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살인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

2020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시체안치소 병리학자 캐럴라인은 20대 후반까지 8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에게 내팽개쳐진다. 그녀는 그녀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여느 20대가 그렇듯 ‘틴더’에 가입해 남자친구를 찾는 그녀, 오래지 않아 193cm의 남자다운 하일랜드 사람 샌디와 이어진다. 그는 사냥터 관리인이었다.
하일랜드 오크이스테이트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한 풍경 속에서 그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샌디는 캐럴라인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정도를 넘어서면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다. 그렇게 약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캐럴라인은 샌디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살인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는 제목이 모든 걸 말해 준다. 캐럴라인 입장에서 살인자인 샌디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다. 그런 한편 제목은 모든 걸 말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헷갈리게 할 수도 있는데, 샌디의 살인 고백이 엉뚱하게 흘러가 그녀를 더욱 괴롭히기 때문이다.
샌디의 기막힌 고백, 형제 로버트와 함께 뺑소니를 쳤고 사고 당시 살아 있었으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후에 사유지로 데려가 땅에 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캐럴라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한꺼번에 휘몰아쳤기 때문인데, 그에게서 받은 사랑의 크기가 너무나도 크고 넓었을 테다. 그럼에도 그녀는 감정을 정리하고 용기를 내 신고했지만, 정작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신고 이후의 악몽… 보호받지 못한 핵심 증인
캐럴라인은 점점 더 수렁에 빠져 들어갔다. 긴급 체포된 샌디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경찰은 시체를 찾지 못하는 한 그를 풀어 줘야 했다. 이후 같은 건으로 그를 다시 체포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캐럴라인으로선 자신이 그를 배신했다고 믿지 않게 하려면, 이전과 다름없이 그를 사랑하는 척해야 했고 결혼할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녀로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섣불리 신고를 한 셈이었다. 사랑에 빠진 이가 살인자라는 죄밖에(?) 없는 그녀는 후과를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이를테면,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샌디를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 주고 함께 웃으며 위로해 줘야 한 것이다. 진심을 감추고 거짓이 진심인 것처럼 대해야 했다. 아니면 그녀는 끝장이었으니까.
그녀가 경찰에 신고한 건 용기 있고 또 옳은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더더욱. 하지만 정작 경찰은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그녀를 배신자로 노출시켰고 결국 그녀를 버렸다. 그녀는 피해망상증을 비롯해 각종 정신 질환을 겪으며 삶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반면 경찰은 그녀가 잘못 생각하고 또 행동했다고 본다. 그녀가 왜 다시 샌디와 로버트를 받아들이고 또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캐럴라인으로선, 처음에는 두려워 그들을 받아 줬지만 나중에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자 오히려 그들을 찾아갔다. 그녀는 그의 사랑을 느꼈고,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거짓 현실 속에서 살았다.
왜 그녀는 살인자에게 돌아갔나, 사랑의 잔혹한 심리
이 기괴하고 기묘한 사건, 샌디와 로버트가 사고를 낸 것이냐 과실치사냐 살인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과 캐럴라인이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한편 오히려 샌디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믿지 못할 감정의 소용돌이와 스코틀랜드 경찰의 논란이 될 만한 증인 보호 프로토콜까지 다층다단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그녀는 다시 샌디와 만나며, 심지어 그의 집에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샌디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어’ ‘그건 사고였어(사고 이후의 행각을 보면 명백히 의도되고 계속된 살인)’ ‘술에 취해 있었어’ ‘샌디는 좋은 사람이니 나아질 수 있어’ ‘내가 제어할 수 있어’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 어느 날 샌디와 로버트는 사건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 모습은 동정도 후회도 없는, 괴물 그 자체였다. 그들은 피해자를 탓하고 있었던 것이다. 캐럴라인은 정신을 차렸고, 그들을 떠나 글래스고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녀가 내놓은 증거와 경찰이 찾아낸 증거로 샌디와 로버트는 다시 한번 체포되었고 재판이 시작된다. 캐럴라인에게 또 다른 역경이 찾아올 터였다.
이 복잡한 사건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샌디와 로버트 형제의 잘못이 명명백백하다. 다만 캐럴라인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과 경찰이 핵심 증인을 대하는 태도와 형식이 논란이 될 만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캐럴라인의 경우 인간이 가지는 지독한 아이러니의 심리, 사랑의 감정을 보여 준다. 그녀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고 하필 살인자 샌디가 충족시켜 줬다. 그 강력한 열병에서 헤어 나올 이가 얼마나 많으랴.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면 그녀를 이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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