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표지 ⓒ현암사
지난 10월 5일 발표된 2017년 노벨문학상, 그 영광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에게로 돌아갔다. 그 직전까지 매년 치르는 한바탕 소동을 이번에도 되풀이 했는데,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겠다. 다름 아닌 고은 시인 덕분이다. 지난 2002년부터 장장 15년 간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는 그 아닌가. 이미 많은 국제적 문학상을 수상해오며 그 문명(文名)을 전 세계에 알린 그가, 아이러니하게 국내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로 가치 절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대체 노벨문학상이 뭐길래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인가. 분명 세계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이긴 할 테지만 그밖에도 저명한 문학상이 많지 않을까 싶다. 또, 우린 우리나라 사람이 후보에 오르내리지 않은 문학상에 대해선 일절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작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뽑히는 부커 국제상에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선정되면서 국내에 큰 파란을 일으켰는데, 올해는 물론 그 전까지 누가 그 상을 탔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줄 안다.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온다. 문학상은 분명 그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옥석을 가린 측면이 있기에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유명 문학상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 건너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현암사)으로 조금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세계 유수 8대 문학상을 들여다보다
책은 세계 유수 문학상 중 8개를 뽑았다. 자타공인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뽑히는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을 비롯 퓰리처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이 그것들이다. 다분히 일본의 입장에서 고른 것이니 만큼, 일본의 2대 문학상인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했던 카프카상과 예루살렘상이 있다는 게 특이할 만한 점이지만 거기에 불만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이밖에도 개인적으로 아는 유수 문학상들에 국제더블린문학상, 펜포크너상, 전미도서상, 노이슈타트국제문학상 등과 중국의 마오둔문학상, 일본의 일본서점대상, 한국의 이상문학상 등도 있음을 알리며, 책에서 말하는 8개 문학상 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작가, 어떤 작품, 어느 나라의 어느 작풍이 주로 수상의 영광을 얻었을까 궁금하다.
가장 유명한 '노벨문학상', 책은 이 상이 세계의 문학상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실은 유럽에 상당히 치우친 상이라고 말하며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와 터키의 오르한 파묵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비디아다르 나이폴을 소개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벨문학상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데, 먼로보다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더 어울리며 파묵보다는 야샤르 케말이 더 어울린다. 나이폴의 경우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인도계 영국인으로 '국민문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쿠타가와상은 순문학 쪽, 나오키상은 대중문학 쪽에서 뽑는 걸로 알려져 있고 또 알고 있다. 거기에 영압하는 분위기인 건 사실이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종종 있다는 거로 저자들이 밝혀내어 해부한다. 영국의 맨부커상은 프랑스의 공쿠르상에 대항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하나같이 노벨문학상을 뛰어넘는 최고의 문학상이라고 치켜세운다. 그해에 나온 영어권 작품 중 반드시 최고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이 책으로 거둔 가장 큰 수확이라면, 맨부커상을 향한 기대와 믿음의 확실성이라 하겠다.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미국의 퓰리처상, 체코의 카프카상은 분명 세계 최고의 문학상들이지만 아무래도 지역적인 특색이 강하다. 아니, 강했었다. 점점 최근으로 올수록 수상 목록에서 보이는 세계화가 눈에 띈다. 오히려 노벨문학상의 지역적 특색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상은 카프카상, 세르반테스상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에 거쳐가는 이미지가 강한데, 세계 유수 문학상 중 괜찮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만의 문학상 리스트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작가와 더불어) 24권 중 부끄럽기 그지 없지만 읽어 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작품과 작가가 태반을 차지했다. 일본과 한국의 문학적 취향의 차이이기도 할 테고, 문학상 또는 전문가와 대중의 시선 차이이기도 할 테다. 상마다 3명의 전문가가 각각 한 작품씩 3 작품을 소개하는데, 역시 모두 알고 있는 건 노벨문학상이 유일했다. 작품을 접했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름이라도 익히 들었던 기준으로.
사실 여기서 소개하는 모든 상의 수상작가 작품을 적어도 하나씩은 읽어 봤다.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은 말할 것도 없고, 맨부커상의 윌리엄 골딩이나 살만 류수디, 공쿠르상의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나 미셸 우엘벡, 나오키상의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나 온다 리쿠, 아쿠타가와상의 무라카미 류나 메도루마 슌, 무라타 사야카, 카프카상의 필립 로스나 옌렌커, 예루살렘상의 이언 매큐언이나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정녕 수많은 작가와 수많은 작품들이 문학상이라는 이름을 드높이는 데 이용되고, 문학상을 통해 인생이 역전되기도 하며, 간혹 문학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작가이자 작품이지만 하필이면 함께 수상을 겨루었던 작가와 작품들이 역대급일 때 수상한 사례가 있다. 이는 문학상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상'에서 종종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잘은 모르지만, 개인적 소견과 책에서 소개하는 전문가의 소견을 합쳐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 중 각 문학상의 only one을 뽑자면 오르한 파묵, 메도루마 슌, 후나도 요이치, 마거릿 애트우드, 미셸 우엘벡, 줌파 라히리, 필립 로스, 이언 매큐언이다. 누가 읽어도 절대 후회하진 않을 만한 작가들이다.
책에서 따로 정리를 하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리스트의 공통점이 눈에 띈다. 한마디로 말해서 '비주류'인데, 다양성, 외부의 시선, 낮은 곳에서, 문학상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은 작품들이다. 대담 주체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리스트가 신선했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모든 문학상의 모든 수상자와 수상작을 알 필요가 없는 만큼, 또 너무나도 유명한 책들을 따로 알아내려 애쓸 필요가 없는 만큼, 이 책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를 통해 색다르지만 수준높은 문학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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