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당신이 죽였다>

라비에 백화점 VIP 판매팀 대리 조은수는 일 잘하고 책임감 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니, 주짓수로 심신을 단련해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와중에 중화식자재 업체 건강상회 대표 진소백이 비싼 시계를 훔쳐갔다는 걸 알고 그를 직접 찾아간다.
한때 촉망받는 화가이자 동화작가였던 조희수는 알파투자증권 골든원 부지점장인 남편 노진표의 무지막지한 일상적 폭력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벗어나려 애써 보지만 무엇도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노진표는 집에 CCTV를 달고 조희수의 핸드폰을 위치추적하는 등 집착한다. 폭력 뒤엔 고가의 선물을 주는 비상식적 행동도 보인다.
학창 시절, 조은수가 힘들었을 때 조희수가 진심을 담아 위로해 줬고 둘은 곧 절친으로 거듭난다. 어른이 되어 조희수가 자살로 폭력의 지옥에서 탈출하려 하자, 조은수는 함께 노진표를 죽이자고 제안한다. 건강상회에 장강이라는 조선족 불법체류자가 일하고 있는데, 노진표와 판박이인 얼굴과 체형을 가졌다. 조은수와 조희수는 그에게 접근해 일을 꾸미는데… 그들은 노진표를 죽일 수 있을까? 죽은 다음에는?
서스펜스로 끌어올린 자극적 재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2000~2010년대 활발히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끈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했다. 재미 하나는 그 누구보다 탁월하게 만들어 내는 소설가의 서스펜스 넘치는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큼 상당한 재미가 보장된다 하겠다.
터무니없는 폭력을 자행하는 남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한 후 교묘한 방법으로 아예 이 나라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그들의 이야기,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지가 관건이겠다. 폭력적인 남성에 연대하여 대응하는 여성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과연 어떻게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메시지와 재미.
자연스레 이 방면의 대선배 격인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오른다. 해방, 연대, 불안, 자유로 이어지는 일련의 감정선에서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또는 모든 걸 완벽하게 조율할 수 있을 것인지. 결론부터 말하면, <당신이 죽였다>는 서스펜스를 극도로 끌어올려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했다. 결과는 성공적.
폭력을 지나치지 않는 이들의 연대
<당신이 죽였다>는 명확하진 않으나 사실상 1부, 2부 혹은 전반, 후반으로 나뉜다. 지옥 같은 폭력의 나날, 남편 실종 계획이라는 완전 범죄 등이 앞부분을 이루고 새롭지만 불안의 시간, 완전할 수 없는 범죄의 후과 등이 뒷부분을 이룬다. 삶은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하는 심도 있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조은수와 조희수의 공모는 ‘여성들의 연대’처럼 보이고 그렇게 시작된 게 맞을 수 있겠으나, ‘폭력을 지나치지 않는 이들의 연대’로 확장된다. 그 맞은편에는 결코 노진표만 있는 게 아니라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폭력을 조장하는 사람, 폭력을 방조하는 사람 등이 광범위하게 암약하고 있다. 그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관련해 극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폭력을 조장하고 방조하나 대외적으로 또 겉으로 한없이 좋은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을 요약해 본다. '죽음에 가까운 폭력을 당하면 비로소 자신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자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 만큼 자존감이 낮아져서 혼자서는 힘들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표면 아래 진짜 이야기의 핵심
주지했듯 이 시리즈는 서스펜스 충만한 이야기를 중심에 뒀다. 폭력, 죽음, 범죄, 이유 등의 무거운 메시지에 천착하기보다 폭력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처절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시리즈인 만큼 결코 짧지 않지만 한순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집약된 서스펜스가 빛을 발하는 지점들이 많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겠으나 분위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행한 일이 과연 정당한가는 제처두고라도 그들은 과연 어떻게 했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조희수는 말한다.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이다. 문제는 그녀가 정녕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백한 타의에 의한 자살, 곧 타살이다.
명백한 타살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켜 내려는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한다면, 그들의 행위는 범죄가 아닌 정당방위일 수 있겠다. 조희수는 주위에 도움을 청했고 공적으로도 도움을 받고 싶었으나 이뤄진 건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죽이려 했으나 조은수의 제안으로 그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표면 아래 진짜 이야기의 핵심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
제목에 유의하면 시리즈를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테다. 당신은 누구이고, 당신이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단순하게 보면 조희수와 조은수가 노진표를 죽인 것이겠으나, 극 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폭력자(행하고 조장하고 방조한 이들)의 갖가지 폭력들은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죽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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