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고티를 잡아라>
1985년 12월 16일, 미국의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창 들떠 있다. 그런데 맨해튼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총성이 울린다. 마피아 두목과 부두목이 사망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뉴욕의 5대 마피아 조직 중 하나인 감비노 패밀리의 두목 폴 카스텔라노와 신임 부두목 토미 빌로티였다. 파장은 컸다. 도시 전체가 들썩였다. 사법 당국과 언론이 빠르게 움직였다.
하나같이 범인으로 지목한 이가 있었으니 '존 고티'였다. 감비노 패밀리의 유력한 차기 부두목이었던 그는 카스텔라노가 암살당하자 즉시 두목으로 올라선다. 사법 당국은 고티가 12월 16일 맨해튼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봤다. 고티가 유력한 차기 부두목이었으나 빌로티가 되어 버리니 앙심을 품었기도 했겠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마피아는 마약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데 고티의 부하들이 마약 거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카스텔라노가 안다면 고티와 부하들은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고티로선 먼저 선수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사법 당국과 고티의 지리멸렬한 법적 대치가 이어진다. 고티를 잡으려는 사법 당국, 사법 당국을 놀리듯 자신만만한 고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고티를 잡아라>가 유쾌한 톤으로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좇는다.
마피아 두목에서 슈퍼스타로
FBI는 존 고티와 감비노 패밀리가 주로 모이는 곳을 알아낸다. 퀸스에 있는 고티 소유의 '버긴 헌트 앤드 피시 클럽'이었다. 그곳을 도청하기로 한다. 하지만 수개 월 전에 이미 조직범죄 전담반(OCTF)이 도청 장치를 심어 놓았다.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었다. 하지만 도청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법원의 명령으로 90초밖에 못 들었고 2분 정도 후에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별 다른 걸 찾을 수 없었다.
OCTF는 카스텔라노와 빌로티가 살해된 후 녹음 테이프를 다시 들어봤다. '토미와 다른 녀석은 총 맞아 죽어야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티는 자신이 감비노 패밀리의 보스라는 걸 떠들어댔다. 그때 사소한 사건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주차 공간을 두고 고티와 일반 시민 파이치크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는데, 파이치크가 고티를 고발해 버린 것. 사법 당국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법 당국과 고티의 1차전이었다. 하지만 재판은 싱겁게 끝난다. 파이치크가 두려움에 떨며 고티를 모른 채 한 것이다.
고티는 뉴욕의 슈퍼스타로 등극한다. 마피아 두목답지 않게 말쑥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며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즐기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사법 당국의 감시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받아쳤다. FBI도 OCTF도 두 손 두 발 다 들다시피 했던 그때, 뉴욕 동부 지검의 검사보 다이앤 자칼로니가 호기롭게 달려든다.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살인, 불법 도박, 고리 사채, 트럭 강탈 혐의로 고티를 기소한다. 사법 당국과 고티의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자칼로니의 전략은 정보원의 진술이었다. 그중에는 고티의 곁에서 오랫동안 그를 보필해 온 이들도 있었다. 뉴욕 최대 마피아 보스의 범죄를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마피아 조직원뿐일 거라는 생각이 적중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계속되는 마피아 정보원들의 증언,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질 낮은 범죄자들이었고 점차 신빙성이 떨어졌다. 결국 이번에도 고티의 완벽한 승리였다. 고티의 무죄 평결이었다. 고티는 더 이상 마피아 두목이 아니었다. 뉴욕의 유명인이었다.
사법 당국 vs 존 고티, 그 끝은?
자고로 마피아라고 하면 일반인이 절대로 알 수 없는 지하 조직으로, 두목이 누구인지는 카스텔라노처럼 황망하게 죽고 나서야 밝혀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존 고티는 세상 사람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리고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법 당국이 그를 파멸시키고자 반드시 다시 찾아올 거라고 말이다. 이번에는 FBI였다. 고티가 본부를 만든 레이브나이트 클럽 근처에 집을 얻어 최첨단 카메라로 도촬하고 내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도촬은 잘 되었지만 도청은 꽝이었다. 그때 OCTF가 나섰다. 버긴 헌트 앤드 피시 클럽에 심은 도청 테이프를 다시 자세히 들었다. 고티가 1986년에 목수 노동조합 간부 존 오코너를 쏘라고 지시한 게 포착되었다. 이번에야말로 빠져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어떻게 되었을까? 고티는 보란 듯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사법 당국은 분열되었고 자멸하고 있었다.
결국 검찰은 FBI와 협력하기로 한다. 레이브나이트 클럽에 다시 들어가 도청 장치 위치를 바꿨고 고티의 말을 잘 들렸다. 그때 때마침 고티는 부하에게 카스텔라노 암살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잡지 못하면 잡아들일 방법이 전무했기에 묵은 감정을 뒤로하고 OCFT와도 협력한다. 그렇게 합친 수많은 도청 테이프에는 고리 사채, 도박, 살인, 살인 공모, 노동 착취, 노동조합에 관련된 말들이 수두룩했다. 이번엔 제아무리 존 고티라도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었다.
고티는 저속한 깡패였다.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결정적으로 최측근 부두목 새미 그라바노를 욕하는 말이 수없이 들렸다. 오래지 않아 고티에게 암살당하거나 모든 잘못을 뒤집어쓸 게 분명한 그라바노는 FBI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다. 사실상 게임은 끝난 것이었다. 고티는 결국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이른바 슈퍼스타의 씁쓸하지만 당연한 말로였다.
존 고티를 잡아들이고자 검찰, FBI, OCFT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일했지만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기소 후 고티가 승소할 때마다 그의 명성은 커져만 갔다. 그런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점점 더 나댔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며 노출되길 꺼려하지 않았다. 뒤에서는 온갖 추악한 일을 벌이고 있었고 그게 고스란히 사법 당국의 그물에 걸렸지만 말이다. 누구는 사법 당국이 해낸 일이라고 하고, 누구는 존 고티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고 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한바탕 쇼였던 게 아닌가도 싶다. 그들의 대결 자체가 영화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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