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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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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설이 없고 이런 신화가 없다 <에린 브로코비치>

오래된 리뷰 2017. 1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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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에린 브로코비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가장 '좋은' 작품 <에린 브로코비치>. ⓒ소니픽쳐스코리아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역대급의 화려한 데뷔를 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그때 그의 나이 불과 26살이었다. 그야말로 천재 감독의 탄생, 이후 인디와 메이저를 오가며 작품성과 흥행력을 두루 갖춘 감독으로 성장한다. 


그의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표적>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을 잇달아 내놓는다. 모두 작품성과 흥행력을 갖춘 작품들로, 특히 2000년 오스카에서는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동시 감독상 후보에 오르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트래픽>으로 접수했다. 


단언컨대 이후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작품들 중에 그의 경력 초중반, 즉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보다 나은 건 없다. 그래서 스티븐 소더버그를 말하려면 옛날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그중 가장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지극한 일반인 에린 브로코비치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그린다. 


다윗과 골리앗


신화 '다윗과 골리앗'의 완벽한 현실재연이다. ⓒ소니픽쳐스코리아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 분)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두 번 이혼한 돌아온 싱글이자 고졸에 뚜렷한 이력이나 경력도 없거니와 16달러 짜리 잔고만 지니고 있는 여자다.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당연히 어렵다. 결국 그녀는 이전에 한바탕 난리를 친 볍률회사에 어거지로 취직한다. 


안하무인 성격에 살인적인 몸매를 훤히 드러내는 파격적 옷차림으로 온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그녀, 특히 사장 에드 마스리(앨버트 피니 분) 변호사와 많이 부딪힌다. 어느날 서류를 검토하던 중 PG&E사와 관련된 이상한 의학기록을 보게 되고, 거기서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는 곧바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녀가 알아낸 진상의 첫 번째이자 모든 것에는 '크롬'이라는 독극물이 있었다. 발전소에 쓰는 엔진의 과열을 막기 위해 엔진에 물을 넣는데 녹 방지용으로 크롬도 넣는 것이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수도국에서 증빙서류를 찾고 에드에게 압력도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PG&E사와의 일대결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런 초거대기업과의 결전이 마음처럼 쉽게 성사되겠는가? 


영화는 힘없는 한 개인이 초거대 조직에게 맞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는 신화적인 이야기 그 자체다. '다윗과 골리앗'이 생각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기에 그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반인보다 훨씬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있었던 만큼 더욱더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전설도 이런 전설이 없고 신화도 이런 신화가 없다. 


믿기지 않는 실화, 출중한 드라마


믿기지 않는 이 실화는 그 자체로 완벽한 드라마다. ⓒ소니픽쳐스코리아



에린의 영웅적인 행보는 가차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믿게 만들었으며 그녀는 그 믿음에 충실히 보답한다. 그렇게 관계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행동은 반영웅적이다. 아슬아슬하다. 양면성을 겸비한 채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신화 속 트릭스터(Trickster)의 현신이다.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이 여인의 활약상은 그 자체로 출중한 드라마다. 신화에서 트릭스터의 존재가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데에선 절대적이듯이, 그녀는 이 영화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 모든 걸 다 갖춘 줄리아 로버츠가 분한 에린은 그 영화 내외적인 모순 사이에서 형형하게 빛난다. 거장이라 할 만한 앨버트 피니는 소시민 변화사 에드로 영웅적인 모습의 그녀 옆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여기에 영화 각본으로 새롭게 지어냈다고 해도 이상한 게 없을 그녀의 속사정, 두 번 이혼하고 어린 아이 세 명을 돌보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생활. 그래서 그녀의 영웅적인 행보가 주는 빛은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그녀의 영웅적인 행보는 '일'에 국한된 것이지 '가정'에까지 연결되는 건 아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까지 하는 이혼녀이자 워킹맘가 곳곳에서 보인다. 영화로는 20여 년 전, 실화로는 25여 년 전의 그녀의 이야기가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거니와 영화로서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굉장히 많고 깊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건 또한 영화의 주를 차지하는 PG&E사와의 싸움에만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로 빠지지 않게 하는 고도의 노림수이기도 하겠다. 


