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제2차 세계대전: 최전선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2020년대 지구가 화마에 휩싸였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국지전이 계속되어 왔지만 2020년대에도 계속될지는 몰랐다. 전쟁은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자연이 파괴되고 물자 이동이 막혀 전 세계 경제체제를 흔든다. 다 죽자고 하는 게 전쟁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라 칭하는 '제2차 세계대전', 관련된 콘텐츠가 셀 수 없이 많이 나와 수없이 많은 이가 자세하게 접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접할 것도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기가 막힌 작품이 또 찾아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2차 세계대전: 최전선에서>야말로 적합한 작품일 것이다. 일찍이 접하지 못한 당시 현장 영상들의 향연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카미카제 특공대가 미국의 항공모함을 습격할 당시의 모습부터 나치독일 기갑사단 탱크의 내부도 들여다본다. 파리를 해방한 미군, 베를린 공방전의 소련 붉은 군대도 따라가 본다. 그야말로 제2차 세계대전의 최전선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갈등의 진실만을 쫒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첫 번째 이유다.
제2차 세계대전의 큰 흐름
제2차 세계대전의 큰 흐름을 따라가 본다. 1939년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이미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상태, 이후 폴란드를 침공한다.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이 오른다. 독일은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등을 점령하고 동유럽과 남유럽 거의 전역을 손에 넣는다.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와 동맹을 맺는다.
최전성기의 1940년을 보낸 나치 독일, 1941년에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독소전쟁을 시작한다. 파죽지세로 소련 땅을 점령해 나가는 독일, 하지만 모스크바 공방전 이후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참패를 면치 못한다. 한편 북아프리카에서 맹위를 떨치던 에르빈 롬멜 부대도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 부대에게 밀려났다. 전쟁의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 이후 전황은 빠르게 연합국 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간다. 독일은 동쪽에서 소련에게 밀리고 남쪽에서는 이탈리아가 패퇴하고 서쪽에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실행된다. 그리고 동맹국들이 등을 돌린다.
한편 일본 제국은 조선과 중국 일대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까지 영토를 넓히다가 미국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출전하지 않던 미국은 1941년 일제의 진주만 습격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출전한다. 미국은 일제와의 태평양 전쟁을 수행하는 한편 유럽 본토에도 대규모 군대를 보낸다. 오래지 않아 나치 독일, 일본 제국도 연합국에 항복하며 1945년에 이르러서야 제2차 세계대전은 종전한다.
진귀하기 이를 데 없는 생생한 현장 자료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을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훑는다. 거시적으로 주요 사건을 훑는 한편 굉장히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이 작품만의 백미다. 핵심 관계자들이 아닌 수백 수천만 명의 일반 병사급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전쟁 당시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일본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진귀하기 이를 데 없는 자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도 8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으니 이제 전쟁 당시 어른이었던 이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아 점차 '옛날이야기' 정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이야기를 중고위급이 아닌 이들의 육성으로 듣는 건 그 자체로 귀하디 귀한 기회다.
그런 한편 이 작품은 몰입갑 향상을 위해 일부 영상을 이어 붙였고 영상은 복원 후 색을 덧입혔다. 하여 100% 컬러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두 번째 이유다. 모든 제2차 세계대전 영화들이 당시 영상을 참고해 최대한 따라 하려 했을 텐데, 당시 영상을 컬러로 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스펙터클을 선사하지 않겠는가. 이게 80년 전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 싶다.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영상들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느껴질 정도다.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제2차 세계대전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양상을 보면 지금과 비슷한 것 같다. 돌이키기 힘들 정도의 경제 공황이 찾아오며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기존 질서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포텐을 터트리며 대혼란이 시작된다. 와중에 합종연횡으로 편을 갈라 야욕을 드러낸다. 그렇게 세계는 빠르게 혼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다.
그럴 때일수록, 혼란스러울수록 역사를 돌아보고 또 들여다봐야 한다. 그때 그곳에 지금 여기의 문제를 해결할 답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지금 우리를 찾아온 이유가 아닌가 싶다. 특히 다양한 시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통상적인 아군과 적군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 이를테면 나치 독일의 진군을 반겼던 당시 영국의 식민지인들이나 당시 전쟁에 차출되었던 서방 국가들의 식민지인들 이야기 말이다. 모두 연합국 측과 관련된 이면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2차 세계대전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전쟁이 시작되었을 즈음에 나치 독일과 추축국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지금과 완전히 반대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제국주의, 인종주의, 사회주의 등의 사상 충돌과 경제, 정치, 문화 등의 충돌이 복잡다단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일차원적으로 훑어본 뒤 지금과 대조하는 게 아니라 우선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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