 사업을 했던 것이다. 이 경제위기를 박정희 정권은 사채 동결이라는 반자본주의적 조치를 통해 임시적으로 돌파한다.


1980년은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 당시 왜 경제위기가 터졌는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때의 경제위기는 '구조조정'으로 돌파한다. 부실기업들을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들에 떠맡기며 대신 큰 혜택을 주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재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재벌은 1997년의 경제위기로도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재벌이 커지면서 독과점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국내에서는 엄청난 이익을 보는 대신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본격적으로 자유화가 시작되고 보호무역이 불가능하게 된다. 자연 세계와 상대하게 된 독과점 기업들에게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특히 금융에 크나큰 타격을 입힌다. 


중립의 시선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책은 이처럼 일반적으로 모를 공산이 큰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석하며 한국 현대사를 대할 때 흔히 갈리는 첨예한 대립을 최대한 지양하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그런 주장이 양쪽의 시선에서 모두 안 좋게 보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중립을 자처하는 나의 시선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이 있었다. 그게 비록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면이기도 하겠지만, 책의 10가지 이슈 중 '박정희'와 관련이 없는 게 별로 없었다. 적어도 저자가 보기엔 한국 현대사가 박정희라는 거대한 그림자로 덮여 씌어져 있다는 것인데 씁쓸했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박정희 신화를 제대로 보려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지 않을지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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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광복 70주년, 박정희,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베트남전쟁, 식민지 근대화론, 재벌, 한국 현대사, 한일협정
  • BlogIcon 空空(공공)
    2015.07.27 11:33 신고

    양쪽의 시선으로 보는것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야 이해를 할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도 새로이 조명되어야 할일입니다

  • BlogIcon 늙은도령
    2015.07.28 15:55 신고

    양쪽에서 보는 역사란 가장 위험한 시도입니다.
    기본적인 역사관도 세우지 못합니다.
    사실과 진실은 다릅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8.09 14:32 신고

    흠... 두 분의 말씀이 정반대인 듯하니,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네요ㅋ
    개인적으로는 양쪽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 자신만의 역사관을 정확히 세워 놓은 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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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민낯> 왜곡된 한국 현대사는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3. 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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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 현대사의 민낯>



<한국 현대사의 민낯> ⓒ철수와영희



어릴 때부터 역사를 워낙 좋아해서 한때 역사학자라는 거창하지만 아주 구체적인 장래의 직업을 상정해 놓고 있었던 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람 이름, 사건, 날짜, 지도를 좋아했던 것 같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하며 지나가면 마음 편하겠지만, 마냥 그것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나에게 역사란 단순히 유명한 사람들의 유명한 사건들 나열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왜 그랬는지는 전혀 관심 밖이었다. 마냥 그들이 행했던 무엇을 외우는 게 재미있었던 거다. 커서 어른이 되면 그들처럼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들의 삶과 그 사건이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처럼 재밌게 읽혔던 것 뿐일까? 알고 보면 사실 역사를 좋아한 게 아니었던 걸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유명한 사람들과 유명한 사건들을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진짜 모습을 알기가 참으로 힘들다. 이념적 갈등이 너무나 극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 역사 시간에 들었던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들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 민낯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역사에 무지했던 사실이 드러난다. 단적인 예로,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 되었다고 배웠다는 것. 이게 맞는 사실인가?


진실을 규명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독립운동가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인 김상웅과 출판평론가이자 북칼럼니스트인 장동석이 만나 진실을 규명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한국 현대사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였는데, <한국 현대사의 민낯>이 그 책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서 한국 현대사의 진짜 모습을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은 책이 또 한 번 단계를 넘어서게 해주었다. 


책을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몇 단계나 넘는 경험을 했다. 나라를 세운 아버지라는 뜻의 '국부' 이승만을 두고 신채호 선생이 한 말 때문이다. 3·1 운동이 일어나기 전 미국에 있던 이승만이 미국에 한국의 위임통치안을 제시했을 때, 이를 두고 신채호 선생은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 먹었는데 이승만은 아직 있지도 않은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승만을 우리는 국부라고 칭하며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나. 정확히는 그렇게 부르도록 교육을 받은 것이고. 이승만의 파행은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해방 전후, 전쟁 전후 한국의 비극 중 이승만과 연관된 게 부지기수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가히 괴물 같았던 그는, 한국 초대 헌법 초안이었던 내각책임제조차 대통령제로 바꿔 자신의 권력욕을 산화 시키지 않고 발화 시켰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한국 현대사 최대 비극을 연달아 연출한다. 친일파를 처단할 수 있는 기회였던 반민특위를 해체 시켜 버렸고, 전쟁을 막지 못한 건 둘째 치고 전쟁이 터지자 마자 남쪽으로 도망가며 한강 철교를 폭파 시켜 버린 것이다. 그 북쪽에 있던 사람들, 당시 한강 철교를 건너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그리고 남쪽으로 피신을 가서도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해 국회위원을 잡아 들이기까지 하면서 다시 한 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헌법도 바꾸고, 선거도 불법으로 하는 건 기본이었다. 


