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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만화, 단순 그림에서 예술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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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문화 개방 정책에 힘입어 일본으로부터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하위 문화 콘텐츠들이 무수히 많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동안 나름 한국적인 하위 문화를 창작하고 소비했던 계층이 일순 무너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수많은 차기 창작자들과 소비자들은 이 시기에 접한 콘텐츠들로 내면의 자아를 형성하여 이후 더욱더 좋은 콘텐츠를 창작하고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 세대의 마지막과 차기 세대의 시작을 모두 겪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르적으로 보자면, 일상적이고 교훈적인 장르에서 액션과 판타지와 SF 요소가 뒤섞인 장르로의 이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대 시절이었던 이 당시에 저의 관심사는, 싸움을 잘하는 학생과 악을 무찌르는 영웅과 사랑을 쟁취하는 멋진 어른이 나오는 만화였습니다. , 해야 하는 건 공부밖에 없던 10대 청소년의 바람 내지 로망을 대신 행하여 주는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였던 것이죠.


<드래곤 볼>이 끼친 영향은 긍정과 부정의 양극단을 달리죠.



하지만 20대가 되어 어른이 되고 나서도 10대 때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드래곤 볼>을 패러디하고 오마주하고 이리저리 비튼 만화들을 보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만화는 대리 만족 차원의 창구 역할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시 만화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못했던 이유는, 소비자로서 만화를 대하는 마음이 주체적이지 않아서 였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히 관심 분야는 만화 자체가 아닌 캐릭터들뿐이었습니다.

 

반면, 90년대 당시 이미 서양에서는 (주로 미국) ‘그래픽 노블이라는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 만화 형식이 출현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그래픽 노블의 대명사와도 같은 존재인 아트 슈피겔만의 <>, 1992년 만화로서 최초로 퓰리처상, 구겐하임상, 전미도서평가협회상을 휩쓸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만화도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일찍이 1970년대 예술 강국 프랑스에서는 만화를 9의 예술로 규정하면서 엄연히 문화 예술의 한 범주에 속하게 되었죠. 1974년에 시작된 세계 최대의 출판 만화 축제인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은 그 생생한 증거와도 같습니다. 만화가 더 이상 독자적 특질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집단적 성격의 하위 문화 만은 아니라는 천명이었습니다. 이후 만화는 이야기를 간결하고 익살스럽게 옮겨 놓은그림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자 그림 예술이 되었습니다.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우리나라 만화가들의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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