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듄: 파트 2>
캐나다가 낳은 세계적 거장 드니 빌뇌브의 2021년작 <듄>이 코로나 시국임에도 흥행에 성공하며 애초의 바람이었던 '파트 2' 제작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2024년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파트 3' 제작 및 개봉이 가능하다고 한다. 흥행이 잘 되어 3부작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역사를 뒤흔든 위대한 트릴로지의 하나로 우뚝 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듄>의 원작은 자그마치 60여 년 전인 1965년에 해군이자 기자 출신의 프랭크 허버트가 방대한 자료 조사 끝에 완성한 소설이다. SF계의 3대 거장 중 하나로 불리는 아서 C. 클라크가 "듄에 견줄 작품은 반지의 제왕밖에 없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만큼 역사상 최고의 SF소설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콘텐츠가 이 소설을 레퍼런스 삼았다.
위대한 작품을 영상화하는 건 두려운 일이기도 할 텐데, <듄>의 오래된 팬을 자처하는 드니 빌뇌브이거니와 그가 이 영화를 내놓기 직전에 역사상 최고의 SF영화로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을 멋들어지게 만들어낸 바 있기에 팬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파트 1'에 이어 '파트 2'까지 3년의 시간이 금방 흘렀다.
멸망한 귀족이 다시 위로 올라가기까지
황제의 명령으로 사막행성 아라키스를 다스리게 된 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 가문과 조직 전체가 아라키스 내 도시 아라킨으로 이동한다. 레토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아라키스를 다스리게 된 것이 황제와 아라키스의 원래 점령자인 하코넨 가문이 아트레이데스의 막강한 힘을 견제하려는 수작의 일환이라고 말이다. 아라카스에는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궁극 물질 스파이스가 있지만 섣부르게 점령했다가 만인의 표적이 될 것이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결국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급습으로 허무하게 멸망하고 레토의 아들 폴과 아내 제시카만 살아남는다. 둘은 아라키스의 토착민 프레멘과 접촉해 그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시카가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역사의 뒤편에서 교묘하게 활동 중인 집단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이었고 폴이 그 능력을 이어받았기에 초반의 의심을 뒤로하고 오히려 대접받을 수 있었다. 프레멘은 구원자가 나타나 억압받는 자신들을 구해 줄 거라 믿어왔는데, 다름 아닌 폴이 그에 적합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한편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미신 또는 신앙을 심어왔던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 제시카는 폴을 이용해 프레멘을 규합해 황제를 굴복시키기 위한 원대한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폴은 스파이스 효과로 자신 때문에 벌어질 끔찍한 미래를 보지만, 자신의 손으로 어찌해 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시카와 대립해 보지만 자신을 향한 프레멘의 추종심은 신앙심으로까지 나아가는데... 과연 이 장엄한 대서사시는 어디로 어떻게 향할까?
제국, 영웅, 스파이스 그리고 메시아
영화 <듄: 파트 2>는 '파트 1'의 설정, 사건, 캐릭터, 이야기를 완벽하게 잇고 확대하면서도 독립적이다. 외향적으로는 제국을 무너뜨리는 한편 무너진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영웅의 이야기 또는 세계를 움직이는 절대적 핵심 물질 '스파이스'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암약과 혈투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메시아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중심이다.
물론 외향적으로만 들여다봐도 이 작품은 무궁무진하게 변한다. 이렇게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렇게 보면 저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강대한 제국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귀족 혈통 한 사람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 역사의 뒤편에서 세상을 조종한 이는 따로 있는가, 핵심 자원을 둘러싼 싸움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되는가 등.
더 들여다보면 구원자, 즉 '메시아'가 보인다. 베네 게세리트가 지목한 '퀴사츠 해더락', 프레멘이 기다린 '리산 알 가입'이 모두 폴 아트레이더스를 가리킨다. 진짜 기적을 행했는지 우연의 연속인지 모르겠으나 폴 자신은 계속 경계하고 부인하지만 결국 메시아로 떠받들어지는 것이다. 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프레멘의 바람, 제국과 하코넨 가문을 멸망시키고 가문을 일으키려는 폴의 바람이 같은 방향인 것도 한몫한다.
'악랄한' 제국을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는 가운데 급작스럽게 탄생한 '영웅' 폴이 과연 영웅일지 또 다른 악일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아마도 후대에 이르러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계속되는 것들
한편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요소에서 대립 혹은 이중 구조를 띤다. 사막과 물, 제국과 원주민, 황제와 베네 게세리트, 퀴사츠 해더락과 리산 알 가입,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 연료로서의 스파이스와 각성제로서의 스파이스 등 수많은 부분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와중에 철저하게 구조화시킨 것이다.
나아가 제국, 가문, 원주민, 베네 게세리트, 메시아, 스파이스 등은 각각 역사적 레퍼런스를 족히 수십 개는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아니 이 작품의 원작이 대단한 건 최초 출간된 1965년 이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 세상에 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형태만 달라질 뿐 다양한 방면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스파이스야말로 다양한 이름으로 삶과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종국엔 누가 착한지 누가 나쁜지 알 수 없어진다. 즉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응원해 온 폴 아트레이데스를 계속 응원해도 되는지 알 수 없어진다. 그 자신도 인지하는 것 같다. 그가 단지 프레멘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족이 되길 꿈꿔 사막의 한가운데로 왔을 때의 화사하기까지 한 모습이 나중에 원하는 바를 얻었을 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흥행에 따라 '파트 3'의 제작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모르긴 몰라도 100%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파트 1'을 본 사람은 물론 필자처럼 '파트 1'이 개봉했을 때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서 접하지 못한 관객이 많이 찾을 게 분명하다. <듄: 파트 3>은 좀 더 빠르게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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