인물들과 사건들이 곧 역사를 구성한다


이 책은 이렇듯 짧은 분량에서도 이승만에 대해 많이 다룬다. 그만큼 그의 재조명이 필요하고, 재조명을 할 시 한국 현대사의 민낯에서 가장 더러운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여운형, 김구, 조봉암, 장준하 등을 다룬다. 이들은 하나 같이 비극적인 죽음의 주인공들인데, 개인적으로 여운형의 죽음이 제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당시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신망을 받은 정치가로서, 살아서 그 뜻을 올바르게 펼쳤다면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뒷부분에는 이승만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의 민낯을 다뤄야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박정희가 다뤄지는데, 몰랐던 사실이 드러난다. 박정희가 행했던 쿠데타는 1번으로 1961년의 5·16만 알고 있는데, 사실 10 여 년 전인 1952년에 쿠데타 모의가 있었다고 한다. 6·25 전쟁이 한창인 당시, 이승만 정권을 타도할 목적으로 쿠데타를 모의 했는데 수뇌부의 동의를 얻지 못해 좌절되고 말았다. 


박정희 독재 정권 반대의 최선봉에 있었던 장준하 선생. 그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이전의 여운형, 김구, 조봉암의 죽음과 궤를 같이하는 느낌이다. 배후를 알 수 없는 죽음, 배후는 알지만 미심쩍은 죽음, 이유도 있고 배후도 있고 미심쩍지도 않지만 안타깝기 그지 없는 죽음까지. 한국 현대사에서는 왜 이렇게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지, 왜 이렇게 세상을 바꿀 만한 이들의 석연찮은 죽음이 많은지. 


이들의 죽음, 그 진상만 제대로 밝혀져도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어느 정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이들의 삶이라도 제대로 서술 되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유명한 인물과 사건들이 곧 역사를 구성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내가 역사를 보고 느끼는 방식이 그렇게 잘못된 건 아닐 테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제대로 밝혀야 할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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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대한민국, 박정희, 여운형, 역사, 왜곡, 이승만, 장준하, 조봉암, 친일파, 한국 현대사, 한국 현대사의 민낯
  • BlogIcon 空空(공공)
    2015.03.20 09:14 신고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제대로 알기위해서라도
    일독을 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 BlogIcon singenv
      2015.03.22 16:44 신고

      은근 재미도 있었어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03.21 01:27 신고

    그 당시 주요 인물들의 후손들이 지금도 떵떵거리면서 살고있는 지금 시대에 진실이 밝혀지기는 어렵겠지요.

    • BlogIcon singenv
      2015.03.22 16:45 신고

      힘이 축 처지네요ㅠㅠ

  • BlogIcon 언젠간날고말거야
    2015.03.22 22:07 신고

    솔깃하네요. 기회되면 꼭 사 보겠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3.29 19:11 신고

      얇지만 굵은 책이에요! 재밌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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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에 부쳐] 권력의 심장을 향해 쏴라...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생각하다 2014. 10. 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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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에 부쳐] 권력 암살의 빛과 그림자


영화 <영웅> 포스터 ⓒ 코리아픽쳐스

중국 영화 <영웅>을 보면 파검(양조위 분)이 사막에 글자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天下'. 무엇을 뜻하는가? 사전을 참조하면 하늘 아래 온 세상, 한 나라 전체, 온 세상 또는 한 나라가 그 정권 밑에 속하는 일 등의 뜻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인데, 중국 전토를 말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왜 파검은 '천하'라는 글자를 쓰는가? 전국시대를 통일한 사람은 그 유명한 '진시황'(진나라)이다. 이 영화에서 진시황은 통일을 직전에 두고 있었는데, 그를 암살하려 하는 전설의 검객 중 한명이 파검이다. 그들은 모두 진시황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개인적으로 원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파검은 평화주의자다. 고심 끝에 결국 진시황 암살을 포기하고 무명(이연걸 분)이라는 검객에게 기회를 넘기면서 천하라는 글자로 자신의 뜻을 밝힌다.

