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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힌 청소년기의 기억을 기록으로 되살린 이유 [영화 리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살면서 태반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많은 걸 다 기억하고 있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고 또 이왕이면 기억했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들도 있다. 나쁜 기억들도 당연히 태반이 기억에서 사라질 텐데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는 순간들도 있을 테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기록이다. 글, 사진, 영상 등으로 그 순간을 남기는 행위다.물론 기록을 남기는 게 항상 기억에 도움을 주진 않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기억을 취사 선택하는 것처럼 기록은 그 자체로 이미 취사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도와줄 뿐 기록에 의존해 기록이 곧 기억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될 테다. 기억은 조작'될' 가능성이 농후.. 더보기
'가족'이라는 신화가 무너질 때 드러나는 추악한 것들 [영화 리뷰]   주경희는 '왕국 미용실'이라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주경희가 까먹는 횟수가 잦아지고 심지어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검사를 받아보기로 한다. 한편 그녀의 아들 도지욱은 자기계발서 작가다. 이라는 저서를 펴내고 활발히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주경희와 도지욱은 오래전에 죽었다는 남편이자 아빠 없이 둘만 살아가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사이가 좋아 보인다. 도지욱이 다 큰 어른임에도 주경희가 마치 아이처럼 대하니 말이다. 도지욱은 엄마 말을 잘 따른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 도중명이 찾아온다. 실종된 형, 즉 주경희의 남편이자 도지욱의 아빠를 찾으려는 목적의 일환이다. 그의 등장으로 주경.. 더보기
폐기물도 사건도 기억도 사람도 묻어 버리는 마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카몬 마을, 수려한 경관과 함께 '노'(가면을 쓰고 공연하는 일본 전통 1인극) 축제로 유명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며 완전히 달라졌다.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건 물론이다. 그 과정에서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반대하다가 마을 사람들에게서 배척당하고 살인을 저지른 후 방화를 일으켜 자살한 이가 있었으니, 유우의 아버지다. 그 때문에 유우는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며 왕따인 채 살아왔다. 도박으로 막대한 빚이 있는 어머니 때문에 마을에서 떠나지 못하고 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고 있는 유우 앞에 어릴 적 절친 미사키가 나타난다. 도쿄로 떠났다가 돌아와 폐기물 처리장의 홍보를 맡았다고 한다. 유우는 자신을 진심 어린 공감으로 위로해 주는 미사키에게 마음을 열고, .. 더보기
안드로이드 양이 떠난 후 남겨진 인간들의 애처로움 <애프터 양> [신작 영화 리뷰] 여기 네 명으로 이뤄진 가족이 있다. 차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이크, 회사 중역으로 바쁘게 일하는 키라, 입양한 딸 미카, 그리고 안드로이드 양. 백인과 흑인이 만나 중국계 딸을 입양하곤 딸에게 중국 문화와 언어를 알려주고자 중국인 안드로이드 양을 사온 것이다. 미카는 양을 친오빠처럼 따랐고 제이크와 키라로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양이 돌연 작동을 멈춘다. 양이 그렇게 되자 미카는 학교도 가지 않는다고 떼를 쓴다. 그만큼 충격을 받은 것이리라. 제이크와 키라는 양을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코어가 고장나 다시는 기동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그러던 중 수리공 러스를 통해 누군가를 소개받는다. 사실상 양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일 .. 더보기
감수성의 극치, '이와이 월드'의 결정판 <라스트 레터> [신작 영화 리뷰] 44살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미사키, 그녀의 딸 아유미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다. 미사키에겐 여동생 유리가 있는데, 그녀의 딸 소요카가 장례식이 끝난 후 여름방학이 다할 때까지 아유미와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 유리는 허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미사키에게 온 동창회 안내문을 받아든다. 유리는 미사키 대신 동창회에 참석해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미사키로 오해 받고는 연설까지 하고 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오토사카 쿄시로를 만나 연락처를 교환한다. 유리는 남편과의 사소한 오해로 핸드폰을 망가뜨리고 쿄시로에게 편지를 쓴다. 발신 주소를 알리지 않은 채, 미사키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였다. 한 번이 아닌 몇 번이나 편지를 쓰며, 고향으로 가선 새로운 교.. 더보기
도망치고 싶은 진실과 선의에 가 닿은 거짓, 그 사이에서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알렉스 18세,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는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완전한 백지 상태. 그가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 쌍둥이 형제 마커스이다. 마커스는 알렉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알려주고 가르친다. 특히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재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평범한 부모님의 중산층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돌아가신다. 알렉스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상하면서도 충격적인 사진을 발견한다. 알렉스와 마커스의 어린 시절 해변에서 나체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잘려나가고 없었다. 알렉스는 낌새를 느끼고 마커스에게 물었고, 마커스는 진실의 끄트머리를 건넨다. "우리가 .. 더보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의 근원을 찾아 <행복도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대만 미래의 어느 날, 중년의 장둥링은 어딘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두 중년 남녀가 자못 야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은 그중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을 지른다. 상대 여자는 다름 아닌 아내 위팡이다. 장은 쫓겨나 환락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몰래 권충을 구입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현재 아내와 붙어 먹은 놈, 과거 아내와 붙어 먹은 놈을 제거하고자 한다. 아내는? 한편, 장은 딸아이도 만난다. 그녀는 버젓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망없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들, 영영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장은 환락가에서 젊은 유럽 여성도 만난다. 그녀가 그의 젊었을 적 아내 아닌 사랑했던 .. 더보기
5.18 당시 시민군과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 <김군> [모모 큐레이터'S PICK]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손에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 정부는 곧바로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한 지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그러곤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12일 군내부 강경파 집단 하나회가 쿠데타를 일으켜 군을 장악한다. 그들은 민주화 수순으로 가고 있던 정국을 역행시킨다. 이듬해 5월초 하나회는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정국 장악을 넘어서 집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권과 정치권에선 이 움직임을 경계심 어리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 5월 중순부턴 본격적으로 시위를 진행했고 5월 15일에는 서울역에 10만 명이 집결했다가 해산하기도 했다. 5월 20일에는 임시국회가 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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