에린의 활약, 교육적인 영화


영웅 에린 브로코비치의 활약은 교육적인 면모로 이어진다. ⓒ소니픽쳐스코리아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연히(?) 에린 브로코비치는 PG&E사와의 싸움에서 대대적인 승리를 거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PG&E사는 미국 역사상 유래가 없을 만큼의 보상을 해주었다고 한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관련된 거의 모두에게 행복을 선물한 에린의 활약에 시선이 많이 가지만, 거대 기업의 도덕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영화 자체로 상당히 교육적인 것이다. 


현재, 거대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모든 걸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 시대, 거대 기업들이 긍극적인 파워가 지금보다 훨씬 거대했을 때가 있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일반 사람은 알 도리가 없었다. 반면, 지금은 적어도 모두가 알고 있진 않은가. 


이 영화는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PG&E사는 참으로 오랫동안 소위 '나쁜 짓'을 저질러 왔던 것이다. 당연히 아무도 몰랐고, 설령 알았다손 치더라도 소수의 힘으론 그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에린이 가장 열을 올린 게 확실한 내부 증빙 자료를 구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자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었다. 


다수의 목소리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자신의 합당한 권리를 외칠 때 그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전과 비교할 수 없다. 이게 혁명이 아니고 무엇이 혁명이겠는가? 혁명은 누구에게나 언제 어느 순간에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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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대기업의 나라가 되어 가는 북한의 속살 <조선자본주의공화국>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7. 8.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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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선자본주의공화국>


<조선자본주의공화국> 표지 ⓒ비아북



북한 핵 위협, 일명 '북핵'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끝없는 질주. 그를 둘러싸고 최소 한, 중, 일, 미, 러 5개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연일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다. 그럼에도 북한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에. 대내외적으로 '우린 아직 건재하다' '우리에게 관심을 줘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북핵에 대한 관심은 일반인에게서만큼은 멀어져 간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북핵 실험에 마음을 졸였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그저 북한이 '또' 미사일 발사했네, '또' 핵실험을 감행했네 정도의 관심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북한 자체에 대한 관심 또한 멀어져 간다. 그동안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나라는 다른 무엇도 아닌 '위협'과 동일어였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북한에 대해 알게 되는 통로인 언론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실상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북핵만 보도할 뿐이다. 종종 기획보도로 실상을 알리고자 하지만, 이미 독자의 입장에서 안중에도 없어졌다. 우리는 북한의 실상, 북한의 일반 주민 생활을 알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대기근 이후 북한의 실상


우리나라에서 북한은 오랫동안 가장 금기시된 단어이고 가장 알아선 안 되지만 한편으로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 이젠 아무려면 어떠냐는 식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궁금하다. 군대에 있을 때도 북한 주민은 '적'이 아니라고 배웠다. 헌법상 한반도 전역이 대한민국 영토인 만큼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겠는가. <조선자본주의공화국>(비아북)의 출간이 반갑게 다가왔다. 


영국 출신의 두 수재 기자이자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과 다니엘 튜더가 전해주는 북한의 실상을 담았다. 최소한 내 기준으로 보아도 굉장히 희귀하고 독특하고 소중한 저작물인데, '북한 정부'가 아닌 '북한 사회'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접해 왔던 북한은 대부분 '정부'였고, 그 '사회'는 여지없이 굶주리고 헐벗고 무기력한 이들의 집합소였다.


이런 생각에 찬물을 확 끼얹는 것처럼 저자는 북한 사회가 굉장히 역동적이거니와 북한 주민도 우리만큼 일상적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북한도 한국처럼 '재벌과 대기업의 나라'가 되어 간다는 충격적인 말도 전한다. 1990년대 중반에 북한의 사회를 송두리째 바꾼 대기근 때문이라는 것. 최소 수십 만 명이 희생된 대참사 이후 북한 주민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송두리째 바뀐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족히 수백 만 명은 희생되었을 게 분명한 그 참사 이후 조선 백성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가게 되었다. 나라는 더이상 버팀목일 수 없었다. 대기근 이후 북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더이상 '공산주의체제'가 가지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주민들은 유사 자본주의체제의 시장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기근 이후 변한 북한의 실상을 스캔하는 입문서로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우리를 흔드는 북한의 충격적 변화들


지금은 당연한 게 되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돈이면 다 된다'는 말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렸었다. 그 말은 이제 북한에게도 통용되는 말이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한 마디로 '법 위에 돈이 있다'는 것이다. 명백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진입, 아니 거기에 허울상의 무너져가는 체제일지라도 '봉건주의제 왕조국가'의 이름을 붙여주어야 맞겠다. 