 

"개인의 사사로운 원한은 전란 속에 희생당하는 백성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사사로운 것이다. 연과 진의 원한도 천하라는 대의 아래에서는 사사로운 것이다."

 

그 뜻을 풀어보면 대략 위와 같다. 개인적인 원한으로 진시황을 죽이게 된다면 천하는 또 다시 혼란에 빠져 백성들은 도탄에 빠질 것이다. 그럴 바에야 내가 천하를 위해 희생하겠다. 결국은 무명조차 천하를 위해 희생을 하게 되면서 영화를 끝을 맺는다.

 

이처럼 절대 권력은 양면성을 갖는다. 어떤 사람들로부터는(대부분 절대 권력이 확립된 이후) 태평성대라 칭송받고, 어떤 사람들로부터는(대부분 절대 권력을 차지하는 중) 최악의 인권탄압 내지 독재시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누구의 말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인류 역사상 그런 사례는 무수히 많으니까.

 

권력 암살자들

 

20세기 초 중국 대륙을 놓고 공산당과 국민당이 자웅을 겨루고 있을 때다. 만주 군벌인 장쉐량은 일본에 의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일본에 맞서 싸우지만, 1931년에 있는 만주사변으로 근거지를 잃고 국민당 정부의 휘하에 들어간다. 하지만 장제스(국민당)은 국내 통일 이후 외세(일본 등)에 맞서 싸우는 전략 하에, 장쉐량으로 하여금 공산당에 대응하게 한다. 결국 공산당은 국민당의 공세로 인해 대장정을 떠나게 되고, 장쉐량을 동북군 사령관으로 임명해 공산당 본거지를 공격하게 한다.

 

공산당에 대항해 싸우기보다 먼저 힘을 합쳐 일제에 대응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한 장쉐량은, 1936년 12월 12일(공교로운 날짜다)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기 위해 시안을 방문한 장제스를 체포, 구금한다. 이를 '시안사변'이라 하는데, 공산당에게는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장쉐량의 제안 하에 국민당과 공산당은 12월 25일에 제2차 국공합작에 동의한다.

 

이후 장쉐량은 장제스에 의해 죽기 10년 전까지 구금 아닌 구금과 감시를 당한다. 권력자를 암살하진 않았지만, 권력을 암살하려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의 행동은 결과론적으로 또 다른 독재자 '마오쩌둥'을 탄생시켰지만 말이다.



왼쪽의 장쉐량과 오른쪽의 장제스



여기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소개한다.

 

"브루투스 너마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율리우스 카이사르> 중 가장 유명한 대사로, 극 중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당할 때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다.

 

기원전 44년, 카이사르가 황제가 되려 한다는 불안이 귀족 전체에 번지면서,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그 중에는 카이사르가 총애해 마지않던 데시무스 브루투스도 끼어 있었다. 3월 15일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회랑 앞에서 14명의 귀족들에게 둘러싸였고, 그들의 칼에 맞아 죽고 만다.

 

이후 안토니우스, 레피두스, 옥타비아누스의 제2차 삼두정치가 성립하게 되고 암살파들과의 내전에 돌입하여, 암살파가 모두 제거된다. 결국 카이사르의 1인 독재를 막기 위한 카이사르 암살은 이후 옥타비아누스가 황제가 됨으로써 빛이 바랬다.



암살당하는 카이사르



누군가가 연상되지 않는가? 우리나라 현대사가 낳은 비극(여러가지 의미로) 중 하나인 10·26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그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1979년 10월 26일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라는 노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사람들이 생각날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의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

 

1961년 5·16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18년간 권좌에 있으면서 1인 독재로 한국을 이끌었다. 1972년 10월에는 유신체제를 선포함으로써 비민주주의적 모순이 극에 달했고 결국 1970년대 후반으로 넘어 오면서 그 동안의 정치·경제적 모순들이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중화학공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군철수라는 카드를 이용해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려 하였으나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거부해 한·미간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이외에 1978년도와 1979년도는 정치적으로 무수히 많은 악재를 낳았다. 특히 1978년에 치러진 10대 총선에서 야당인 신민당이 여당인 공화당을 앞지르게 되어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민심은 바닥을 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정희의 퇴진을 요구하는 '부마사태'가 벌어지고, 박정희 대통령은 차지철의 입장을 수용해 강경진압을 채택하자 차지철의 견제로 김재규는 퇴진위기에 몰리게 된다. 결국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의 만찬 도중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을 그 자리에서 사살하게 된다. 그는 왜 대통령을 암살해야만 했나?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시해 현장을 재연하고 있는 김재규. ⓒ 1980 보도사진연감



다음은 김재규 최후진술 중 일부이다.

