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리뷰] <드림 프로덕션>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인사이드 아웃>은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는데 9년 만에 <인사이드 아웃 2>로 컴백해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17억 불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며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갈아치웠다. 비록 비평 면에서 1편보다 약간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평작 이상이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1편이 개봉하는 즈음에 단편과 게임도 선보인 바 있는데 본 작품의 부속품 성격이 강했다. 반면 2편 개봉한 후 반년여 후에 디즈니+ 단독 공개로 4부작 시리즈 <드림 프로덕션>을 선보였다. 부제로 '인사이드 아웃 속 세계'를 붙여 <인사이드 아웃>과의 연결점을 확실히 가져갔다.
<드림 프로덕션>은 1편과 2편 사이가 배경으로 12살 라일리의 꿈을 제작하는 '꿈 제작소', 즉 드림 프로덕션 이야기를 전한다. 특이점을 더하자면 모큐멘터리라는 점. 허구의 내용을 실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니 자연스레 긴장감을 갖고 집중하게 된다.
라일리의 꿈을 제작하는 일
라일리가 2살 때 감독 폴라는 <잘 가, 쪽쪽이>라는 꿈 영화를 통해 공갈젖꼭지를 떼게 하는 큰 공적을 세우며 스타 꿈 감독으로 우뚝 선다. 그로부터 9년 후 12살이 된 라일리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며 잠들기 일쑤다. 폴라는 여전히 스타 감독으로 명성이 드높지만 10여 년 전 그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폴라가 조감독 자넬과 함께 차기작을 준비하는 와중에 드림 스튜디오 대표 진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라일리가 잠에서 깨면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과 한밤중에 잘 깬다는 점을 들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코미디 감독이 해고당하고, 폴라가 오프닝을 맡게 되었으며, 자넬이 새로운 감독으로 현장에 바로 투입된다.
폴라로선 자넬 없이 꿈을 찍어야 하는 상황,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촬영을 강행한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오프닝 촬영 현장은 초반에는 괜찮았으나 오래지 않아 폴라의 결정적 패착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후 그녀는 호화로운 사무실에서 창고로 쫓겨나고 조감독으로 진의 사촌인 백일몽 감독 제니가 합류하는데… 폴라의 앞날은 어떻게 흘러갈까? 라일리의 꿈은 성장에 도움이 될까?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초경쟁 시스템과 사춘기의 내면
사춘기에 이른 라일리는 잘 성장하는 데 꿈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드림 프로덕션이 해야 할 일이 막중하다. 하지만 과거 한때 잘 나갔지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작품만 내면서 흥행 실패가 늘어나는 퇴물 거장 폴라, 아이디어는 많지만 흥행과 거리가 먼 작품만 찍어대는 제니, 온갖 자극 요소를 넣어 오직 흥행만 부르짖는 대표 진까지 답이 없다.
각자 잘해보려 하지만 서로에게 큰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잘될 리가 없다. 상대를 존중하고 경쟁은 진보를 낳지만 상대를 짓밟으려는 경쟁은 파국을 낳을 뿐이다. 물론 숫자로 위아래가 철저히 가려지는 영화 업계에서 성숙한 경쟁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또 거시적으로 보면 성숙한 경쟁이 궁극적인 흥행을 이끈다는 걸 일명 윗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어린아이의 머릿속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어른에게 크게 어필한 본작과 비슷한 결인데, 특히 이 작품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초경쟁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 한편 12살 사춘기 라일리의 내면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신기한 조화를 이룬다.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드림 프로덕션>은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라일리의 경우 한창 성장할 때로 옛것과 헤어지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과정을 끊임없이 행한다. 물론 인간은 평생에 걸쳐 성장하지만 예민하기 이를 데 없는 사춘기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좋은 기억으로 앞으로의 삶에 디딤돌이 될지 트라우마로 남아 방해물이 될지.
폴라의 경우 옛 영광을 뒤로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에 적응해야 한다. 콘텐츠 창작자라는 게 천상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물론 옛 영광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앞으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고 좌절할 때 희망으로 작용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이 나아가기보다 머무르는 걸 더 선호하니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것, 가본 적 없는 길을 간다는 것, 누군가 닦아놓은 길을 가되 새로운 모습을 갖춰 나간다는 것, 기존의 길을 빠르게 따라간다는 것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조차 하지 않거나 또는 못하고, 보통은 가장 쉬운 일인 가본 적 있는 길을 끊임없이 답습하니 말이다. 한 번쯤 쉽지 않은 일을 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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