이 거대한 충격적 변화 속에 자잘한 충격적 변화들이 우리를 흔든다. 더이상 정부가 완벽한 통솔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자본주의를 장려하다 못해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경제체제로의 길을 닦는 건 충격에 들지도 못한다. 정부가 아닌 일개 개인이 사업을 한다든지, 외국 TV와 영화를 시청하고 컴퓨터와 휴대폰과 USB는 물론 초소형 SD카드와 태블릿까지 사용하며, BB크림을 바르고 스키니진을 입고 다니며 성형수술까지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자잘한 충격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일일이 다 열거하면 그 충격이 오히려 사그라들 것 같아 말을 아낀다. 충분히 충격일 줄 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역학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다. 2017년을 기해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이 취임했다. 내년이면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5년 중임제 국가주석에 새롭게 연임하게 될 것이고,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어 아베 신조의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각국 지도자의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대응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결코 덮어두고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게 있겠다. 북한의 진짜 모습, 북한의 밑바닥부터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실상을 말이다. 이 책은 현 시점으로선 그에 대한 가장 완벽한(가장 최신은 아니지만) 정보를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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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 대기업, 북한, 북한 사회, 북한 주민, 시장경제, 실상, 자본주의, 재벌, 조선자본주의공화국,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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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랭킹에 집착하는 이유는?

생각하다 2013. 9. 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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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랭킹


고등학생 때 2학년까지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보습 학원을 다녔었다. 당시 학원 선생님들 중에 유별나게 학벌을 따지는 분이 계셨다. 과학 선생님이었는데 그 분이 말씀 하시길, 


"너희들, 사회나가서 인간 대접 받고 싶으면 최소한 서울 10대 대학에는 들어가야 한다. 알았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그리고 카이스트, 포항공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위축이 되던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이른바 '10대 대학 랭킹'은 나를 옮아매곤 했었다. 수시는 자신있었지만 수능은 형편없었기에, 모의고사 보는 날이면 학원을 가기가 너무 싫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에 위축되었던 내 자신도 한심한 말을 지껄여댔던 그 선생님도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살아가는데 그 랭킹이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취업을 할 때,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학력이다. 즉, 학교 랭킹. 노동 경제학적으로 볼 때, 피고용자의 학교 랭킹에 따라 피고용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게 '효과'적이지는 않을지라도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 효율이라는 것을 극도로 맹신했을 때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범람한다. 


군대 랭킹


이 놈의 랭킹은 군대를 가서도 존재했다. 아니 군대를 다녀오니,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36사단 백호부대 정선대대를 나왔다. 엄연히 강원도에 있기 때문에 비록 최전방보다는 춥지 않았을지 몰라도, 훈련과 작업과 근무 그리고 무엇보다 갈굼에 대해서 더욱 빡샜다는 것을 자부한다. 


하지만 그런 건 무용지물이다. 왼쪽 팔뚝에 '이기자' '백두산' '오뚜기' '칠 곱개의 별' 등이 박혀 있으면, 일단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땅개(일반 소총수)가 아닌 행정병이나 CP병을 했어도 말이다. 이건 실제로 그 부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본래 높은 랭킹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근현대의 큰 두 개의 전쟁인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큰 활약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답이 나온다. 



직장 랭킹


직장을 잡을 때가 오니, 여기저기에서 오래 전부터 듣던 얘기가 들려온다. "회사 크기나 랭킹보지만 말고 미래를 생각해보고 비전이 있는 곳으로 가라."던가,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는 것도 좋지만, 네가 원하는 회사를 잡아라."던가 하는 말들 말이다. 즉, 남들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는 좋은 말들이었다. 물론 그 속에는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생각과 애써 현실을 무시한 채 좋은 말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x신' 소리 듣지는 않는다. 오히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취직한 게 어디냐는 말도 듣는다. 물론 다른 차원(?)의 계층과 어울리지 않아서 자연스레 듣게 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필요할지 모르지만, 과도한 겸손을 떨어댈때도 많다. 그래야 스스로가 편하니까. 


ⓒwww.ere.net


우리가 랭킹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제 글을 마무리지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가 랭킹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흔히 말하는 IMF이후 몰아닥친 신자유주의에 의한 과도한 경쟁때문 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으로, 그 이유는 과도한 '눈치'도 상당하다. 남들 눈치를 보는 것 말이다. 이건 내 전문 분야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 눈치를 보며 끝없이 비교하며 살아왔으니. 