 

"저의 10월 26일 혁명의 목적을 말씀드리자면 다섯 가지입니다. 첫번째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요, 두번째는 이 나라 국민들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는 것입니다. 또 세번째는 우리 나라를 적화로부터 방지하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혈맹의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가 건국이래 가장 나쁜 상태이므로 이 관계를 완전히 회복해서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국방을 위시해서 외교 경제까지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 국익을 도모하자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다섯번째로 국제적으로 우리가 독재 국가로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씻고 이 나라 국민과 국가가 국제 사회에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저의 혁명의 목적이었습니다."

 

목적과 경과, 결과도 중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죽었고 유신은 끝을 맺었다. 카이사르가 죽고 1인 독재는 막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그보다 더한 황제를 낳았고, 박정희의 죽음은 또 다른 군사 독재자를 낳게 된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권력 투쟁은 곧 정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많은 사례들은 권력 투쟁인 동시에 정치 투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기는 천차만별이다.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 같은 경우엔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데 박정희의 차지철 총애에서 오는 김재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위기,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미국에 의한 암살설, 우발적 행동설 등이 있다. 브루투스의 카이사르 암살 사건은 권력 내 투쟁, 장쉐량의 시안 사건 같은 경우는 권력 외 투쟁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권력 암살자들은, 권력자 암살 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권력자가 여러 한계로 인해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시기일 때도 있었다. 즉, 굳이 암살로 권력자를 끌어내지 않더라도 곧 스스로 무너질 시기였다는 것이다. 일본제국의 항복으로 대한민국이 광복될 당시, 미국에 의해 일본제국이 항복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대외적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는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수없이 행해진 권력 암살은 옳았던 선택일까? 아님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한 쓸데없는 일이 되는 것인가? 이미 지나간 역사를 들추어내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일이지 않은가. 역사는 흘러가고, 결국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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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권력 암살, 김재규, 박정희, 브루투스, 시안사변, 심수봉, 영웅, 장쉐량, 장제스, 절대 권력, 춘추전국시대,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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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라면, 과연 대통령을 파헤칠 만하다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3. 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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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 ⓒ트리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예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하기만 해도 끌려가 맞았다고 한다. 물론 좋지 않은 말을 했을 경우겠지만, 가히 제왕적 통치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어딜 가나,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 있는 대통령의 '용안(龍顔)'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국가적 권위를 자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을 무 씹듯 씹어 대는 시대이다. 특히나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때는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이는 그만큼 한국이 민주화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새삼 말하기도 뭐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익히 알려진 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발췌개헌과 초대 대통령 중임 제한을 철폐한 사사오입 개헌으로 3선 12년 동안 독재를 한 것이다. 순전히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생겨난 헌법들이고 독재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시작은 이후 계속되는 불행의 단초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시각은 굉장히 아마추어적이고 단면적이다.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했던 모든 일을 두루 살피고 제시하는 의견이 아니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윤여준 전 장관, 이상돈 교수, 이철희 정치평론가가 함께 대통령을 이야기한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미디어 트리거)에서는 이승만에 대한 중론이 부정적이지만, 그럼에도 이승만의 업적을 말한다. 국제 정세에 밝은 이승만이었기 때문에 남한의 공산화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이어서 이들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11명 중 윤보선, 최규화를 제외한 9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산업화와 유신 독재라는 빛과 그림자가 선연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의견은 활발히 오가며 "인정할 건 인정하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는 거의 같은 의견을 보인 반면,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의견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정권"이라는 의견을 같이 한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에 성공한 이들에 대한 확연히 다른 의견이다. 그 차이는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개인의 신념과 역량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전두환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들 간의 의견은 거의 박정희와 같다. 즉, 그들이 잘했던 점과 잘못했던 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보는 사람들 간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두환처럼 완전히 한 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내세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좋지 못한 대통령이 있었던 반면, 시작부터 휘청거리며 임기 내내 힘들었던 대통령도 있었다. 


