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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조선경국전

[조선경국전] 민본정치의 교과서이자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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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을 보면, 극 중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곧 나라의 주인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이고, 백성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가 진짜 정치라고 말하는 정도전의 <조선경국전>과 일맥상통한다. 이른바 '민본정치(民本政治)'이다. '민본정치'는 사랑과 도덕과 예의를 상위 개념에 두고, 힘과 이득과 수치는 하위 개념으로 두고 있다. 인간의 도덕적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힘과 이득을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치는 사람을 바르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바르게 만들려면, 모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연의 이치를 바탕으로 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또한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백성의 뜻을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백성을 가르쳐서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를 능력주의로 선발하여 정치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임금이 백성의 뜻을 어기면 백성이 임금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교서(敎書)


<서경(書經)>에 "위대하도다. 왕의 말씀이여!"라고 하였고, 또 "순수하도다. 왕의 말씀이여!"라고도 하였다. 마음이 안으로부터 순수하기 때문에 그것이 밖으로 말로써 표현되면 자연히 그 말이 위대하기 마련인 것이다. 반대로 밖으로 표현된 말의 위대함을 보면 그 마음이 순수한 것을 알 수 있다. 전(典)·모(謨)·훈(訓)·고(誥)가 <서경>에 실린 이래로 '정일(精一)'·'집중(執中)'이라는 말이 두고두고 성학(聖學)의 연원이 되었으니, 이 말의 위대함을 알겠다. 한(漢)·당(唐) 이래로 천자의 말은 혹은 '제조(制詔)'라고도 칭하고, 혹은 '고칙(誥勅)'이라고도 하였으며, 제후의 말은 '교서(敎書)'라고 하였다. 양자 사이에는 비록 높고 낮음의 차이가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뜻은 한 가지인 것이다. 이른바 '제고' 또는 '교서'는 본인이 스스로 짓는 경우도 있으나, 문신이 대신하여 짓는 경우도 있다. '제고'와 '교서'는 정치 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순수한 것도 있고 잡박한 것도 있어서 한결같지는 않으나, 이것을 통하여 그 시대의 언행을 살필 수가 있다. 

우리 전하는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유사(儒士)와 더불어 경서(經書)와 사서(史書), 그리고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書)를 읽어서 의리를 토론하여 밝히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정치의 성공한 일과 실패한 일을 토론하기를 좋아하여 이에 능통하였다. 문장은 본업이 아니요, 여사(餘事)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이 이렇듯 지극한 것은 스스로 터득한 것이 많은 까닭이었다. 이제 유신(維新)의 시대를 맞이하여 기강을 확립하고 백성들과 더불어 새로이 정치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 교서(敎書)를 내리어 서울과 지방 교시하였다. 이 교서는 비록 문신이 지어 바친 것이지만 교서에 들어 있는 명령의 뜻은 모두 전하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며, 이를 토론하고 다듬어서 의리에 맞게 한 것이다. 그 수준은 문필을 잡은 사람이 능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이니 이를 마땅히 편으로 적어서 일대의 법전(法典)으로 갖추어 놓고자 한다. 


 - 올재 클래식스 <조선경국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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