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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vs 진실, 황우석 사태의 충격적 전말 <킹 오브 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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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포스터.

 

1995년 국내 과학계와 축산농계가 크게 요동쳤다. 서울대 생물 제어 연구실 황우석 교수팀이 8년여의 연구 끝에 세포 핵기술을 이용해 이른바 '슈퍼 송아지'라고 이름 붙인 복제 송아지가 탄생시킨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엄청난 '국익'이 뒤따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듬해 1996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하며 다시 한번 황우석의 이름이 드높아진다.

1999년 급기야 황우석은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들어 낸다. 황우석의 명성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대통령 알현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00년 들어선 복제 돼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04년에는 세계 3대 과학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그 유명한 논문을 실는다. 제목은 "Evidence of a Pluripotent Human Embryonic Stem Cell Line Derived from a Cloned Blastocyst". 이듬해에도 유명한 논문을 실는다. 제목은 "Patient-specific embryonic stem cells derived from human SCNT blastocysts". 또한 2005년에는 세계 최초의 복제 개까지 탄생시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은 황우석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과학자의 반열에 올랐다가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던 순간들을 복기한다. 그는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왜 몰락의 길을 걸었나? 들여다보면 비단 황우석 개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나아가 인간 세계의 욕망이 보인다. 윤리도 자리하고 있다지만 간신히 껴 있는 모양새다.

 

UAE에서 업적을 세우고 있는 황우석

 

황우석이 언젠가 자취를 감춘 후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들여다보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고 실소도 나오는데, 한편으론 정말 대단하다 싶다.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이오테크 연구 센터에서 동물 복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낙타를 150마리 복제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의 상관 이름이 낯익은데, 아랍에미리트 왕족이자 부통령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이다. 일명 '만수르'로 통하는 인물.

그는 그곳에서 가히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고 한다. 최고 품종의 낙타인 마브루칸을 죽은 지 11년 만에 복제해 냈고 알렉산더 루벤 박사의 반려견 칠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복제해 냈다. 최고 품종의 낙타를 복제했으니 엄청난 돈을 벌어다준 것이며, 반려견을 복제했으니 주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안겨준 것일 테다. 이쯤 되면 황우석은 여전히 '위대한' 과학자가 아닌가?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여기서 그치면 안 될 일이다. 간략하게나마 현재의 위대한 발자취를 쫒았으니, 과거의 참혹하고 비윤리적이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할 만한 짓거리를 쫒는 게 마땅하다. 그가 당당히 말하길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하겠다는데, 피나는 연구를 하겠다는 건가 언론 플레이로 도망가겠다는 건가 비윤리적인 짓을 서슴지 않겠다는 건가 조작질을 일삼겠다는 건가 아니면 이 모든 걸 하겠다는 건가.

 

2000년대 중반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주지했듯 황우석은 2004년 <사이언스>에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뻔한 논문을 게재한다. "복제된 배반포로부터 만든 인간 줄기세포의 증거"라는 제목으로,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만으로 만든 줄기세포를 이용해 환자의 손상된 조직이나 기관에 면역거부 반응 없이 이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도우며 인류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 2005년에도 <사이언스>의 표지를 장식하는 논문 하나를 게재한다. "인간 체세포 핵 치환 배반포로부터 만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라는 제목으로, 1년여 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했다. 불과 1년 만에 인류의 건강이 좋아졌고 수명이 또다시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어느 누가 반기지 않을 수 있을까?

당시 한국이 들썩였고 세계가 요동쳤다. 혹여 난치병에 걸려도 나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니 말이다. 황우석은 당장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동시에 난자 제공 의혹도 터져 나왔다. 논문 조작 의혹도 터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연구를 강행하며 대중 앞에 나선다. 와중에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운명의 <PD수첩>이 방영된다.

 

윤리를 저버리고 논문 조작을 일삼은 황우석

 

<PD수첩>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건 2005년 11월 22일, 직후 한국은 둘로 갈렸다. 생명윤리를 우선시하는 쪽과 국익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당시 국익론의 힘이 훨씬 강했는데, 정부를 위시한 사실상 전 국민이 황우석을 옹호하고 있었다. 하여, MBC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황우석은 며칠 뒤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을 시인, 백의종군할 것을 천명한다. 난자를 돈 주고 산 게 맞다. 매우 똑똑한 언론 플레이였다.

그렇게 황우석의 승리(?)로 일단락되려던 차, 2005년 12월 초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황우석의 논문 조작 의혹이 터져 나왔다. 황우석 측은 황급하게 실수를 인정했지만, 사안은 일파만파 퍼진다. 공동저자들이 명의 철회를 요구했고 <사이언스>는 발을 뺐으며 정부는 서울대에게 재검증을 요청했다. 결국 해가 바뀌기 전에 논문 조작이 확정되었다. 황우석은 완전히 몰락했다. 이후 그의 행적은 잘 알지 못한다.

논문 조작으로 모두 그에게 등을 돌리기 전까지 수많은 이가 그를 옹호했다. 그가 난자 매매를 시인했음에도 말이다. 인류를 위한 길이라지만 반인류, 반윤리적인 행위가 아닌가. 그래서 황우석 사건을 세간으로부터 받는 엄청난 부담감과 개인의 욕망이 극대화된 논문 조작 사건이 아닌 윤리적인 문제가 집약된 난자 매매 사건에 집중해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윤리나 진실 따위 개나 줘 버리고 개인의 이익, 나아가 국가의 이익만을 생각할 때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황우석 사건이 터진 지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아니 앞으로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제2, 제3의 황우석 사건이 있었고 제4, 제5의 황우석 사건이 터질 거라는 말이다. 나조차 100%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겠다. 난치병에 걸린 내 아이가 살아날 수 있다는데, 최소한 그런 희망이 있다는데, 반인류적이고 반윤리적인 문제가 앞을 가로막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적 당위와 개인적 현실이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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