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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정> '중국식 사회주의'를 확립한 중국의 불쾌한 이면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4. 5. 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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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아 장 커의 <천주정>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정> ⓒ(주)에스와이코마드


현대 중국 영화는 대개 감독들에 의해 세대가 구분된다. 중국 영화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 놓은 장이모우나 첸 카이거 감독은 5세대로 분류된다. 이들은 중국 전통의 한 부분인 '민족의식'을 새롭게 창조했고 이를 신비롭게 포장하여 선보였다. 또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표현주의적이지만 사실적이고 자연주의에 근접한 영상기법으로 세계를 점령하였다. 


이어 6세대가 출현하였다. 이들은 앞서 5세대와는 달리 문화대혁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대신 개혁개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새로운 시대와 조우한 이들의 생활을 영화에 담으려 한 이들은, 영화를 통해 이전 세대의 모든 것들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하고 독창성과 정치적 이념으로 무장해 거부의 길을 택한다. 그러며 주로 변화한 도시의 소외된 하층민을 그린다. 대표적인 감독으로 지아 장 커, 장위엔 등이 있다. 


5년 만에 장편 극화로 돌아온 지아 장 커 감독의 <천주정>은 6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중국식 사회주의'를 확립한 중국의 불쾌한 이면을 그렸다. 기존의 작품과 다른 점이라 하면,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것. 기존의 변화 모습이 '혼란'이었다면, 지금의 변화 모습은 '체념'에 가깝다. 그 기저에 저항이 깔려 있다는 점은 같다. 


<천주정>은 네 개의 길지 않은 에피소드를 통해 '천주정(신에 의해 정해진 운명)'의 모습을 전한다. 끝없이 뻗어 나가는 중국 사회 이면의 모습을 말이다. 중국 사회가 이처럼 끝 모를 성장을 하고 있는 이면에는, 신에 의해 정해진 비참한 운명들이 도처에 있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이를 대표한다. 


영화 <천주정>의 한 장면. 첫 번째 에피소드. ⓒ(주)에스와이코마드


첫 번째 에피소드는 부패하고 타락한 마을 사람들을 응징하는 광부 '따하이'(강무 분)의 이야기이다. 그는 국가의 돈을 빼돌려 잇속을 챙기는 마을 촌장과 광산 사장을 고발하려 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외려 그는 광산 사장의 부하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에 따하이는 엽총을 들고 광산 회계사 부부를 시작으로 응징에 나선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먹고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 돈을 갈취하는 '조우산'(왕보강 분)의 이야기이다. 그는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강도, 살인 등으로 돈을 갈취해 가족에게 꼬박꼬박 돈을 부치는 가장이다. 그런 그가 어머니 칠순을 기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살인 강도뿐. 조우산은 다시금 권총으로 길을 가는 사람을 죽이고 돈을 갈취한다. 


영화 <천주정>의 한 장면. 두 번째 에피소드. ⓒ(주)에스와이코마드


세 번째 에피소드는 성폭력의 위험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된 안마시술소 접수원 '샤오위'(자오 타오 분)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유부남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안마시술소 2층 어느 방에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이닥쳐 서비스를 요구하는 손님. 그녀는 서비스 직원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말하지만 손님은 계속해서 들이닥친다. 급기야 돈을 들고 와 수십 차례 얼굴을 가격하며 돈을 주는 데 어떻게 안 할 수 있냐며 그녀를 몰아 부친다. 이에 참지 못한 그녀는 과도로 그들을 죽인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공장 노동자 청년 '샤오후이'(나람산 분)의 이야기이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자신의 실수로 손을 다치게 된 동료를 피해 유흥업소를 흘러들어 간다. 거기서 접대부와 사랑에 빠지지만 거절 당하고 만다. 다른 공장에 취직하게 된 샤오후이는 엄마의 돈을 내놓으라는 성화, 그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손 다친 전 동료, 생각지 못한 이별의 아픔 등으로 아파한다. 쇠막대기를 들고 와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하려 하는 찰나, 그는 투신 자살을 택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네 개의 에피소드는 2000년대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는 상영 불가의 낙인이 찍혔다. 국가의 돈을 빼돌려 호의호식하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국가, 공산당원에 의해 성폭력의 위험에 처했던 안마시술소 접수원, 살인 강도 말고는 먹고 살 길이 없는 이들, 어린 나이에 비참한 삶에 한 가운데로 내동댕이쳐진 젊은이들까지. 그야말로 중국의 유례 없는 최대 성장 사회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편하고 불쌍하고 불합리하고 불쾌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천주정>의 한 장면. 세 번째 에피소드. ⓒ(주)에스와이코마드

중국은 2012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부패지수(CPI)에서 80위를 차지했다. 177개국 중에 80위라 하면 중간 이상은 한다고 하겠지만, 명실공히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톱 2를 다투고 있는 나라이다. 외적 성장으로 볼 때, 선진국의 반열에 진작 올라섰지만 중국을 결코 선진국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중국의 외적 성장이 아닌 내적 성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적 성장이라 하면,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은 하에서 국가 자체가 아닌 국가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다. 몇 마디 말로 중국의 내적 성장을 단적으로 말 할 수 있다. 중국 상위 10%가 전체 60%를 넘는 자산을 보유(2014년 현재)하고 있고, 중국의 지니 계수(소득 분포 지수로, 1로 갈수록 높은 빈부격차를 뜻함)가 1980년의 두 배에 가까운 0.55에 육박(2010년 현재)했다. 또한 중국의 백만장자는 64만 3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4.3%가 증가(2013년 현재)했다. 중국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라 하겠다. 


중국의 불평등은 GDP와 1인당 GDP를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국의 GDP는 9조에 육박하여 2013년 현재 미국(16조 7천억)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인당 GDP는 형편없다. 약 6600달러로 2013년 세계 87위를 기록 중인 것이다.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가장 높은 1인당 GDP를 자랑하는 천진과 가장 낮은 귀주는 5배 가량 차이가 난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보아, 중국 동쪽에 극도로 치우쳐 여전히 중국 내부와 서남부는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형편이다. 


영화 <천주정>의 한 장면. 네 번째 에피소드. ⓒ(주)에스와이코마드


여기에 중국의 실업률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도시 실업률은 8%를 넘어섰다.(중국 정부 발표치는 4% 가량)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지방 출신 농민공들의 실업률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주정>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 조우산이 바로 이 농민공이다. 


이런 실정의 중국. 1978년 덩샤오핑이 외친 여러 개혁 개방 정책 중 '선부론'이 있었다. 부자들이 먼저 엄청난 부를 쌓고 이들이 하층민들을 끌어올려 주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되어 가고 있는가? 1990년대 '내 관을 포함해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고 선언하며 부정부패의 척결에 손발을 걷어 부친 주룽지. 과연 지금 부정부패가 척결 되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만의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하며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그 이면에서 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고 있다. 너무나 커져 버린 문제이거나 아직까지는 무시해도 될 만한가 보다. 


지아 장 커 감독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아픈 곳을 도려내거나 감추려 하지 말고 일단 드러내고 공론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말하고 있다. 중국이 먼저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외부가 아닌 내부라고 말이다. 그의 외침은 우리나라에게도 섬뜩하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아마도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른 많은 나라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러 눈을 돌리지 않고 있을 뿐. 그렇게 계속 갔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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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감독, 경제, 부정부패, 중국, 중국식 사회주의, 지아 장 커, 천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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