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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현대인의 외로움을 이용해 한탕 해 먹은 사기꾼 이야기 <오르가즘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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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오르가즘 주식회사: 쾌락을 판 어느 회사의 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오르가즘 주식회사> 포스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항구도시 샌프란시스코,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IT의 중심이자 최첨단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한없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별세상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못 삭막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서로 제대로 된 소통이나 교감을 하지 못하고 외로워한다.

그런가 하면 자유로움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도 한 곳인데 1960년대 히피 문화의 탄생지이기도 하고 1970~80년대 록 음악의 중심지이기도 했으며, 성 소수자의 마음의 고향인 한편 포르노 산업의 성지이기도 했다. 수많은 인종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경제 규모를 가지고 1인당 GDP가 매우 높기에 삶의 여유가 베이스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오르가즘 명상(이하 'OM')'을 기반으로 하는 웰니스 스타트업이 들어선 게 그리 이상하진 않다. 2000년대 초반 니콜 데돈이라고 하는 전직 스트리퍼가 남자 동업자와 함께 세운 '원테이스트(OneTaste)'가 바로 그 회사인데, 요가와 명상과 오르가즘을 한데 접목시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정말? 어떻게?

 

오르가즘 명상의 구루에서 사기꾼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오르가즘 주식회사: 쾌락을 판 어느 회사의 진실>(이하, '오르가즘 주식회사')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원테이스트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니콜 데돈이 새로운 문화의 전파자이자 오르가즘+명상+요가계의 구루로 큰 영향을 끼치다가 악마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는지 낱낱이 살펴본다. 전 원테이스트 직원들의 증언이 힘을 실었다.

오르가즘 명상이라, 대놓고 선뜻 다가가긴 힘들 것 같지만 매력적인 중년 여성 니콜 데돈의 카리스마 있고 끌어 당기는 힘이 충만한 강연을 보고 나면 은근히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깨어 있는 자아를 가지고 내 몸의 가장 민감하고 숨겨진 곳을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욕망과 성의 억압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너나없이 수많은 사람이 몰렸고 회사는 커졌으며 니콜 데돈의 명성이 만방에 떨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많은 IT 그룹의 부름에 달려가 나름대로 확고하게 올려놓은 원테이크의 오르가즘 명상 기법을 설파한다. 투자를 받고 언론을 타고 유명인의 추천을 받고 수익을 얻는다. 유명인 중엔 '웰니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기네스 펠트로가 대표적이었다. 원테이스트는 2010년대 들어 급성장했고 크나큰 수익을 얻는 데 성공한다. 니콜 데돈이 이상해진 건 그때쯤일까, 그 이전부터일까.

 

욕망과 성의 해방에서 컬트화까지

 

수없이 많은 강연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데(또는 홀리는 데) 성공한 니콜 데돈, 그녀 개인적인 특유의 카리스마와 샌프란시스코 고유의 특성과 외롭고 고독한 가운데 타인과의 교류, 교감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이 한데 섞여 일어난 대변동 또는 대이동이었다. 물론 겉으론 주지했듯 억압된 욕망과 성의 해방이 자아를 깨워 진정한 나를 찾게 해 준다는 명목이었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강연과 원테이스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찾았고 또 직원으로 함께하기도 했다. 그들은 나콜 데돈 개인에게 깊이 매료된 경우가 많았는데, ‘오르가즘 명상’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외치는 회사 특성상 인간관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길 때면 ‘섹스’로 풀어야 한다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창고에 모여 광란의 집단 섹스 파티를 하기도 했다니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직접 오르가즘 명상에 오컬트까지 접목시킨 의식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니콜 데돈은 점점 컬트화되어 갔다. 즉 사이비종교의 교주처럼 되어 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직원들에게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지시를 내리고 프로그램 참여자와 투자자들에게 거북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물론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회사가 컬트화되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직원들은 점점 더 황당하고 이상한 보상체계를 경험한다. 계속 말이 바뀌는 것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계약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전형적인 사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쾌락으로 시작해 쾌락으로 망하다

 

결국 일이 터진다. 터질 게 터진 것이고 올 게 온 것이리라. 여성 직원들이 집단으로 폭력을 동반한 강간을 당했다. 에이버리라는 이름의 직원은 원테이스트 단체 생활 중에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니콜 데돈은 당연한듯 무시했다. 그녀에게 ‘섹스’는 앞뒤 사정 없이 올바른(?) 행위였다. 만인을 위한 오르가즘 명상 그리고 섹스가 처참하게 오염되는 순간이었다.

쾌락을 원하고 또 즐기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권리이기도 하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거니와 통제할 수 있는 한에서 권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니콜 데돈의 ‘쾌락을 느끼면 강간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그녀의 교묘하고 나쁜 말 때문에 쾌락에 대한 건강한 정의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통제하며 쥐고 흔드는 데 타고난 것 같은데, 그녀의 전 남편의 말마따나 ‘악마의 사기꾼’이다. 과연 누가 그녀의 마수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으며 그녀의 마수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있겠는가.

FBI가 나서서 니콜 데돈과 원테이스트의 작태를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소할 만한 사항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여전히 그녀의 웰니스 사업을 빙자한 사이비종교 사기꾼 짓거리는 계속되고 있다. 모든 게 만천하에 밝혀졌음에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하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외로운 현대인의 소통, 교류, 교감의 바람은 또 어디로 향할까, 또 어떤 사기꾼이 그 바람을 이용해 한탕 해 먹을까. 단순한듯 심오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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