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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믿을 수 없는 팀, 하지만 믿어야만 하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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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립>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립> 포스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절친이다. 각각 10살, 8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1997년 함께 각본과 주연으로 참여한 <굿 윌 헌팅>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며 날아 올랐다. 이후 맷은 2000년대 배우로 전성기를 맞이했고 벤은 2010년대 감독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2022년 둘은 함께 제작사 ‘아티스트 에쿼티’를 설립했고 따로 또 같이 제작, 연출, 각본, 주연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2026년 새해를 밝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립>도 그 중 하나다. 그들은 제작뿐만 아니라 주연으로 참여했다.

제목의 ‘The Rip’은 마이애미 경찰의 은어로 압수한 마약, 현금, 무기 따위를 일컬는다. 마약과의 전쟁은 곧 카르텔과의 전쟁, 그러니 조직을 지탱하는 현금과 조직을 넓히는 한편 지키는 무기 또한 압수 대상인 것이다. 이 영화가 ‘더 립’을 압수하는 과정을 그렸을 거라 유추해 볼 수 있다.

 

2천만 달러와 의심의 시작

 

마이애미 경찰의 전술 마약 단속팀(TNT) 팀장 재키가 외부 주차장에서 복면 쓴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사망한다, 아니 살해당한다. 곧바로 팀원들은 FBI 요원의 조사를 받는다. 카르텔의 소행일지, 경찰 내부의 소행일지, 팀 내부의 소행일지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차기 팀장 데인 경위가 출동을 지시한다.

출동한 곳은 하이얼리아의 주택 단지, 수십만 달러의 현금이 은신해 있다는 제보였다. 도착해 보니 데시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을 처분하고자 머물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락방에서 대량으로 나온 현금, 그 액수가 2천만 달러에 달한다. 당장 도망 가야 한다고 소리치는 데시를 보니, 아무래도 카르텔이 숨겨 놓은 돈인 것 같다.

그런데 데인의 행동이 이상하다.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대량의 현금을 사적으로 취득하려 하며, 현장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팀원들 또한 따로 또 같에 흔들리는데, 와중에 전화가 걸려와 그들의 죽음을 예고한다. 조만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의 습격이 이어지는데… 재키를 죽인 이들의 정체는? 하이얼리아에 숨겨 놓은 2천만 달러의 정체는?

 

액션의 외피를 쓴 신뢰의 스릴러

 

<더 립>은 전형적인 범죄 액션 스릴러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누군가 다치고 죽기까지 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소된다. 얽히고설킨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와중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이 영화의 경우 제목에 나온 바와 같이 ‘더 립’을 둘러싼 ‘신뢰’다. 고작 다섯 명인 팀원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건 현장에 갇혀 버린 신세,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팀장을 죽인 자를 밝혀내고 또 무사히 빠져 나가기도 해야 한다. 위험 요소이자 필수 이행 조건들이 따로 또 같이 들이닥치니, 스릴감이 증폭된다.

영화는 반전까지 가미했다. 아무래도 2천만 달러의 정체 혹은 팀장을 죽인 범인의 정체에 관한 반전일 테다. 그러니 각본이 심히 탄탄해야 할 것이다. 고전 액션 스타일을 잘 발현시키는 조 카나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나 아무래도 제작자인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입김이 작용했을 테니, 오히려 믿어봐도 좋을 듯싶다.

 

타인을 믿는다는 것의 위험한 실험

 

<더 립>은 범죄 액션 스릴러물이 아닌 차라리 미스터리 심리물에 가깝다. 고립되어 버린 현장,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현금, 서로 믿을 수 없는 팀원들까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와중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부에 있을 수 있는 적을 색출해야 하니 말이다. 그곳의 일원이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하여 영화는 오감을 자극하는 육체적 재미를 건네진 않는다. 꽤 준수한 총격씬, 추격씬 등이 나오지만 중심을 이루진 않는다. 반면 촉각을 곤두 세우는 심리적 재미를 건넨다. 맷과 벤뿐만 아니라 스티븐 연, 테야나 테일러, 사샤 칼레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긴장감 어린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해 증폭시킨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타인을 100% 믿는다는 건 굉장한 담력을 요한다. 나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을 믿는다는 건, 나보다 그를 더 신뢰한다는 뜻이다. 이 영화는 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밖의 맷과 벤의 이야기와 겹쳐 보이기도 하고 심리 실험의 일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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