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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

"이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생각해달라" [기획] 대배우들의 굴욕 배역 대배우라 일컫는 이들이라면 대작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이치겠다. 유명세를 떨치고 돈과 명예를 얻으며 계속될 차기작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완벽한 영화는 존재하기 힘드니, 이왕이면 괜찮은 수준의 영화에 이왕이면 눈에 띄는 배역에 출연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건 한국&동양 영화이다. 여기 영화 고르는 안목이 좋기로 소문난 배우가 있다. 필모를 전부 들여다보아도 크게 흠 잡을 영화가 거의 없다. 여기 영화 '캐릭터'의 귀재가 있다. 연기는 물론 잘하고 좋은 영화, 나쁜 영화에 두루두루 출연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맡은 배역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다. 여기 '세기의 배우'가 있다. 그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기억 저편을 아.. 더보기
비틀게 보여주는,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인간 <너는 여기에 없었다> [리뷰] 살인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 분)는 수시로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수시로 시도를 하는데, 봉지로 얼굴을 덮어 숨을 못 쉬게 하거나 칼을 입속으로 넣어 찌르려 하거나 철로에 떨어질 것처럼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하다 못해 칼로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모든 건 무표정 위에 어린 복잡한 심정으로 행한다. 그가 자살 충동에 시달릴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억들이 있다. 어린 시절인 듯 학대의 기억들, 전쟁인 듯 당한 기억과 행한 기억들, 그리고 오래 되지 않은 가해의 기억들까지 그를 괴롭힌다. 그런 그가 자살을 할 수 없는 건 늙은 어머니의 존재 때문이다. 인정사정없는 살인 청부업자이지만 어머니한테는 다정다감한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차기 주지사로 유력한 상원 의원 알버트.. 더보기
우리가 '리커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9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 베스트셀러 1위에 뜬금없이 움베르토 에코의 이 꽤 오랫동안 이름을 올렸다. 오래지 않아 '품절'이 뜨더니 곧 '예약판매'로 바뀐 적도 있다. 아마도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이 '사태'를 생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충분한 물량를 준비하지 못한 또는 않은 상황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 그렇게 된 연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자그마치 국내 굴지의 출판사 중 하나인 열린책들이 창립되던 해인 1986년 초판이 나온 후 30년 넘게 굴지의 소설로 널리 읽혀왔던 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제까지 수없이 만들어진 리커버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서양 고서(古書)' 느낌의 리커버. 그야말로 움베르토 에코 팬과 팬의 구미는 물론 왠만한 애서가 및 장서가의 구미를 당겨 수.. 더보기
꿈을 찾아 떠날 때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영화 <대관람차> [리뷰] 오사카에 출장 온 선박회사 대리 우주(강두 분), 출장 마지막 날 낮에는 덴포산 관람차를 타고 저녁에는 일본 쪽 담당자 스즈키와 저녁을 먹는다. 스즈키와 헤어진 후 술에 취한 채로 핸드폰도 팽개치고는 선배인 과장 대정을 닮은 사람을 보고 무작정 쫓아간다. 우주는 선박 사고로 실종된 대정을 대신해 오사카에 출장을 왔었다. 자전거 탄 사람을 쫓는 건 역시 무리, 놓치고는 근처의 고즈넉한 바 '피어 34'를 찾아들어간다. 이곳은 '대정'이라는 곳이란다. 익숙한 이름이다. 맥주 한 잔을 걸치고 뻗어버린 우주는 다음 날 깨어난다.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시간을 놓쳐버렸다. 주인장의 말 때문인지 평소 생각 때문인지 대정과의 진지한 대화 때문인지 그저 홧김인지, 우주는 회사를 그만둔다. 무작정 피어 34로 .. 더보기
그들은 도대체 왜 그 배역을 연기했을까 여기 위대한 배우가 있다. 아니, 위대하진 않더라도 유명한 배우가 있다. 배우가 유명해지려면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해야 하겠지만, 잘생기고 예쁘기도 해야겠고 자기PR도 잘해야 한다. 이왕이면 좋은 학력이나 독특한 이력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 '안목'이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 말이다. 누구나 이름 한 번쯤을 들어봤을 만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최소한 하나 이상의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 (여기서 '좋은' 작품을, 작품성이나 흥행성에서 하나만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라 칭하겠다.) 그래서 작품을 신중히 골라 얼굴을 많이 비추지 않되 항상 좋은 작품들에 출연하는 배우는 오히려 더 익숙하다. 소위 대단한 배우들도, 그중에서도 안목이 뛰어난 배우들도, 작품 선정에 실패하.. 더보기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을 읽습니다. 매일매일 읽으려고 하고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은 읽으려고 합니다. 주로 이동 시간에, 그러니까 출퇴근 시간에 읽습니다. 수원과 서울을 오가서 시간이 많죠. 집에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독서실에서 각 잡고 읽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짬이 나는 대로, 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만듭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단행본 파트를 도맡아 매일매일 만드는 작업을 하고 매달 평균 2권 이상을 만듭니다. 기획과 편집은 물론 디자인과 홍보까지 관여하고 있어 정신이 없는 편이니 만큼, 내가 책을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항상 불안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편집자의 일, 교정교열에 상대적으로 많은 공력을 들이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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