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다

일본 소설 편독 걱정과 다양성을 위한 중국 소설 부흥에 대해서

반응형






요즘 일본 소설 잘 나가죠? 미스터리 장르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제가 한 번 세어보았어요. 2015년에 나온 일본 소설이 100권을 훌쩍 상회하더군요. 거기엔 유명한 소설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어요. 역시 베스트셀러에 대거 올라갔고요. 북유럽 소설과 함께 요즘 소설계를 이끌어 나가는 쌍두마차다운 위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의 소설은 어떠할까요? 2015년에 나온 중국 소설은 30여 권 정도이고, 그 중에서 제대로 된 소설은 10권 안팎. 나머지는 고전 소설의 재탕이 많더군요. 뜬금없이 김용 소설이 다시 나오기도 했고요. 이 중에서 베스트셀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에 나온 '위화'의 소설들이 현재 중국 소설을 지탱하고 있더군요.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중국 하면 떠오르는 '촌스러움'이나 '고리타분' 때문일까요? 실제로 중국 소설은 이런 '중국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게 매력이란 말이죠. 이번에 새로 나온 류전윈 소설가의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또한 그래요. 보편적인 인간들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서술이나 서사 방식 그리고 캐릭터들이 여타 잘 나가는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촌스럽죠. 


그런데 저는 이런 게 좋습니다. 가식 없이, 빠르지 않고, 너무나 무던한. 그럼에도 중국 소설의 부흥은 요원해 보입니다. 비록 중국에서는 100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중국 최고의 문학상을 싹쓸이 했다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나라와는 안 맞나 봐요. 


그래도 중국 소설을 응원하렵니다. 제가 중국학부를 나오고 중국을 좋아해서 이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요즘 잘 나가는 소설들을 예로 들어볼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를 필두로 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 사실 거의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물론 저도 이 소설들을 종종 읽고 또 거침없이 빠져드는 그 소설들을 좋아해요. 문제는 잘 나가는 소설들이 판박이 같이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일본 소설 뿐만 아닌 것 같아요. 제작년에 나와서 대박 친 소설 있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보다 유쾌통쾌상쾌하게 잘 읽히는 소설이 없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이와 거의 판박이 소설이 나와서 아주 잘 나가고 있다고 해요. <오베라는 남자>. 같은 북유럽 소설이고, 비슷한 분위기에 따뜻하고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보니, 다양성 운운할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일본 소설이나 북유럽 소설이 각각 하나의 큰 줄기를 형성해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중국 소설도 보면 하나의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는 건 중국 소설 자체가 시대를 이끌어 가지 못하다는 것일까요? 시대에 뒤떨어져서?





문제가 중국 소설 자체에 있든, 독자에 있든, 여하튼 안타깝습니다. 여기서 또 생각나는 건 고전 재출간 상황이에요. 일본의 경우, 나쓰메 소세키를 필두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오에 겐자부로, 요시카와 에이지 같은 근현대 고전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요. <겐지 이야기>같은 고전도요. 


반면 중국의 경우는? 중국 근현대 고전 중에 루쉰 밖에 모르지 않으신지요? 들춰보면 루쉰을 비롯해 마오둔, 라오서, 바진, 왕멍 등 대문호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소설가들이 많죠. 그런데 이들 소설은 전혀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 않습니다. 저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제일 큰 이유는 중국 근현대사 때문일 거예요. 굉장히 정치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배경 안에서 대문호로 인정 받고 있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게 그 지역과 그 나라와 그 시대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언제쯤이면 중국 소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지 알 수 없어요. 분명한 건 중국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푸대접을 받는다 해도, 해당 소설가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죠. 중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훨씬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 소설 판권 최고가는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의 소설가 류전윈이 '나는 판진롄이 아니다' 1억 원 이상이고, 한국 소설 판권 최고가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약 8,000만원입니다. 그래서 제가 걱정하는 건 그들이 아닌 우리 독자들이에요. 편식은 몸에 이상을 낳잖아요. 


주저리 주저리 횡설수설 말이 많았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