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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월드컵'의 어두운 이면 <FIFA 언커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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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FIFA 언커버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lt;FIFA 언커버드&gt; 포스터.


2015년 5월 27일, 세계 축구계를 넘어 스포츠계를 뒤흔들 만한 일이 벌어진다. 전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절대적 단체 FIFA(국제축구연맹)의 고위급 인사들이 부패 혐의를 받고 전격적으로 체포된 것이다. 미국 법무부가 FBI, 국세청과 공조해 수년간 공을 들여 왔기에 그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단연 무소불위의 권력자 ‘제프 블라터’,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차기 월드컵(2018년) 개최지인 러시아와 차차기 월드컵(2022년) 개최지 카타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 또한 거셌다.

미 법무부는 ‘국제 축구계는 새출발을 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고, 전 세계 언론들은 2015년 우리가 익히 알던 FIFA는 무너져내렸다고 평했다. FIFA에 부패가 만연하고 지나친 상업성과 각종 대회를 무리하게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심각하다는 건 대략이나마 인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지 못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FIFA 언커버드>가 그 오래된 내막을 속속들이 들춘다.

2022년 제22회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중동 아랍 지역에서 개최되는 대회이자 역시 사상 최초로 여름 아닌 겨울에 개막하는 대회로, 이런저런 잡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개최했다. 그와 동시에 FIFA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들추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니, 자못 흥미진진하다. FIFA는 우리나라 일반 대중에게도 매우 익숙한데, 다름 아닌 FIFA 부회장을 4번이나 역임한 정몽준 이사장 덕분이다. 그러니 FIFA를 향한 일반적인 시선은 상당히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180도 달라질 게 확실하다.

FIFA는 1904년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소수의 나라가 뭉쳐 프랑스 파리에서 발족했다. 이후 70년 동안 FIFA에는 자본이 끼어들지 않았다. 순수했다고 해야 할까, 아직 돈맛을 못 본 것뿐일까. 그러던 1974년, 제7대 회장 선거에서 브라질의 열세의 후보 주앙 아벨란제가 자본을 끌어들여 아프리카 표의 힘으로 회장에 선출된다. 그리고 곧바로 아프리카 축구 발전에 힘을 실고자 하는데, 결정적으로 돈이 없었다. 그때 전격적으로 합류한 이가 다름 아닌 제프 블라터다.

날아오르는 FIFA, 부패의 시작

제프 블라터는 FIFA에 합류한 후 코카콜라의 협력과 후원을 성공시키며 현대 FIFA, 나아가 현대 축구계를 화려하게 열어젖힌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거대 산업으로서의 축구 말이다. 부패의 시작점이기도 할 것이다. 이후 1978년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데, 당시 아르헨티나는 현대사에 길이 남을 악명 높은 파시스트 집단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다. FIFA는 그런 아르헨티나 정부와 손을 잡고,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 이미지 쇄신을 열망했던 것처럼 스포츠워싱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1978년 직후 FIFA는 아디다스의 호르스트 다슬러와 긴밀하게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의 세계로 나아간다. 마침 텔레비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디다스가 방송중계권에 관심을 보였는데, 다슬러가 만든 스포츠 마케팅 회사 ISL에 FIFA가 큰 돈을 받고 마케팅 권한을 넘긴다. 이후 1982년 월드컵을 유례 없이 크게 치러내면서 FIFA는 엄청난 돈을 축적한다. 축구 제국 FIFA의 황제는 아벨란제였고 1981년 사무총장으로 올라선 블라터는 어느덧 휴계자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검은돈이었다. ISL이 FIFA뿐만 아니라 아벨란제 개인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한 것이다. 그 사실을 블라터를 위시한 고위급들은 알고 있었지만 쉬쉬했다. 그렇게 FIFA의 부패가 암암리에, 그렇지만 대놓고 시작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아벨란제의 부패 증거를 확실히 잡은 블라터가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장기집권 중인 아벨란제를 끌어내리고 회장으로 올라서고자 한 것이다. 그들은 협정을 맺는다. 아벨란제가 4년간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물러나기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인물이 급부상한다. UEFA 회장 렌나르트 요한슨이었다. 축구계에서 최대 큰손인 유럽의 수장이 나서니 한순간에 불리해진 블라터는 손을 써야 했다. 우선 투표권이 30장이나 있는 북중미에 손을 뻗곤 이어서 아프리카(남아프리카 공화국)와 아시아(카타르)에 손을 뻗는다. 공교롭게도 두 국가 모두 차기 월드컵 개최에 성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1998년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가 이긴다. 그렇게 그는 FIFA 제8대 회장이 된 것이다.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 문제