그런데 17대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러서 이들 3인은 다시금 합심한다. 전두환에 대해서는 단 5페이지만 할애했던 이들의 의견은, 이명박에 대해서는 장장 30여 페이지를 할애하며 맹폭을 가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대통령을 마치고 난 후까지 그가 잘한 건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다. 그의 업적이라곤 단 한 개도 없으며, 그의 인간적 됨됨이 또한 손톱만큼도 좋아할 구석이 없다. 심지어 그의 정권은 학문적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인 수치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떠나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진리'이다. 


이 책이 갖는 권위는 바로 공저자 3인에 있다. '정치인들의 멘토'라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탁월하고 날카로운 식견으로 현실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 그리고 요즘 제일 핫한 스타급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까지. 이들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각각 문재인 후보 캠프, 박근혜 후보 캠프에 가담했고, 주로 진보 성향의 평론가로 활동했다. 


이들의 과거 대통령 평가보다, 현재 대통령 평가 그리고 미래의 정치 지형 예측이 더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과연 어떠한 의견을 주고 받았을까? 원래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들의 현직 대통령 평가는 조심스럽지도 않고 일면도 긍정적이지 않다. 오로지 부정적 의견 일색이다. 철저히 준비했다는 말을 믿었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했다는 점(여기에는 준비했던 동안 걸었던 아젠다를 당선되자 급속히 없애버린 점도 포함), 이명박 정권의 부패, 실정을 정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점, 그리고 1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점 등이다. 


이중에서 특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점은 개인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어떤 개인적 또는 국가적 확고한 신념 하에 실정을 저질렀다면,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일 테고 그에 대한 반발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현 대통령에게 그런 신념따윈 없어 보인다. 단지 아버지 박정희라는 롤 모델이 있을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차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책 제목처럼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다. 문제는 몇몇 대통령이 남긴 깊고 깊은 상처이다. 그 중에서도 바로 전 사람이 남긴 상처는 너무나 거대하고 깊다 하겠다. 그런데 그 상처를 굳이 치료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들 3인은 말하고 있다. 특히 윤여준 전 장관은 힘주어서 말한다. "이런 짓을 다시는 못하도록 철저히 밝혀야 합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라고.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크게 역대 대통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 판도를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들은 정치를 넘어 공통적으로 시대정신을 말한다. 대통령은 이 시대정신을 잘 읽고 거기에 적절히 편승하되 민주적 태도가 내면화된 상태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가장 핫한 차기 대권 후보인 안철수는 과연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간파했을까? 그는 대통령에 알맞은 사람일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그의 행보는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이 책은 비록 1월 10일의 대담을 마지막으로 했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적 이슈들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대담은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이들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은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교정하는 데 차고 넘치는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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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노태우,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 대통령, 박근혜, 박정희, 안철수, 윤여준, 이명박, 이상돈, 이승만, 이철희, 전두환
  • BlogIcon 포장지기
    2014.03.21 09:18 신고

    누가하든 마찬가지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수있죠..
    잘 하게끔 만드는것도 우리들 몫이구요^^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노지
    2014.03.21 09:21

    호오...이 책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는데요 ㅎㅎ

  • BlogIcon mindman
    2014.03.21 09:25 신고

    노무현에게 간디와 같은 '용서와 화합'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올바를지언정 '공격'과 '복수'를 택하더군요.
    결국 말년에는 자기를 밀어주었던 그 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경남 일부의 자기와 가까운 인사들만 기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미래를 대비하는 지성으로도.....
    아직까지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3.21 09:50 신고

    잘 읽고 갑니다.
    대통령에 대한 생각...요즘 참..고민이 많아서리...

  • BlogIcon 에스델 ♥
    2014.03.21 12:01 신고

    이명박에 대해서 장장 30페이지를 할애했다는 부분에서
    빵터졌습니다....ㅎㅎ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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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만들어놓고 걷어차버리는 이유는?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9. 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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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헌법 탄생 리얼 다큐 <두 얼굴의 헌법>


<두 얼굴의 헌법> ⓒ폴리티쿠스

여기저기에서 '대한민국이 법치국가가 맞는가'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허울 뿐인 법치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 여기에는 사법권력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직접 법을 만들고 수정하고 그 누구보다도 헌법을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났었다. 


사전에 따르면 법치국가란 경찰국가와 대립되는 말로, 절대군주가 마음대로 행정을 휘두르는 경찰국가와는 달리 행정을 미리 정립된 법률에 의해서만 시행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에 의거하는 국가를 뜻한다. 직접 헌법을 만들었거나 만드는 데 관여했다고 해서, 국가 통수권자 대통령이라고 해서, 초헌법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연 그러했었는가?


