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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정신 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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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처칠과 전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처칠과 전쟁> 포스터.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낳은 영웅이 다시 시대를 다 잡고 흔들기도 한다. 전쟁의 시대였던 20세기 상반기에서 단연코 가장 유명한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그에 유일하다시피 대항한 윈스턴 처칠. 히틀러는 세상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꿨고 처칠은 이전과 다름없는 세상을 꿈꿨다. 처칠은 누구보다 대영제국의 영광이 계속되길 바랐다.

처칠은 영국 최고의 명문 가문 자제로 태어났으나 아무도 그를 주시하지 않았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겐 영웅심리가 풍만했던 듯, 1899년 보어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전쟁영웅으로 등극한다. 이후 곧바로 정치계에 입문해 승승장구한다. 제1차 세계대전의 갈리폴리 전투 중 한 작전에서 크게 패해 암흑기를 갖는다.

암흑기를 타파할 요량으로 스스로 장교로 좌천되어 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다. 다시 정치계 핵심으로 돌아오지만 1930년대 들어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때 처칠은 독일에서 머물며 히틀러의 나치가 급부상하는 시국을 직접 목격한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강하게 전시 대비를 주장한다. 당시 영국 내각은 대독일 유화책이 대세였다.

처칠에겐 다행히도, 전 세계엔 불행하게도 1939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본격적인 타국 침공을 시작하고 역사상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토를 넓혀 간다. 처칠은 1940년 5월에 총리에 취임하고 국방부 장관까지 역임하며 전시를 진두지휘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처칠과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으로 처칠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누구인가.

 

최대 위기 속 실낱같은 희망

 

처칠은 20세기 최고의 연설들로도 유명하다.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다 잡고자 한 연설들이다. 살짝만 다뤄 보자면,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 절대, 절대, 절대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 어떠한 공포가 닥쳐와도, 승리. 갈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승리.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약해지거나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는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근현대 영국 최대 위기를 맞닥뜨리나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어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처럼 오직 앞으로 나아갔다. 희망이 없어 보여도 히틀러를 반드시 무찌를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전쟁 초창기 됭케르크 철수 작전에서 성공하며 수십만 군인을 살렸고, 자국을 위해 독일로 넘어간 동맹국 프랑스 해군을 격침시켰다. 그렇게 국민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참전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여 끊임없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편지를 쓰고 연설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무진장 애썼지만 미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와중에 유럽 전역을 점령한 히틀러가 영국을 침공한다. 다행히 대규모 공중전에서 독일을 물리친 영국. 하지만 곧이어 독일은 런던에 무차별 대규모 연속 폭격을 감행한다. 지옥 같은 나날.

 

저물어 가는 위대한 대영제국

 

어떻게든 버티는 영국, 끊임없이 미국 참전을 요구하는 처칠. 1941년 독일은 러시아를 침공하며 기수를 동부로 돌리고, 동아시아를 점령한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하며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처칠이 그토록 바라던 미국의 참전. 루스벨트와 처칠은 완벽한 협력관계로 나아간다. 그 이면에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영국의 제국주의가 있었다.

하여 처칠이 지키고 싶어 바라마지 않은 위대한 대영제국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영국을 지키려면 미국의 사상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소련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존재가 부상하고 있었다. 개전 초기까지 소련과 독일은 한 패였지만 독일의 배신으로 소련이 영국, 미국과 한 패가 되었으니 말이다. 신흥 강국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저물어 가는 영국은 뒷전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1943년 테헤란에서 최초로 루스벨트, 스탈린, 처칠이 만난다. 긴밀히 협조해 넥스트 스텝을 밟기 위함이었다. 당연한 듯 처칠이 나서 지중해 쪽으로 침공하자고 했으나, 루스벨트와 스탈린은 프랑스 쪽으로 침공하여 유럽 본토를 수복하자고 한다. 결국 1944년 6월,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실시한다. 다분히 미국 그리고 소련의 유리함이 고려된 작전이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정신 차려요"

 

노르망디 상륙작전 후 전쟁은 급격히 연합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독일이 점령한 유럽 대륙의 한가운데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점차 해방지를 넓혀 가는 한편 소련도 재정비해 밀고 들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국과 소련, 누가 더 빠르게 베를린을 점령하는지 경쟁하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연합 3국의 한 축이자 1941년까지 홀로 독일에 맞선 영국은 이제 설 자리를 완전히 잃다시피 했다.

1945년 5월 8일 독일은 항복한다. 그 누구보다 처칠에겐 일생일대의 날, 기다리고 고대했던 날이지만 그는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앞으로 닥칠 고난과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의 소련이 전 세계를 양분하는 가운데 영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 이리저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처칠은 총선을 치러야 했는데 총리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처칠은 이런 말을 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정신 차려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주지했다시피 그는 뼛속 깊이 제국주의자였다. 하지만 그보다 영국을 향한 사랑이 더 깊었기에, 하여 영국을 살려야 했기에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고자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다. 그 시대 보수주의자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전환을 해낸 것으로, 시대 변화에 맞게 국민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을 버린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윈스턴 처칠이라는 존재는 어느 위치일까. 그가 아니었으면 영국은 독일에 점령되었을까, 그리고 지금의 세계는 다른 모습일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가 아닌 다른 이가 총리로서 영국의 전시 내각을 이끌었다면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처칠이야말로 제2차 세계대전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의 제목이 <처칠과 전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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