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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드로이드 양이 떠난 후 남겨진 인간들의 애처로움 <애프터 양> [신작 영화 리뷰] 여기 네 명으로 이뤄진 가족이 있다. 차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이크, 회사 중역으로 바쁘게 일하는 키라, 입양한 딸 미카, 그리고 안드로이드 양. 백인과 흑인이 만나 중국계 딸을 입양하곤 딸에게 중국 문화와 언어를 알려주고자 중국인 안드로이드 양을 사온 것이다. 미카는 양을 친오빠처럼 따랐고 제이크와 키라로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양이 돌연 작동을 멈춘다. 양이 그렇게 되자 미카는 학교도 가지 않는다고 떼를 쓴다. 그만큼 충격을 받은 것이리라. 제이크와 키라는 양을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코어가 고장나 다시는 기동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그러던 중 수리공 러스를 통해 누군가를 소개받는다. 사실상 양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일 .. 더보기
감수성의 극치, '이와이 월드'의 결정판 <라스트 레터> [신작 영화 리뷰] 44살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미사키, 그녀의 딸 아유미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다. 미사키에겐 여동생 유리가 있는데, 그녀의 딸 소요카가 장례식이 끝난 후 여름방학이 다할 때까지 아유미와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 유리는 허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미사키에게 온 동창회 안내문을 받아든다. 유리는 미사키 대신 동창회에 참석해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미사키로 오해 받고는 연설까지 하고 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오토사카 쿄시로를 만나 연락처를 교환한다. 유리는 남편과의 사소한 오해로 핸드폰을 망가뜨리고 쿄시로에게 편지를 쓴다. 발신 주소를 알리지 않은 채, 미사키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였다. 한 번이 아닌 몇 번이나 편지를 쓰며, 고향으로 가선 새로운 교.. 더보기
도망치고 싶은 진실과 선의에 가 닿은 거짓, 그 사이에서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알렉스 18세,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는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완전한 백지 상태. 그가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 쌍둥이 형제 마커스이다. 마커스는 알렉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알려주고 가르친다. 특히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재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평범한 부모님의 중산층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돌아가신다. 알렉스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상하면서도 충격적인 사진을 발견한다. 알렉스와 마커스의 어린 시절 해변에서 나체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잘려나가고 없었다. 알렉스는 낌새를 느끼고 마커스에게 물었고, 마커스는 진실의 끄트머리를 건넨다. "우리가 .. 더보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의 근원을 찾아 <행복도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대만 미래의 어느 날, 중년의 장둥링은 어딘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두 중년 남녀가 자못 야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은 그중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을 지른다. 상대 여자는 다름 아닌 아내 위팡이다. 장은 쫓겨나 환락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몰래 권충을 구입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현재 아내와 붙어 먹은 놈, 과거 아내와 붙어 먹은 놈을 제거하고자 한다. 아내는? 한편, 장은 딸아이도 만난다. 그녀는 버젓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망없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들, 영영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장은 환락가에서 젊은 유럽 여성도 만난다. 그녀가 그의 젊었을 적 아내 아닌 사랑했던 .. 더보기
5.18 당시 시민군과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 <김군> [모모 큐레이터'S PICK]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손에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 정부는 곧바로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한 지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그러곤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12일 군내부 강경파 집단 하나회가 쿠데타를 일으켜 군을 장악한다. 그들은 민주화 수순으로 가고 있던 정국을 역행시킨다. 이듬해 5월초 하나회는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정국 장악을 넘어서 집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권과 정치권에선 이 움직임을 경계심 어리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 5월 중순부턴 본격적으로 시위를 진행했고 5월 15일에는 서울역에 10만 명이 집결했다가 해산하기도 했다. 5월 20일에는 임시국회가 예.. 더보기
영화 <지슬>로 제주 4.3 사건을 돌아보다 [기획]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기해서 올해가 '제주 4.3 사건' 70주년이다. 1948년 제주도 각지에서 남로당을 주축으로 한 무장대가 남한 단독 정부 수립 반대와 조국 통일, 완전한 민족해방 그리고 경찰과 서청의 탄압 중지 기치를 내걸고 봉기를 일으켰다. 이는 5.10 총선거까지 이어졌는데, 제주도는 5.10 총선거를 거부한 유일한 지역이 되었다. 선거 이후 제주도에서의 문경과 무장대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진다. 같은 해 8월 15일 남한 단독 정부가 수립되고 제주도에 대한 강경 진압 수위를 높여간다. 제주도 근해에 소련 선박 또는 잠수함이 출현했다는 소문을 조작하여 대대적인 토벌전이 준비되는 것이다. 10월 "해안선 5km 이외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은 폭도로 간주해 총살.. 더보기
멕시코 '죽은 자의 날' 흩어진 모든 것이 모이는 시간 <코코> [리뷰] 픽사, 디즈니, 혹은 픽사&디즈니는 거의 매해 우리를 찾아와 거의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 세상이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만큼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나날이 완벽해가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살아가는 데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지극한 아날로그적 가치를 선보인다. 그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픽사&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와닿는 연유가 역설적으로 거기에 있다 하겠다. 조금이라도 더 어른일수록 조금이라도 더 아날로그적인 습성이 남아 있지 않겠는가. 그걸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고 말이다. 영화 의 기본은 '가족' '사랑' '우정' '화해' '기억' 등의 가치이다. 는 멕시코라는 이질적이라면 이질적이고 친숙하다면 친숙한 곳의 '죽은 자의 날'이라는 멕시코 전통.. 더보기
기억은 사라질 거지만 기억하고 싶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리뷰]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아버지조차 말도 못 할 아기 시절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내가 기억할리는 없다. 그런 할머니가 나는 익숙하고 그런 할머니의 형상이 그려지는 건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었을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아버지한테 전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모두 정확할리 만무하다. 머릿속 어딘가엔 정확한 기억이 있지만 능력 상 꺼내지 못하는 것이든, 애초에 걸러서 기억하거나 어느 한 순간 또는 마지막 순간만 기억하는 것이든, 원본의 기억이 아닌 편집본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마치 역사와 같지 않은가. 사실도출에의 노력을 추구하지만, 영원히 그렇게는 불가능하다. 영화 은 기억의 취사선택과 기억의 이어짐이라는 다분히 추상적인 주제를 가장 앞..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