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살인자ㅇ난감>
편의점 알바를 하며 도피성으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있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학생 이탕, 평생 당하고 살아온 그는 어느 날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다. 그런데 우연이 겹쳐 모든 증거가 말끔히 인멸된다. 근처에 죽어 있던 동료 인부와 싸움 끝에 쌍방 살인으로 종결된 것이다. 사건 수사를 담당한 형사 장난감은 그럼에도 이탕이 의심스럽다.
얼떨결에 처음으로 살인을 하게 된 이탕은 환각 증세를 보이며 힘들어하는데, 알고 보니 그가 죽인 사람은 연쇄 살인범이었다.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던 것. 이후 이탕의 살인은 타의적에서 자의적으로 변해 간다. 더군다나 '정의 구현'을 외치는 조력자 노빈이 나타나 악질적인 놈들을 표적으로 치밀하게 살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장난감 형사는 끈질기게 이탕을 추적한다. 결국 이탕과 노빈의 정체를 알게 된 후에도 그들이 어떻게, 무슨 근거로 '죽어 마땅한 사람'을 결정하고 단죄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장난감과 이탕 그리고 노빈까지 모두 혼란에 빠트리는 인물이 등장한다. 전직 경찰이자 노빈의 단짝이었던 송촌, 그는 도덕관념에 어긋나는 이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다닌다. 그는 이탕과 장난감에게 스스로를 믿냐고 묻는다. 과연 이탕과 장난감 그리고 송촌의 쫓고 쫓기는 활극은 어떻게 끝날까?
2011년 최고의 만화가 2024년 시리즈로
2010~2011년에 걸쳐 1여 년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꼬마비의 <살인자ㅇ난감>은 작품성과 인기에 힘입어 2011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부문 진흥원장상, 2011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만화로 우뚝 섰다. 힘든 시기였다는 꼬마비 작가, 당시 유명한 초대형 블로거 '레진'이 극찬하며 네이버 웹툰 연재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목이 굉장히 특이한데, 마치 오타가 난 것처럼 뜬금없이 'ㅇ'가 들어가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다분히 작가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된다. '살인자와 난감' '살인자의 난감' '살인자의 장난감' '살인자인 난감'을 비롯해 '살인 장난감' '살인자ㅇ난감' '살인자 장난감'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동명의 블랙 코미디 범죄 스릴러 웹툰을 바탕으로 손석구, 최우식이 투탑을 이뤘다. 빠르게 영상화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진행되었는데, 2022년에 촬영을 시작했고 2024년에야 공개되었다. 원작의 주장르가 피카레스크였다면 영상화되면서 다크히어로 장르가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나쁜 놈과 나쁜 짓의 구도
<살인자ㅇ난감>은 근래 들어 자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 흥행력에서 두루두루 타율이 좋은, 소위 '나쁜 짓'으로 '나쁜 놈'을 처단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탕이 행하는 살인의 시작은 지극히 우발적이고 또 우연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죽어 마땅한 놈. 문제는 두 번째 살인이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이탕은 자살, 자수하려다가 또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또다시 알게 된다.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는 것. 세 번째도 마찬가지...
누가 봐도 천인공노할 나쁜 짓을 저지른 이들을 죽였으니, 그것도 법망을 피해 나름 잘 살고 있었던 이들을 죽였으니 찬사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벌은커녕 오히려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그쯤 장난감 형사가 부각된다. 그는 개인감정을 접어두고 내부 정치에도 거리를 둔 채 철저히 경찰로서만 사고하고 행동한다. '나쁜 짓'을 했으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신념.
장난감에게 이탕은 감히 정의의 잣대를 들이밀어 집행까지 하는 미친 연쇄 살인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보기에 이탕은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신기하게도 증거가 전혀 남아 있지 않지만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 작품은 이탕과 장난감으로 대변되는 '나쁜 놈' 대 '나쁜 짓'의 구도가 중심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나쁜 놈을 죽이는 게 중요한 이탕과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게 중요한 장난감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정의'를 두고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신념이 부딪힌다.
주제, 캐릭터, 스토리, 편집, 장르까지
이탕과 장난감의 대결 구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혼돈의 존재 송촌이 눈에 띈다. 작품의 전반부가 이탕 중심이었다면 후반부는 송촌 중심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는 이탕의 선배(?) 격으로 조력자 노빈의 1대 '히어로'였는데 천인공노할 나쁜 놈을 고르는 기준과 나쁜 놈을 처단하는 방법에서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를 보여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티히어로 송촌의 출현은 이탕과 장난감 둘 다에게 치명적이다. 천인공노할 나쁜 놈을 알아본다는 이탕의 능력을 의심해 이탕을 혼란에 빠트리고, 장난감의 아버지와 얽힌 치명적인 비밀의 당사자로서 장난감을 혼란에 빠트린다. 이탕과 장난감은 송촌의 출현으로 자신이 정립한 정의를 스스로 의심하는 한편 지금까지의 삶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이 작품은 주요 인물 셋의 구도를 주제적인 측면으로만, 그렇다고 캐릭터적인 측면으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 주제적인 측면이 강했던 원작 팬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자 스토리를 입혔고 스타일리시한 편집으로 포장했으며 장르까지 바꾸는 시도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 결과는 성공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시즌 2까지 염두에 둔 마무리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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