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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앞바다 보물선을 도굴하고자 한데 모인 좀도둑, 사기꾼, 건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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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리뷰] <파인: 촌뜨기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 포스터.

 

강윤성 감독은 입지적전인 경력의 소유자다. 40대 중반까지 영화 연출부, 단편 영화 연출 등 영화 관련 일뿐만 아니라 CF나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국내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영화연출학 석사까지 했지만 남들보다 늦었던 것이다. 그러던 2017년, 한물 간 게 분명한 조폭 액션 영화 <범죄도시>로 크게 히트한다.

이후 <롱 리브 더 킹>으로 한숨 쉬어간 그는 2022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로 다시 한번 날아오른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의 첫 히트작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디즈니와 다시 만난 강윤성 감독은 <파인: 촌뜨기들>을 내놓았다. 윤태호 작가의 2014~2015년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1970년대 중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파인(巴人)', 즉 부제처럼 '촌뜨기들'이 한데 모여 일을 꾸미고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를 다뤘다. 뭔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려는 게 주목적이라는 점에서 '하이스트 무비' 또는 '케이퍼 무비'라고 할 수 있을 테고, 주요 등장인물들 모두가 도덕적 결함이 있는 악인이라는 점에서 '피카레스크' 장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기본적으로 범죄 드라마다.

메인 카피 '속이고 빼앗고 살아남아라'에서 엿볼 수 있듯 촌뜨기들이 대거 집합하지만 서로 속이지 못해 안달이고 빼앗지 못해 억울하며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고군분투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열심히 또 성실히 범죄를 저지르려 노력할 바에는 그보다 조금만 해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배어 나온다. 인간의 본능에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인가.

 

좀도둑, 사기꾼, 건달들이 도굴에 총집합한다

 

1977년, 좀도둑이자 조촐한 사기꾼 오관석과 그의 사촌 오희동은 감방 동기이자 골동품업자 사기꾼 송사장의 제안에 솔깃한다.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 잔뜩 묻혀 있다는 14세기 원나라 때 도자기를 도굴하자는 것이었다. 확실한 물주가 있었는데, 대학교를 세우고자 박물관을 만들려는 흥백산업의 천회장이 모조리 사주기로 했다.

관석과 희동은 목포로 내려간다. 그런데 송사장의 끄나풀과 흥백산업의 실질적 운영자인 천회장의 부인 양정숙의 끄나풀이 붙는다. 목포에서 도자기 전문 사기꾼 하선생이 합류한다. 선장과 잠수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찰나 서울에선 천회장, 양정숙, 송사장 간에 밀당이 이어진다. 결국 양정숙이 직접 목포로 내려가기로 한다.

한편 신안선 냄새를 맡고 부산에서 김교수라는 골동품 사기꾼이 온다. 그는 발 빠르게 현지 건달들을 포섭하고 일의 핵심이 되는 잠수부를 감옥에서 빼오는 수완을 발휘한다. 본격적으로 도굴에 착수하려던 찰나 두 무리는 한 곳에서 마주친다. 비등해 보이는 두 무리, 우두머리들이 한데 모여 합심해 일을 진행할 것을 합의한다. 그럼에도 일은 계속 생기는데… 도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교하고 입체적이고 재밌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파인: 촌뜨기들>에는 제목처럼 하나같이 등장만 요란하고 말만 번지르르한 촌뜨기들만 나온다. 믿을 놈 하나 없고 제대로 된 놈 하나 없다. 그래도 크게 한몫 잡겠다고 어떻게든 일을 만들고자 불철주야 노력한다. 계속해서 터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다닌다. 하여 굉장히 큰 사이즈인 것 같으면서도 하염없이 작고 하찮아 보인다. 입체적인 것이다.

분명 하나의 공통된 범죄 목적을 위해 여럿이 모여 함께 일을 벌이는 모습이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인 듯하나, 범죄 목적과 관련 없는 일이나 관계들이 생겨나고 나름 주요하게 다뤄지는 걸 보면 '드라마' 장르인 것도 같다. 그 모습이 갈피를 잡지 못해 보이는 게 아니라, 정교하게 짜인 큰 이야기를 이루는 부분들인 게 보여 오히려 재미의 요소로 작용한다.

이야기나 배경, 메시지보다 캐릭터가 월등하게 두드러지는 건 캐릭터 장사의 신 디즈니의 입김 때문인지 강윤성 감독의 스타일이 완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근래 어떤 시리즈보다 캐릭터들이 살아서 활개를 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전부 다 촌뜨기들이라 위협적이거나 불편하지 않고 웃기고 귀엽기까지 하다. 몇 번 다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폭발점이 두드러지지 않아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긴 힘들 것이다. 요즘 콘텐츠들은 확실하게 이목을 끌고 도파민을 충족시킬 만한 소재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도굴' 소재는 그렇게 많은 이가 관심을 가질 만하진 않다. 하여 <카지노> <무빙> 정도의 파급력은 뽐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 작품만의 미덕을, 다른 작품이 따라 할 수조차 없는 이 작품만의 미덕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만한 내공을 지녔고 OTT의 특성상 언제든 다시 사랑받아 높이 날아오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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