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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명심보감] 어떤 운명인지 알 수 없는데, 운명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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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가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은 명에 있고,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 것은 하늘에 있다." 

하였다.  


- 모든 일에 분수가 이미 정해졌는데 세상 사람들은 쓸데없이 바쁘게 군다. 


- <경행록(景行錄)>에 말하기를, "화는 요행으로는 면치 못할 것이며 복은 한 번 받으면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다." 하였다. 


- 때가 오면 바람이 왕발(王勃)을 등왕각(騰王閣)까지 보내 주어 글을 지어 이름을 높이게 하듯이 일이 잘 되게 하고 운수가 나쁠 때는 벼락이 천복비(薦福碑)에 떨어져서 이때까지 애쓴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 열자(列子)가 말하기를,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병이 있고 벙어리라도 집은 호화롭고 부자로 살 수 있으며, 지혜가 있고 총명한 재질을 가진 사람도 도리어 빈궁하게 사는 수가 있다. 이로 보면 사람의 모든 일은 생년월일시의 사주팔자에 미리 정해진 것이니 따지면 모두 운명에 있는 것이고 사람의 재능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 


[명심보감] <순명편(順命篇)> 전문이다. 명심보감,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운명 하에 있다니요... 그렇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정작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서 평생을 살아갈 지 죽을 때까지 전혀 알 수 없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라는 것인지요. 


특히 두 번째 언행인 "모든 일에 분수가 이미 정해졌는데 세상 사람들은 쓸데없이 바쁘게 군다."는 정말로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이건 공산주의 사상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 게 합니다. 나에게 돌아오는 건 남들과 똑같은데 뭣하러 쓸데없이 바쁘게 굴까요? 또한 내가 어떤 운명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바쁘게 구는 게 쓸데없는 일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모순적인 말인 듯합니다. 


그리고 이 편에 나오는 모든 언행들에는 '어떻게'가 빠져 있습니다. 단지 '무엇'이라는 현상만 늘어놓을 뿐입니다. 위대한 잠언들이라 일컬어야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누구나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되네요. 운명에 순응하는 삶은 평온하고 편리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잠언들에 비춰보면, 그 삶이란 참으로 우울하고 의미 없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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