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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만큼의 복합성을 가진 '호모 날레디' 발견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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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언노운: 뼈 동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언노운: 뼈 동굴> 포스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인류의 요람'이라 불리는 거대 유적지가 있다. 화석 인류 유적의 일종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인데, 고인류학자들이 수백 개의 화석을 발견하며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의 시작점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것들로 치아 몇 개, 턱뼈 일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2013년, 인류의 요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라이징스타 동굴'에서 온전한 화석 뼈들을 발견한 후 수 차례에 걸친 추가 탐험으로 150구 이상, 1500개 이상의 화석 뼈를 발견했다. 다양한 연령대에 걸친 개체 다수의 유골을 확보한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유골들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인류 최대 업적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언노운'의 세 번째 작품 <뼈 동굴>은 2013년 라이징스타 동굴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이제 막 10년째 된 따끈따끈한 고대 인류종 '호모 날레디'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최초에는 연대 추정을 250~280만 년 전이라고 했지만 정밀하게 연구한 결과 20~30만 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 인류와 동 시기에 활동했을 거라는 말이었다.

 

호모 날레디 발견이 위대하고 특별한 이유

 

보다 충격적인 건, 그리고 이 발견이 정녕 위대한 건 '매장'의 흔적에 있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종에 의해서 말이다. 현생 인류 최초의 매장 흔적은 10만~12만 년 전 이스라엘이었다. 반면 날레디의 매장 시기는 23만 6천~33만 5천 년 전이다. 획기적인 사건이다. 라이징스타 동굴의 말도 안 나오게 험하고 좁은 길로 시신을 옮겼을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정녕 위대한 장례 의식이다. '사랑'이라는 강력한 동기.

250만 년 전부터 호모속에는 수많은 구성원이 탄생했다. 하빌리스, 루돌펜시스, 에렉투스, 날레디, 네안데르탈인, 플로레시엔시스, 사피엔스까지. 호모속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돌덩이를 관찰할 수 있었고 돌을 집어 바라보며 그 안에 석기가 있다는 걸 알아본 속이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날레디는 엄지손가락을 포함한 손가락 모양으로 볼 때 인간이랑 무척이나 비슷하면서도, 척추뼈로 볼 때 인간과 궁극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여타 호모속과는 다르게 매장의 습성을 가졌을까? 더군다나 날레디의 두뇌는 너무 작다. 오렌지 크기로, 인간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뇌가 점차 크게 진화해 왔다는 이론에 날레디가 폭탄을 터뜨린 격이다. 뇌의 크기가 아니라 뇌의 능력 자체가 중요한 것인가? 날레디는 유구한 호모속 역사에서도 유독 특별한 존재라고 할 만하다.

 

타인을 향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헌신

 

날레디가 발견된 라이징스타 동굴, 그중에서도 매장의 흔적이 명백하게 남아 있는 디날레디의 방까지 가는 길은 너무 험난하다. 산처럼 솟은 비탈길을 올라가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수직갱을 내려가야 한다. 카메라로 어떻게 담아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데, 그 옛날 호모 날레디가 어떻게 시신을 데리고 그곳을 지나갔는지는 타인을 향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헌신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인간과 이어지고 있는 것인가?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그리 뛰어나거나 특별한 존재가 아닌 걸까? 인간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장소를 만들어 내고 숭고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날레디의 방에 가 보면 자신이 작게 느껴질 것이다. 그곳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숭고한 공간이니까 말이다.

2017년, 라이징스타 동굴에서 돌 도구(라고 추정되는)를 손에 쥔 날레디의 어린아이 무덤을 발견한다. 하지만 의료용 CT로는 확실하지 않았고 고해상도 스캔이 필요해 프랑스 그로노블에 있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에 가서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 도구가 확실하다면 고고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일 것이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2022년, 리 박사는 8년 만에 수직갱을 내려가 디날레디의 방으로 향한다. 그 사이에 대기실이 있는데, 방 방향의 벽에 그림문자(혹은 문양)가 새겨져 있었다. 이토록 작은 뇌를 가진 속의 문양은 일찍이 없었다. 비교해 보니, 6만 년 전 네안데르탈린이 남긴 문자(스페인 지브롤터)와 거의 동일했고 8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남긴 문양(남아프리카공화국 블롬보스 동굴)과도 거의 동일했다.

패턴이 비슷했고 발견된 도구의 모양도 비슷했다. 호모속의 구성원 전체가 그림을 그리려고 사용한 도구 중 최초의 증거였다. 나아가 음식의 증거까지 발견했다. 고고학 역사에 길이남을 또 다른 획기적 발견들. 매장, 도구, 문양, 음식 등의 발견을 종합해 보면 믿기 힘들게도 인간 아닌 다른 종의 '문화'가 보인다. 문화란 자고로 인류의 지식, 신념, 행위의 총체가 아닌가?

여기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그리 뛰어나거나 특별한 존재가 아닌 걸까? 물론 인간과 호모 날레디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 것이다. 여러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날레디는 인간만큼의 복합성을 가졌다.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호모 날레디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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