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랑스산 애니메이션 <슈퍼미니>
<슈퍼미니> ⓒ판시네마
태어나자마자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겨진 무당 벌레(이하 "무당이") 한 마리. 똥파리들의 도발과 위협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혼자 발을 딛게 된다. 하지만 다치게 되어 한쪽 큰 날개를 잃는다. 이후 우연히 흑개미 특공대가 옮기는 각설탕 박스에 탑승하게 된 그는, 도중에 흑개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유의 소리를 내어 도마뱀을 쫓아버린 것이다. 흑개미들은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동행한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애니메이션 <슈퍼미니>의 시작점이다. 무당 벌레와 흑개미가 본래 공생 관계라는 것을 의식한 구성인지 모르지만,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해서 만들어졌다. 배경의 자연 환경은 실제 프랑스의 유명한 공원이라고 한다. 그 위에 곤충 캐릭터들이 날아다니고 걸어다니고 있으니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한다. 그들의 모험을 한 번 따라가 보자.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흑개미들이 먹이를 옮기는 데 불개미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흑개미 특공대가 먹이를 구해오기 위해 투입되었다면, 불개미는 그 먹이를 강탈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흑개미 대장이 각설탕 한 개로 불개미를 달래려 하지만 오히려 화를 돋울 뿐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불개미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험난한 절벽, 물살 센 냇물, 무시무시한 폭포, 강력한 물고기의 위협도 피해야만 했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흑개미 왕국에 도착한 일행. 무당이는 흑개미 특공대를 구한 덕분에 왕국에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끝까지 쫓아온 불개미 특공대 대장. 그는 불개미 왕국으로 돌아가 불개미 여왕으로 하여금 전군 출동의 명령을 내리게 한다.
<슈퍼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이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라는 특수성에 더해, 내레이션과 대사, 자막이 전혀 없다는 특수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조합이다. 제일 궁금한 건 역시 스토리 전개와 상황의 이해에 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들을 음악과 캐릭터들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적절한 편집으로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조금의 상상력과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것들이 영화를 즐기는 데 많은 재미를 준다. 예를 들어, 무당 벌레의 도움에 흑개미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동행하게 되는 과정, 흑개미 대장이 각설탕 한 개로 불개미 특공대를 달래려고 할 때 불개미들의 반응, 흑개미 여왕이 특공대가 가져온 각설탕을 맛보고 나오는 놀라운 반응 등. 그 표현력에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음악 또한 영화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이다. 캐릭터들(무당 벌레, 똥파리, 흑개미, 불개미, 물고기, 도마뱀 등)에 따라 테마를 정해 그들의 성격과 성향을 보여주고,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음악으로 그 상황을 설명하였다. 이 또한 상상력과 집중력이 요한다. 그리고 오히려 이것들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슈퍼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한편, 불개미 왕국의 전군 출동은 곧 흑개미 왕국에게 전해진다. 전투 태세를 갖추는 왕국. 그러나 엄청난 대군과 다양한 공성 무기를 장착한 불개미 군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에 비책을 생각해내는 흑개미 대장. 왕국의 과학자에게 찾아가 성냥과 폭죽을 얻어 온 것이다. 폭죽을 통해 불개미 군단을 쫓아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냥은 고작 한 개. 엄청난 대군을 몰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순간 성냥을 봤던 기억(?)을 떠올리는 무당이. 그는 다친 날개임에도 불구하고 훨훨 날아서 성냥이 있던 곳으로 향한다. 그의 귀환 여부에 따라 흑개미 왕국은 생존과 괴멸을 선택 당하게 될 것이었다. 과연 그는 성냥을 구해와 위기에 빠진 흑개미 왕국을 구할 수 있을까?
스토리의 일면을 따라가다 보면,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이 떠오른다. 원정을 떠나고, 공성전을 펼치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거에 승리를 (비록 많은 아픔이 동반되지만) 거둔다는 내용 말이다. 그 안에 우정, 신뢰, 기다림, 그리움, 행복 등이 다양하게 점철되는 것까지도. 그 뿐만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장면을 따로 뽑아 살펴 보면, 이 안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보이곤 하는 것이다.
<슈퍼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오히려 이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무시 못할 곤충들의 이야기가 더 알차고 재밌고 감동적이다. 그동안 많은 애니메이션을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작고 귀여운 곤충들의 이야기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깔끔하고 심플하면서 상당한 여운을 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보고 상당한 감흥을 받았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과 더불어, 프랑스산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높여주는 데 일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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