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놀드>
역사상 최고의 보디빌더
모르긴 몰라도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모르는 성인이 있을까 싶다. 최소한 그가 크게 히트 친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반면 그가 보디빌딩 역사상 최고의 보디빌더로 손꼽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8년 동안 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은근히 많을 것 같다. 그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 일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지도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놀드>를 따라가 보자.
오스트리아 그라츠 근교의 작은 마을 탈에서 태어난 아놀드는 군인 출신의 지역 경찰서장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엄격하게 자랐다. 아버지는 형과 아놀드를 경쟁시켰고, 아놀드가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을 단련시키려 했던 반면 형은 고통을 이겨내기 힘들어했다. 어느 날, 우연히 잡지에서 보디빌더이자 영화 <헤라클레스>의 헤라클레스로 출연해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레지 파크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처럼 되리라고 마음먹는다.
혼자 운동을 시작한 아놀드, 와중에 만 18세 나이로 군에 입대한다. 하지만 자대 배치 후 주니어 미스터 유럽 선발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탈영을 감행해 우승을 차지한다. 전역 후 본격적으로 보디빌딩 세계에 발을 디딘 아놀드, 1966년 미스터 유니버스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건너간다.
1967년부터 3년간 미스터 유니버스 프로에서 우승한 후 1970년부터 6년 연속으로 보디빌딩계 최고의 무대 미스터 올림피아를 제패한다. 전 세계 보디빌더 중 그에게 대적할 만한 선수를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아놀드 천하였다. 아놀드는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기로 한다. 보디빌더로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으니 은퇴하고 새로운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할리우드 무비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내게 영화배우다. 아니 스타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한때 마음속 최고의 액션 스타. 그런데 신기하게도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 같기도 하고 웃음도 눈물도 많은 가장 같기도 하다. 두 모습이 양립한다. 성격파 배우도 아닌데 가능한가 싶지만, 아놀드는 가능케 했다. 마치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보디빌딩계 천하를 제패하고 영화계로 들어선 아놀드의 이야기는 어땠을까.
아놀드는 미국으로 건너온 직후 일찍이 1970년에 영화를 찍었다. 물론 영어를 잘 못했고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꿈에 그리던 '헤라클레스' 역이었기에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영화는 처참하게 망하고 이후 오랫동안 그에게 제대로 된 배역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1977년 보디빌더 다큐멘터리 <펌핑 아이언>에 출연했고 칸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스테이 헝그리> <코난 더 바바리안>에 출연하며 명성을 높였다.
대망의 1984년 제이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에 터미네이터 T-800으로 출연하며 전미로 반향을 일으킨다. 이후 <코만도> <프레데터> 등에 나왔고 코미디 <트윈스>로 필모 사상 첫 북미 1억 달러 흥행작을 내놓는다. <토탈 리콜>도 1억 달러를 넘겼다. 그리고 1992년 <터미네이터 2>가 나와 그를 의심할 여지없는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는다. 동시대에 활동한 실버스타 스탤론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잠깐의 부침이 있은 후 승승장구했다. 2020년대에도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1997년 심장수술을 했다. 심장 폐동맥판 교체 수술이었다. 터미네이터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충격적 소식이었다. 아놀드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심장 수술을 다시 받았다고 한다. 한편 아놀드는 스타로서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배우로서는 하락세로 접어들 2000년 초 정계 진출의 불씨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심심찮게 반대했다. 아놀드의 아내는 마리아 슈라이버,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전 세계 보디빌딩 역사를 새로 쓴 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비 스타로 우뚝 선 후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다음 스텝으로 모아졌다. 케네디 가에 장가를 간만큼 정치계로 진출할 거라 내다보는 이들이 많았는데, 아놀드 본인은 극구 부인했지만 정계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일찍이 투자도 병행해 떼돈을 벌었으니 재계로 진출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셀럽으로? 이미 셀럽이었으니 무의미했다.
2003년 마침 캘리포니아 주지사 재보궐 선거가 실시되었다. 65명의 서명과 3500달러만 있으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었기에, 아놀드가 출마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출마하지 않는 게 이상해 보였다.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재보궐 선거 출마는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로지 아놀드 때문이었다. 그는 당연한 듯 당선되었다. 이후 아놀드는 소통과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그는 기존 정치인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한편 소속 정당인 공화당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민주당 정치인과 방향도 적극 수용했다. 그의 임기 중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들이닥쳐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맞닥뜨렸지만 그나마 잘 방어했다. 특유의 뚝심과 친화력으로 연임에 성공해 2011년까지 주지사로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봉사했다.
와중에 불미스러운 일도 터졌다. 주지사 선거 당시 LA 타임스에서 그가 수많은 여성에게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주지사 당선에 전혀 타격이 없었다. 그리고 주지사가 끝나갈 때쯤인 2011년 불륜 스캔들이 터진다. 1996년에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아놀드는 솔직하게 밝힌 후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으며 6년 후 이혼한다.
아놀드는 자신에게 천착하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항상 무엇이든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고 한다. 일면 대단해 본받을 점이 무수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범접하기 힘든 방식을 오랫동안 추구한 삶이기에 본보기로 삼을 수나 있을까 싶다. 지금의 트렌드, 혹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맞지 않은 지난 세대의 유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럼에도 아놀드 슈워제네거라는 사람 자체는 존경해마지 않을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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