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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책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도서관 나들이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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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서 대출 중>


<도서 대출 중> ⓒ이매진

얼마 전 꽉 찬 서가를 정리했다. 많지 않은 책이지만 책장이 너무 작았기에 조금 더 큰 것으로 바꾸었고, 자그만치 몇 십권의 책들을 재활용으로 처리하였다. 그래도 여전히 몇 십권의 책들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방 한 구석에서 뒹굴고 있다. 다시 더 큰 책장을 사기에는 방이 비좁고, 그렇다고 책을 더 이상 사지 않을 수는 없으니(필자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책을 산다는 뜻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도서관'이다. 다행스럽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꽤 크고 책도 많고 시설도 잘 되어 있는 도서관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주로 공부하러 자주 다녔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멀리하게 된 도서관이다. 얼마 전까지는 '센터'라고 불렸는데, 엄연히 '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꾸었다고 한다. '강북문화정보센터'에서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이 된 서울시 강북구의 자랑이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평소에 주로 이용하는 길과는 전혀 반대 방향이다. 도서관으로 가는 지름길이 따로 있는데 조금은 가파른 산등성이 길이고, 내려가다 보면 조그마한 정자와 아주 조그마한 호수가 보인다. 도서관의 바로 뒷공간 풍경이다. 신선노름이 따로 없고, 굳이 책을 보러 또는 정자와 호수를 보러 국립중앙도서관을 갈 필요가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기막히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저자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철학자 이경신 저자의 <도서 대출 중>(이매진). 새로 이사한 집 책장이 포화 상태가 되었고, 여차저차해서 책장을 구하지 말고 있는 책꽂이 분량만큼만 책을 품고 살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렇게 책을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도서관 나들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녀도, 자주 다니는 동네 도서관인 '평촌 시립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참으로 자연친화적이다. 나무와 꽃이 있고, 공원과 놀이터가 있고, 구름다리까지 있다. 무엇보다 다정다감한 동네 주민들이 반겨준다. 어느덧 도서관은 놀이터이자 일터가 되었고, 도서관과 집을 오가는 길까지 그 감정의 선이 늘어났다. 이 또한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 


그래도 도서관에 왔으면 책을 읽어야 하는 법. 이제는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은 뇌에서 손을 거쳐 글로 탄생한다. 저자는 그 생각의 씨앗을 앞마당에만 뿌리지 않고 널리 퍼뜨리고자 한다. 생각의 숲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게 되어 미치게 된 생각인지, 생각이 나서 책을 읽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첫 생각의 실마리인 "요즘 비는 산성비이고,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와 같은 소박하지만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들, "과식의 시대, 좋은 편식이 대안이다?"와 같은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질문까지. 나아가 "인류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와 같은 범인류적인 생각까지. 저자의 말마따라 소박한 생각은 때로 심오한 사고로까지 성장한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은 언제나 소박하게 시작한다. 자신의 경험, 주위의 사물 또는 환경, 누구나 알만한 사항들. 철학적 지식을 내세워 가르치려 들지 않고, 독자들 위에서 내려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는 주제로 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저자의 글을 참으로 착하고, 시종일관 그 자세를 잃지 않는다. 서가에 꽂아 두고,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글인 것이다. 


반면, 그렇기에 분명한 단점이 눈에 띈다. 340쪽의 분량에 44개의 챕터. 최소 44권 이상의 책을 다루는데 있어, 한 챕터 당 6~7쪽에 불과하다. 작지 않은 분량임에도, 저자 개인의 글이 상당부분 들어가 있어 정작 책과 주제를 완전히 다룸에 많이 부족한 감이 있다. 더 알고 싶으면 직접 해당되는 책을 보라는 저자의 깊은 뜻일까? 


또한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도서관에 대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에서만 이 책을 본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이 책의 전체에 저자의 도서관에 대한 얘기가 깔려 있지만 도서관 자체에 대한 책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저자의 철학적 지식을 책을 수단으로 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쓴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 나들이로 포장하였다. 


어쨌든 그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적 지식과 생각들을 도서관 나들이와 개인적 소회들로 잘 희석시켰다. 부담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서 대출 중 - 8점
이경신 지음/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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