블라터는 회장이 된 후 FIFA의 돈을 전 세계에 마구마구 뿌려대기 시작한다. 전 세계가 공평하게 축구를 즐기고 축구로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명목의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금 형식이었다. 멋드러진 겉치례였으나 실상은 블라터가 차기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표심 확인 차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ISL이 무너지면서 FIFA에 심각한 재정적 위기가 닥쳤고 아울러 블라터의 부패 혐의가 강력하게 제기되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그리고 2002년의 회장 선거에서도 이겼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왕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 FIFA가 결정하는 일들 중 가장 큰일이자 가장 논란거리가 많은 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하고자 혈안이기 때문이다. FIFA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으니 뒷거래를 하기가 어렵지 않다. 와중에 2010년 월드컵 개최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선정되었는데, 블라터의 측근이자 카리브해 축구계의 왕 잭 워너가 남아공으로부터 큰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진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이례적으로 동시에 이뤄졌는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도출되었고 이어서 어마어마한 파장이 인다. 2018년 월드컵은 잉글랜드가 유력했고 2022년 월드컵은 미국이 확실시되었으나, 익히 알다시피 각각 러시아와 카타르로 돌아갔다. 특히 카타르의 경우 월드컵이 열리는 6, 7월에 40도가 넘는 온도를 보이는 등 ‘고위험’ 등급을 받았으니, 개최지로 선정된 것에 전 세계인이 고개를 가우뚱하다가 이내 분노로까지 치달았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막대한 돈이, 그것도 검은 돈이 FIFA에게로 흘러 들어갔을 터였다. 문제는 돈이 FIFA에게로 간 걸까, FIFA의 누군가 개인에게로 간 걸까 하는 점이었다. FIFA로 가든 개인에게로 가든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가 중요할 테다. 물론 겉으론 축구 발전을 위해 돈을 썼다고 할 테지만 그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아무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 그저 개인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 뿐이었다. 또한 단순히 '축구'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얘기, 아니 거래가 오간 정황도 수없이 포착되었다. 축구, 특히 월드컵이 많은 돈을 끌어오고 곧 더 큰 권력을 잡을 수 있게 해 주며 다시 더 많은 돈을 착복시키게 도와 준다.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FIFA

FIFA를 둘러싼 질 나쁜 소문들이 1974년 아벨란제의 회장 취임 이후로 끊임없이 들려왔다. 너무나도 많아서 하나하나 들춰 내기 힘들 정도이다. 차라리 FIFA 내부의 몇몇 '양아치 쓰레기'들의 협잡이었다고 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다. 세상 그 어느 조직도 완벽하지 못하고 조직을 이루는 인간들이 모두 완벽하지 못하니, '개인의 일탈'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또 떼어 내기만 하면 아무런 이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종양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FIFA 언커버드>가 보여 주는 FIFA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 있었다. 집행위원 모두를 한통속으로 협잡꾼에 모리배라고 싸잡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터무니 없는 권력으로 지극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돈을 착복하고 있다는 걸 서로 알고 있지만, '나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며 들춰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누군가 들춰내 보려고 시도라도 하면 핀셋으로 콕 짚어 퇴출시켜 버렸다. 가히 괴물 같은 FIFA의 시스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 누구의 잘못인 것 같은가? FIFA에 자본을 처음으로 끌어들인 아벨란제? FIFA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엄청난 돈까지 주무를 수 있게 한 블라터? 블라터에게 빌붙어 기생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착복한 집행위원들? 월드컵 개최를 위해 FIFA 집행위원의 호주머니에 돈을 쑤셔넣었다고 의심받는 남아공과 카타르? 겉으로는 나라 대 나라이지만 실제로는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거라고 의심받는 다수 나라의 최고위층?

열거해 보니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또 뿌리깊다. FIFA라는 괴물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미지 개선 또는 회복을 바라는 FIFA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절대적인 위기이자 절대적인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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