대한민국 통수권자의 초헌법적 행동


전두환, 노태우는 1996년 3월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로 각각 사형과 22년 6개월의 징역을 언도받은 바 있다. 한때 국가 최고통수권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지만, 결국 헌법에 의해 재판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법치국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후 특별사면으로 출소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는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고 선언하며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발동해 국회를 해산하고 전국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미 3선 대통령이기도 했던 박정희는 그해 10월 27일 헌법 개정안이 비상국무회의에서 의결·공고, 11월 21일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확정, 12월 27일 공포·시행됨에 따라 사실상 종신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형식적으로는 제7차 헌법 개정이었지만, 실상은 박정희의 장기집권 나아가 독재를 가능하게 한 헌법이었다. 그 앞에서 헌법은 헝겊 쪼가리보다 못한 존재였던 것이다. 한 사람의 욕심으로 인해 한 나라의 기본 토대가 송두리째 뽑히다니 말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통치권자의 초헌법적 행동에 관한 사실을 대부분 여기까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 위의 이승만 대는 너무 오래 되었기도 하거니와, 그 시대 분들이 거의 남아 계시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통치권자의 초헌법적 행동의 원조는 이승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과 이후 헌법의 수난을 리얼하게 담은 책 <두 얼굴의 헌법>(폴리티쿠스)에 그 자세한 내막이 나와 있다. 


헌법의 탄생과 수난, 그 리얼 다큐


1948년 헌법의 탄생과 1952년 부산정치파동에 깊숙이 개입한 이승만의 행적을 기자 출신의 저자가 당시 제헌의원의 생생산 증언과 국회속기록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사실들을, 재밌지만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1940~50년대의 일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책에 따르면, 헌법 탄생 당시에 제헌국회의 주류는 내각 책임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제헌국회 의장이었던 이승만이 강력하게 대통령중심제를 고집했고 이후 열린 헌법기초위원회에 참석해서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하였다. 대통령제가 아니면 민주주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에 많은 의원들이 반발하였지만, 결국 굴복하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자신이 대통령에 자리에 앉게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을 직시하고 건 드라이브였다. 이미 그의 독재적인 풍모가 드러나고 있다. 


시간은 흘러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했고, 1952년 이승만 정부는 임시 수도 부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일찍이 1950년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하며 이승만의 재선이 어려워지자 1951년 말 정부는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초 국회가 이를 부결하자 정부와 국회의 알력이 시작되었다. 이에 정부는 국회해산을 강행하기 위해 부산을 중심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구속하기에 이른다. 비록 국제적 비난 여론에 국회해산은 보류되지만, 국회의원 장택상을 중심으로 한 신라회가 주동이 되어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한 '발췌개헌안'이 마련되었다. 이어 그 유명한 국회의원 기립투표 방식으로 발췌개헌안이 통과되었고 이승만 독재정권의 기반이 굳어진다. 


책에서는 헌법의 탄생을 1장에, 부산정치파동을 헌법의 수난이라는 제목으로 2장에 배치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헌법은 탄생과 동시에 한 사람의 욕심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는 수모를 당했고, 이어서 동일한 인물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헌법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승만은 이에 그치지 않고 1954년에는 그 유명한 위헌적인 '사사오입' 개헌으로 결국 장기집권의 소헌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3장과 4장을 각각 '제헌 2년의 풍경'과 '헌법의 현장'의 제목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4장은 저자가 직접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용산참사, 쌍용차사태, 제주 강정마을 현장을 방문·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60년을 훌쩍 건너뛰었지만, 세월이 무색할만큼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통치체제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법규인 헌법의 균형잡힌 서술이 눈에 띈다. 


그때그때 달리 이용되는 헌법. 정확히 말하면 '두 얼굴의 헌법'이라기보다 '헌법을 이용하는 이들의 두 얼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헌법에 대한 유린과 함께 헌법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씁쓸한 뒷 맛을 남긴다. 