예를 들어, 내가 잘 하는 게 있으면 남들과 비교해 우월감을 가지고 반대로 내가 못 하는 게 있으면 역시나 남들과 비교해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는 것이다. 이건 자연스레 랭킹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 확실하다. 


ⓒjpntchosim.tistory.com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사회적 동물이라 함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그 속에서 인간들은 내가 아닌 타인을 보며 살아간다. 그러며 자신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되새기며 그 가치를 높이려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종의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 희생양은 자연스레 내가 아닌 타인이 된다. 단순히 평등한 너와 내가 아닌 계급계층적인 너와 내가 생겨나는 것이다. 


경쟁에 의한 랭킹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래야 최소한의 진보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가 극에 달할 때 인간은 악마가 되곤 한다. 모두 같이 잘 살기 위해 내가 먼저 위로 올라가 너를 끌어올려 준다는 것이 아닌, 이기적인 마음의 발로에 의한 짓밟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미 그 랭킹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 같다. 랭킹이 모든 걸 판단하는 시대이다. 악마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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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군대, 군대 랭킹, 눈치, 대기업, 대학, 대학 랭킹, 랭킹, 비교, 사회적 동물, 직장, 직장 랭킹, 책으로 책하다, 타인
  • BlogIcon 포장지기
    2013.09.26 07:53 신고

    갖가지 랭킹이주는 사회적 모순은 늘 사람들을 이기적으로 만들어 가는경향이 강한듯 .ㅠㅠ

    • BlogIcon singenv
      2013.09.26 17:55 신고

      그러게요ㅠ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니까요ㅠ

  • BlogIcon 새 날
    2013.09.26 10:39 신고

    끝없는 상대와의 비교가 우리의 삶을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으니 올라도 올라도 자꾸 위만 바라보게 되고.... 하지만 비교와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아 더욱 암울해요 ㅠㅠ

    • BlogIcon singenv
      2013.09.26 17:55 신고

      정말 피곤합니다..ㅠ
      그렇다고 평등만 외칠 수도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고요.

  • BlogIcon 지후대디
    2013.09.26 15:24 신고

    칠곱개의 별 표현이 너무 배미있습니다 군대 랭킹이야기는 술자리에서는 절대적인 법도가 되고 있지요.
    군대 랭킹이야 재미와 술자리 말발에만 영향을 주지만 다른 랭킹둘에 대해서 저도 그저 남들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나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

    • BlogIcon singenv
      2013.09.26 17:56 신고

      헛 '칠곱개의 별' 실수인 것 같은데요 ㅋㅋ
      그걸 보시고 이렇게 승화시켜 주시다니~

  • BlogIcon 영계백수
    2013.09.26 16:54

    살아가면서 항상 순위의 압박에 시달리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남보다는 더 잘 나게, 더 잘 보이고 싶어 다른 사람을 밟고 일어서려는 사람의 심리가 발동되는 것 같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26 17:56 신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까요?
      그래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으면 괜찮을 텐데 말이죠.

  • BlogIcon *저녁노을*
    2013.09.26 18:38 신고

    어릴때부터 줄서기지요. 쩝~

    • BlogIcon singenv
      2013.09.27 18:05 신고

      짧지만 강한 한마디ㅠ

  • BlogIcon 날으는 캡틴
    2013.09.27 06:45 신고

    부끄럽지만 저도 랭킹을 보게 되네요..
    이왕이면 이러면서 그 랭킹안에 들어가 있는 위치며 안심하는..
    머 이런거 인것 같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27 18:06 신고

      뭐 저도 사실 그렇습니다 ㅋ
      무엇이든지 수위권에 있는 것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죠.

  • BlogIcon 초록손이
    2013.09.27 16:33

    갈수록 그 랭킹을 내면화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내가 못나서 랭킹이 아래인거야..이렇게요 ㅠㅠ..
    랭킹이 위든 아래든, 사실 우리 인간은 모두 사랑과 배려가 필요한데 말이지요..참 슬픕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27 18:07 신고

      어찌 방법이 없을까요ㅠㅠ
      그렇다고 랭킹을 없애면 사람들의 눈을 끌 수 없으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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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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