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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갱 출신 드릴 그룹이 들려주는 폭력적인 길거리 생활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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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원포: 음악이 이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원포> 포스터.

 

지난해 말 논란 끝에 <쇼 미 더 머니 11>이 막을 내렸다. 전체적으로 미흡했고 화제성이 부족했으며 흥행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 와중에도 수혜자가 있었으니, 디스 배틀에서 떨어진 플리키뱅과 최종 3위를 차지한 블라세다. 그들의 공통점은 '드릴'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었는데, 플리키뱅의 경우 드릴이 주무기가 아니었고 블라세는 드릴이 주무기였다. 
 
어느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현재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힙합' 장르 중 가장 최근에 나와 열풍을 이끌고 있는 힙합 하위 장르가 바로 '드릴'이다. 201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되어 영국에서 정립되었고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 2000년대 이후를 완벽히 주름잡았던 '트랩'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4/4박자에 2분 음표를 번갈아 치는 건 비슷하지만 보다 속도감 있고 불규칙적이며 경쾌한 편이다. 
 
UK 드릴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을 사로잡았고 또 다른 영국계의 큰 시장 호주로도 진출해 큰 사랑을 받았다. 호주 최초의 드릴 그룹 '원포(onefour)'가 2014년에 결성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원포: 음악이 이긴다>(이하, '원포')가 호주의 드릴 그룹 원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다룬다. 단순히 '우여곡절'이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뭔가가 있다. 

그건 아마도 원포를 구성하는 멤버들의 출신과 성장 과정 그리고 그룹 활동까지 이어지는 와중 일련의 일들 때문일 것이다. 제이 엠즈, YP, 스페니, 셀리, 렉스의 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룹은 시작도 하기 전에 각각의 삶이 너무나도 피폐했다. 와중에 도움을 받아 음악을 시작하지만 피폐한 삶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그룹 안팎에서 소요가 일었다. 내우외환이었다.

 

갱 출신 드릴 그룹이 들려주는 폭력적인 길거리 생활 

 

원포의 다섯 멤버는 모두 호주 시드니 변두리의 마운트드루이트 출신의 사모아인이다. 그곳에는 태평양 섬 출신 공동체가 크게 있었기에 태어나서부터 한 마을에서 같이 놀며 자랐다. 어렸을 땐 몰랐지만 당시 마운트드루이트는 아수라장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관심을 두는 이라면 불편하게 보는 곳이었다. 섬 출신이 갈 길은 세 가지였다. 풋볼, 공장, 범죄.

그들은 한데 뭉쳐 공동체를 지키려 했다. 갱 집단으로 발전해 범죄의 길로 빠져 들었다. 경찰과 충돌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러다가 '스트리트 대학'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스튜디어를 소개 받아 음악의 길로 빠져 들었다. 렉스가 영국의 드릴 힙합 집단 할렘 스파르탄스를 들려줬고 드릴로 방향성을 잡는다. 길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음악에 담아 표현할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하지만 원포는 여전히 거리 생활, 즉 갱단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시드니의 마운티 카운티 소속으로, 21 디스트릭트와 전쟁 중이었다. 음악을 하다가도 튀처 나가 싸우기 일쑤였다. 멤버들이 번갈아 가며 감옥을 들락거리는 와중에도 음악을 완성한다. 레이블도 구하고 매니저도 얻었으며 데뷔부터 소위 '대박'이 터진다. 그들의 음악을 수백만 명이 들은 것이었다.

매우 폭력적인 길거리 생활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목적의 드릴 장르는 원포에게 딱이었다. 그들은 그저 겪은 바를 써서 부르면 될 일이었다. 새롭게 만들거나 수정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들의 음악 활동이 누군가를 심각하게 자극한다거나 누군가를 심각하게 선동한다거나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을 것이었다. 인기 폭발의 드릴 그룹이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라니.

 

국가 폭력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경찰이 노린 게 바로 그 점이었다. 폭력적인 길거리 생활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음악을 하는 원포, 그들이 인기를 얻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상대 갱단이 반응할 테고 일련의 청소년들도 반응할 거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경찰에게 원포는 뮤지션이 아닌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범죄를 저질러 온 범죄자 집단이고 앞으로도 범죄를 저지를 잠재적 범죄자 집단일 뿐이었다.

경찰은 원포의 음악 활동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더니 급기야 특수부대 '렉터'를 동원하기에 이른다. 그리고는 마치 비상체제인 듯 원포 멤버들을 급습하기도 한다. 인권 윤리가 사라진 모양새다. 이례적으로 렉터에게만 허용되었다고 한다. 정치적 목적의 국가 폭력인가, 극악한 범죄자들에게 경찰 당국으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행동인가.

이 다큐멘터리가 촉발시키고 싶은 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이 이긴다'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원포'의 음악 이야기라기보다 원포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 폭력'과 '표현의 자유' 중에서 무엇이 더 우선시되고 또 고귀한가 등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원포>가 지향하는 쪽은 표현의 자유인 듯하다. 경찰 핵심 관계자도 출현해 원포를 향한 탄압의 합당함과 합리적임을 말하지만 왠지 변명하는 것 같은 논조다.

반면 작품이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또 듣는 건 원포 멤버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원포를 근거리에서 지켜본 관계자와 음악 종사자들이 말하는 음악에서의 표현 자유다. 결국 원포는 호주 내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길이 막혔을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정되고 있다.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수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길을 막아 버리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원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거나 편을 들긴 힘들 것 같지만, 근시안적이고 인종 탄압이라고까지 보일 수밖에 없는 호주 경찰 당국의 폭력은 절대적으로 지양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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