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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약 범죄에 휩쓸린 평범한 가족 이야기 <모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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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모범가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 포스터.

 

한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시간강사로 재직 중인 박동하, 친한 선배 교수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이사장 라인의 교수에게 뇌물을 건넸는데 그 교수가 성범죄를 일으키면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그 돈이 작은 아들의 심장병 수술비였다는 것, 동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로 귀가한다. 아무도 없는 길 한복판, 갑자기 뒤에서 차 한 대가 들이박는데 가 보니 양복 입은 두 남자가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는 듯 보이고 뒷좌석에는 믿을 수 없이 많은 돈뭉치가 있었다. 

 

동하는 순간 헷가닥 했는지 돈뭉치에 눈이 돌아가 돈을 훔쳐 도망친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 시신 두 구를 실어 와선 집 앞마당에 묻는다. 고요한 전원주택 마을인 용봉동이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그때 마약조직 용수파의 2인자 마광철과 서울용남경찰서 마약수사팀장 강주현이 동시에 움직인다. 동하가 훔친 돈은 다름 아닌 용수파가 상선에 전달해야 하는 돈이었고 동하가 집 앞마당에 묻은 두 시체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서울용남경찰서 마약수사팀에서 파견했던 언더커버였던 것이다. 

 

용수파와 경찰은 사라진 시체와 돈을 추적해 용봉동으로 향하고 비어 있는 집을 사들여 잡입한다. 광철은 오래지 않아 동하가 한 짓을 알아차리고 그를 산 채로 묻어 버리는 대신 마약배달원으로 쓰기로 한다. 가장으로서의 절절함을 이용한 것. 한편, 마약조직의 1인자 황용수와 그의 처남 최강준은 머지 않아 광철을 제거하고자 한다. 이를 알아 챈 광철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동하네 가족과 용수파 그리고 경찰까지 얽히고설킨 이 이야기의 끝은?

 

마약 범죄에 연루된 평범한 가족

 

마약 범죄와 연루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몇몇 있다. 최소 수작 이상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인데, 고등학교 화학 교사인 월터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가족의 앞날을 위해 제자와 함께 순도 높은 마약을 제조하는 이야기 <브레이킹 배드>와 사업 파트너가 횡령한 카르텔의 돈을 세탁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오자크로 이사를 온 가족의 이야기 <오자크> 그리고 남편과 갑작스럽게 사별한 낸시가 생계 유지를 위해 마약을 판매한다는 이야기 <위즈> 등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도 마약 범죄에 연루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이혼과 파산의 위기 그리고 딸의 방황과 아들의 아픔까지 문제들을 두루두루 갖춘 박동하네 가족, 15년 동안 가족처럼 생활하다가 진짜 가족이 나타나니 버림받게 생긴 2인자 마광철의 마약조직 용수파, 자신의 판단으로 속절없이 죽고 만 언더커퍼 한철의 생사를 알고자 모든 걸 뒤로한 채 수사에 나선 강주현 팀장의 용남경찰서 마약수사팀. 

 

<모범가족>은 비단 박동하네 가족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마약조직이라는 형태의 가족, 경찰이라는 형태의 가족도 아울러 다루는 바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나름의 답을 도출하고자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바로 가족일 텐지만, 한순간에 멀어지고마는 또 멀어지기 쉬운 존재 또한 가족이다. 

 

마약과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

 

<모범가족>의 주요 소재는 단연 '마약' 그리고 '돈'이다. 돈 때문에 한순간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고, 그렇게 관련되어진 범죄 조직이 마약으로 먹고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약으로 돈을 벌고, 돈 때문에 배신하고 사람을 죽이며, 살아 남기 위해 마약을 전달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 이 작품의 '재미'는 여기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약과 돈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특이한 것 같지만 굉장히 평범하다. 아이러니가 묻어난다. 제목을 들여다보자. '모범가족', 모범이 되는 가족이라. 이 작품에 나오는 가족'들' 중에 과연 모범이 되는 가족이 있을까? 이혼과 파산의 위기에서 가장이 피 묻은 돈을 훔치고 시신을 유기한 가족? 언더커버로 보낸 경찰관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경찰? 15년 동안 큰형님을 모신 2인자가 갑자기 나타난 큰형님의 처남에 의해 목숨이 간당간당하게 된 조직? 

 

'모범'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이는 가족들의 면면이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그런 한편,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함의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면 제목 '모범가족'이 마냥 틀린 것 같지 않다. 전통적인 의미의 혈연 관계로만 이뤄진 가족이 지금 이 시대에 의미를 가지는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가족은 참으로 다양한 '연'으로 이뤄지지 않는가. <모범가족>은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 준다 하겠다. 이 작품의 '의미'는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캐릭터들의 조합

 

캐릭터에 천착해 보자. 박동하가 저지른 짓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파렴치함이 엿보이지만 한편 '절박함'이 드러난다. 그야말로 절벽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에게선 욕망이랄 게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그 때문에 일이 더 꼬여 가는 느낌이다. 주인공으로서의 전통적인 모습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아이러니'가 주인공 캐릭터에도 통용된다고 할까. 

 

그런가 하면, 용수파의 2인자 마광철은 전형적인 캐릭터에 가깝다. 오랫동안 모신 큰형님 곁에 '진짜' 가족이 나타나면서 토사구팽당할 위기에 처하자,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그리고 강철같은 몸으로 상황을 뒤바꿔 버리는 재주가 있으니 말이다. 자칫 조폭을 미화한다는 논란이 일 수도 있을 정도인데,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한 면을 보면 결코 좋아할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을 테다. 주인공 박동하 대신 상황을 주도하고 통제하며 '진짜' 주인공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한편, 서울용남경찰서 마약수사팀장 강주현도 있다. 그녀는 잃을 게 없다며 경찰서장의 강력한 압박도 마다하지 않고 용수파의 뒤를 쫓는 데 전심전력이다. 뭔가 묵직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도 한데, 아마도 그녀가 용수파에 어거지로 남겨 놓은 언더커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언더커버 때문이라도 용수파가 마약을 밀매하는 현장을 반드시 덮쳐야 하는 그녀다. 얼굴을 자주 비추는 것에 비해 딱히 활약이 없어서 아쉽다. 

 

<모범가족>은 박동하네 가족, 마광철네 조직, 강주현네 경찰의 면면을 거의 동일하게 들여다본다. 각각의 대표 캐릭터 외에도 이야기의 핵심이 될 만한 인물들이 다수 활약하는데,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 전개가 시즌 2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끔 진행되는데, 쏠쏠한 흥행과 괜찮은 평가로 차기 시즌이 제작되길 바래 본다. 재밌게 볼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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