두 얼굴의 헌법 - 10점
김진배 지음/폴리티쿠스



2013/09/13 - [내맘대로 신간 수다] - 내맘대로 신간 수다-1309 둘째주


2013/09/12 - [신작 열전/신작 도서] - 우주에서 신을 몰아낸다는 바람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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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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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새 날
    2013.09.16 10:58 신고

    21세기에 아직도 저런 이승만을 국가적 영웅이랍시고 떠받드는 세력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말씀처럼 헌법의 문제가 아닌 헌법을 이용하는 이들의 두 얼굴이 정답일지 모르겠군요. 창작블로그 연재 환영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16 12:05 신고

      참 알다가도 모를 한국이죠.
      창작블로그 열심히 할게요 ㅋㅋ

  • BlogIcon 오렌지수박
    2013.09.16 12:24 신고

    우리나라 헌법사 참 다사다난하지요. 60년 남짓의 시간동안 9번이나 개정을 하다니 그 모두가 국민을 위해서였다고는 말 못하겠지요. 마지막 개정한지 이제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과연 다시개정이 안될거라고 장담은 못할것 같아요.

    • BlogIcon singenv
      2013.09.16 17:28 신고

      흠...엄연히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최우선인데 말이죠.

  • BlogIcon 참교육
    2013.09.16 12:56 신고

    법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통치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16 17:29 신고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 BlogIcon Hansik's Drink
    2013.09.16 13:19 신고

    참 안타까운 부분인것 같네요..
    변화가 필요한것 같아요!!

    • BlogIcon singenv
      2013.09.16 17:29 신고

      언제쯤 변화의 물꼬가 트여질까요ㅠ

  •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2013.09.16 13:20

    더 빠르고도 쉽게 처리할 수있는 자기들만의 법이 있는데
    권력자들이 굳이 헌법이야 따를 필요까지가 있을까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그리고 막잡으면 막걸리법이 있죠.

    • BlogIcon singenv
      2013.09.16 17:31 신고

      윽...그래도 법치국가 대한민국인데 말이에요.
      여전히 권력자들은 법과는 따로 노는군요.

  • BlogIcon 새 날
    2013.09.17 10:04 신고

    최신 글엔 댓글을 달 수 없어 이곳에 달아봅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 BlogIcon singenv
      2013.09.17 13:29 신고

      아, 정말 그러네요.
      방법을 모르겠네요 ㅋ
      추석연휴 잘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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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위해... '60년대'를 주목하라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4.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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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960년을 묻다>작년 말에 치러졌던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옛날 사람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는 '박정희'라는 이름이, 문재인 전 후보에게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항상 따라 붙었다. 두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 기조에서 어떤 큰 차이를 찾아볼 수 없었던 바, 그들에 뒤에서 도사리고 있었던 '전설' 혹은 '망령'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박정희'의 힘이 더 컸던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0년대의 시대정신이었던 경제적 산업화를 상징하는 '박정희' 프레임이 지금에 와서 다시 고개를 든 것인가? 지난 5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가 개발독재 경제정책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것일까? 

박근혜 당선인이 단순히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로 이와 같은 추측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이번 대선의 슬로건이 100% 국민대통합이니만큼) 하지만 지지자들의 속내는 다를지 모른다. 많은 지지자들의 가슴속에서는 1960년대의 그 기억들이 있을테니까. 이 시대에 1960년대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전설과 망령이 교차하는 1960년대를 벗어나야

얼마 전 고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는 기사가 났다. 유신헌법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1974년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한 재심으로, 39년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내놓은 '백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유신의 추억'이라는 다큐멘터리도 꽤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부르는, 혹은 불리우는 사람에 따라서 '전설' 혹은 '망령'이라고 할 수 있는 장준하, 박정희, 이승만 등이 이 시대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박정희'는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장'의 환상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어쩌면 영원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우리를 옥죌 것이라 본다. 

ⓒ 천년의 상상

<1960년을 묻다>(천년의상상)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여기에 있고, 이 책의 배경도 여기다. 벗어나고 싶지만, 아니 벗어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1960년대의 모든 것. 이 책의 저자들은 존경은 표하되 1960년대의 모든 산물을 완전히 리메이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시대의 주역들이 주춧돌을 놓았던 민주주의와 '근대성'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서 단지 참조대상일 뿐,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며 저자들은 1960년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

1960년은 4.19가 있었던 해이다. 해방 후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던 시기, 한국 사회를 바꾼 혁명으로 기억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났던 해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시기에서 이어져온 비록 전설과 망령이 살아 숨쉬고 있을 지라도, 다시 돌아가 제대로 파헤쳐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들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4.19 (비록 5.16이 되어버린 비운의 4.19이지만)가 진지한 공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체제의 가능성이 소진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560쪽)

