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정점>

연인 사이이자 등반 파트너 샤샤와 토미는 노르웨이 트롤의 벽을 맨손으로 정복하려 한다. 지금까지 무사히 성공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날씨가 따라 주지 않고, 토미는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샤샤는 ‘죽기밖에 더 하겠어?’라고 생각하며 하자고, 할 수 있다고 밀어붙인다. 그렇게 토미는 죽고 샤샤만 살아남는다.
6개월 후, 슬픔을 간직한 채 호주의 완다라 국립공원에 온 샤샤는 이것저것 물건을 사려 한다. 하지만 불순해 보이는 사냥꾼 무리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때 나타난 남자가 사냥꾼 무리를 쫓아낸다. 갈 길 가는 샤샤, 익사이팅 스포츠를 즐기며 슬픔을 이겨 보려 한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사라진 가방, 그 안에 중요 물품이 들어 있다. 찾아 나서는 샤샤.
우연히 다시 만난 그 남자, 자신을 벤이라고 소개한 그는 샤샤를 친절하게 대하는 듯하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낸다. 자신이 살인마라는 걸 드러내곤, 도망가는 샤샤를 뒤쫓는다. 그는 사람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었던 것. 과연 샤샤는 사람 사냥꾼 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호주 외지에서 익사이팅 스포츠를 즐기며 슬픔을 이겨 내려 한 샤샤의 운명은?
인간이라는 최상위 포식자
발타자르 코르마쿠르는 <콘트라밴드> <투 건스> 등으로 묵직한 액션을 선보인 한편 <에베레스트> <어드리프트> 등으로 자연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건 액션과 자연을 접목한 생존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점>이다. 살인마의 타깃이 된 주인공이 살고자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휘젓고 다닌다는 설정, 나쁘지 않아 보인다.
거기에 주인공이 샤를리즈 테론이다. 대역 없이 직접 고난도의 액션을 소화하기에 보는 재미가 상당할 것이다. 확고한 인기를 보여 준 <올드 가드> 시리즈에 이어 샤를리즈 테론 표 액션을 즐길 수 있을 테다. 태런 에저튼이 그녀를 쫓는 살인마로 분하니, 색다른 조합이라 기대된다.
제목이 'APEX'로 정점 또는 꼭대기라는 뜻이다. 주인공 샤샤가 산의 정점에 오르는 데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가 극복할 거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귀결되는 듯하다. 한편 'APEX PREDATOR'는 최상위 포식자라는 뜻을 갖는다. 샤샤가 자연 또는 야생에게서 느낀 두려움을 인간 사냥꾼 벤에게서 훨씬 더 극악하게 느끼는 바, 최상위 포식자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걸 보여 주고 있다.
그럼에도 샤샤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과거를 잠시 밀쳐두고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그린다. 그렇게 정신을 잃지 않고 생존을 도모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쯤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쫓고 쫓기는 ‘생존 서바이벌’이라는 콘셉트에서 '액션'에 방점을 찍을 건지 '스릴러'에 방점을 찍을 건지 확실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저것도 다 잡으려다 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액션과 스릴러 사이, 살아남기 위한 싸움
그래도 좀 더 힘을 준 부분은 '액션'이다 강인한 여전사로 거듭 난 지 오래인 샤를리즈 테론을 앞세워 독보적인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험난하기 이를 데 없는 호주 오지의 산, 숲, 물을 정신없이 오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 속을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한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영화를 봤을지 의문일 정도.
그녀와 발맞춰 광기 어린 연기로 ‘스릴러’ 부분을 담당한 태런 에저튼은 차마 말 못 할 사연을 의외로 지그시 풀어놓는다. 그가 한 짓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악랄한데, 지금은 크게 힘을 못 쓴다는 게 흠이다. 벤이 좀 더 샤샤를 힘들게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인간의 사투는 계속된다. 자신에 대항해, 타인에 대항해, 자연에 대항해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 간다. 무엇이 더 쉽고 또 어려운지는 제각각일 것이다. 자신을 이겨 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타인을 이겨 내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며, 자연을 이겨 내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테다.
샤샤는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파고를 끝내 넘었을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살인마에게서 살아남고 야생에서 생존했을까. 그랬을 거라 확신하는 한편 인간의 고달픔이 훅 끼쳐 온다. 누군들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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