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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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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단편 소설 短篇小說 short story


장편 소설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단일한 서사를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성을 통해 표현한, 짧은 분량의 소설. ←→ 장편 소설


원고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200자 원고지 70~100매 내외를 지칭하며, 한국 근대 소설의 지배적 장르로서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단편들을 묶어 발간한 서적을 '단편 소설집'이라고 한다. 


영미권에서는 단편 소설 작가(short story writer)와 장편 소설 작가(novelist)를 구분하는데, 우리의 경우 둘을 합쳐 일반적으로 '작가' 혹은 '소설가'라고 부른다. 이로써 단편 소설에 대한 생각도 서양과 우리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우리가 '콩트'라고 부르는 장편 소설 정도의 분량과 형식을 단편 소설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다. 단편 소설이라는 개념은 에드거 앨런 포가 호손의 소설을 논한 두 편의 평론에서 기원한다. 포는 이 글에서 단편이란 "반 시간에서 한두 시간의 숙독을 요하는 짤막한 이야기 형식의 산문"이라고 정의하면서, 단일한 사건을 엄격한 필연성에 입각해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단편 소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사건에 대한 간략한 보고, 경험담, 꾸며 낸 거짓말, 소문 등이 발전하여 일화, 동화, 우화, 비유, 농담, 민담, 모험담 등으로 구조화되었다. 소설적 형식으로는『아라비안나이트』『데카메론』『삼국유사』『패림』『어수록』등으로 구체화되었다. 


근대 단편 소설은 등장인물의 수를 제한하고, 지나치게 복잡한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중심 인물의 단일한 서사를 통해 사건의 핵심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전체의 통일성을 확보한다. 단편 소설은 작가의 특별한 솜씨를 요청하는데, 이는 극적 반전이나 인상적인 마무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 헨리, 에드거 앨런 포, 어니스트 헤밍웨이,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 투르게네프, 프랑스의 모파상 등이 서구를 대표하는 단편 작가들이다. 팔레스타인의 갓산 카나파니, 이란의 사데크 헤다야트, 일본 오키나와의 메도루마 슌, 베트남의 바오닌, 아르헨티나의 보르헤스, 칠레의 루이스 세풀베다 등도 단편에서 나름의 성취를 보여 준다. 


한국 문학에서 단편 소설은 식민지 시대에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김유정 등에 의해 화려하게 꽃피었고, 해방 이후 황순원, 김승옥, 서정인, 오정희, 윤후명 등에 이르는 전통을 형성했다. 일부에서는 한국 문학의 발전을 저해한 요인으로 단편 소설 위주의 창작 풍토를 제기하기도 했다. 


단편 소설 위주의 창작 풍토는 작가의 호흡을 짧게 하고, 서사성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단편이냐 장편이냐가 곧 문학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장편 소설이 한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좀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 하더라도 단편 소설 역시 그 나름대로 충분한 존재 의의를 지니고 있다.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아시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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