'밥 대 장미'를 넘어선 시대적 모순들의 향연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산업화 대 민주화'로 대변되는 박정희 시대를 더 적절한 것으로 수정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1960년대는 모순의 연속인데, 단순히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어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바라는 건 '배부른 돼지'도 허기에 찌든 자유인도 아닌, '밥과 장미' 즉 민주주의와 경제를 모두 원하듯이 1960년대도 '산업화 대 민주화' 보다 '산업화와 민주화'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것이다. 비록 이 둘 간의 관계가 모순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며 이 1960년대식 변증법을 각 장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1960년대식 변증법은 4·19와 5·16의 연속과 불연속, '빵'(평등에의 욕구)과 '자유'(개인주의화의 욕망) 사이의 모순(1장), 박정희와 김일성의 적대적 공생(3·4장)에도 관철된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사상계》의 모순(7장)이나 4·19세대와 1960년대 지성의 자기모순(2·5·6장)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유와 반공을 동시에 살고, 민족(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열렬히 서구를 추종하였다. 또한 박정희의 광기가 춤을 추며 사회·문화가 전반적으로 '군사화' '남성화'되는데도 대중의 문화적 역능과 여성의 역할이 증대한다든지(10장), 황금만능·경제 제일의 이데올로기가 수많은 속물과 졸부를 곳곳에 등장시켰음에도 저항의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함께 커가는 드라마적 변증법이 펼쳐지는 광경도 있다(8·9장)"(10쪽)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본다. 먼저 4·19가 5·16에 의해 폭력적으로 압살됐다는 서사는 사실의 절반에 불과하며, 사실 4·19는 혁명을 주도했던 주체들 자신에 의해 외면되고 배반당한 자취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는 4·19가 4·19로서 이어지지 못하고, 정반대의 길이라고도 할 수 있는 5·16이 되어버린, 오히려 앞장섰다고도 할 수 있는 비극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만들어진 1960년대가 모순으로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모순은 박정희 자신에게 있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저자들의 말에 의하면 좌익이라는 죄의 구렁텅이에서 일어나 전능자가 된 박정희는 반공국교의 교주였다. 즉, 박정희 시대의 반공 구호는 단순히 반공주의의 상투어가 아니라 재귀적인 말이자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모순적인 삶에서 모순을 없애버리기 위해 획일적인 다짐을 자신을 넘어서 대한민국 전체에게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어서 말할 수 있는 모순은 남북의 특권계급이 서로 적대적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남한에는 북에 대한 유치하고 맹목적인 공포와 혐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먹으려는 기득권세력이 여전하고, 북의 세습 체제 또한 분단정치의 주축으로서 공포와 혐오를 먹이로 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체제와 세습 체제는 남과 북에 각각 존재하는 두 가지 악이 아니다. 파시즘적 법과 비밀경찰에 의해서만 유지되며, 세습이 민주적 선출보다 더 중요한 부와 권력의 재생산 도구가 되는 이런 체제는 남과 북 모두 그 양상이 비슷하고 공통적이다. 그것은 한반도 전체를 관통·관류하며, 민중을 지배하는 억압과 불평등의 공통적인 핵이다."(155쪽)

1960년대는 당대의 직접적 기원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이 책에서 저자들은 1960년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직접적 기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1960년대를 통한 재구조화의 결과이거나 그 잔여물(553쪽)이라는 것이다. 근대 인문학과 지식 시스템 등 지식·학문이 자의식을 갖고 새로운 의식을 온전케 하였고, 이를 넘어 남북의 분단구조 자체가 완성된 시기가 그때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힘이 이제는 거의 소진되었고, 새로운 세계가 열려도 몇 번이나 열렸다. 세계질서는 새롭게 재편되었고, 냉전 시대 이후의 생존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냉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학문 분과는 재편돼야 하고 제도는 바탕에서 다시 생각돼야 하며, 취업과 복지의 구상도 다시 짜야 한다고.(559쪽)

이제 4·19와 5·16의 1960년대 세대가 만들었던 대한민국은 1987년 체제와 1997년 체제를 지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세상속에서 거의 다 허물어지고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아니, 잃어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힘은 막강하고 이 시대에 살아 있다. 이 끝없는 모순의 뫼비우스 띠를 잘라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러려면 먼저 이 시대의 근원인 1960년이 필요하다. 이 책을 보며 그 시대에게 성실히 물어보고 성실한 답변을 들어라. 앞으로의 길을 가르쳐 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오마이뉴스" 2013.1.13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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