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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어른들이 보내야 하는 속죄에 대하여 <어른들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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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어른들은 몰라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박화영>은 한국독립영화계에서조차 일찍이 찾아보기 힘든 '날것'을 보여 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극렬히 갈린 호불호 때문인지 흥행에선 처참하게 실패하지만, 참으로 오래토록 남을 이야기와 캐릭터와 장면을 전했다. 영화가 한창 개봉 중인 당시 유명 유튜버 고몽이 리뷰를 했는데, 1000만 조회수를 넘기면서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비공식 타이틀이 전해 지기도 했다. 

 

배우 생활을 오래토록 하다가 단편영화 연출 이후 <박화영>으로 장편 연출 데뷔를 이룩한 이환 감독은, 3년 만에 <박화영> 2편이라고 해도 좋을 작품을 들고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이유인즉슨, <박화영>에서 화영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몇몇 가출 청소년들 중 하나인 '세진'이 후속작에서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즉,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의 스핀오프 후속작인 것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에 이어 아무도 모를 가출 청소년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한편, 이 영화들이 향하고 이는 청소년이 아닌 어른인데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끔 하려는 의도가 전해진다. 수위가 아주 강한 것도, 그들이 실제로 그러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처절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소리쳐 외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18세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

 

18세 세진, 밤이면 약에 취해 손목을 그으며 자해를 한다.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사는데, 어른 보호자는 없어 보인다. 보드를 즐기며, 학교에선 일진에 맞고 다니지만 학교 밖에선 일진과 함께 다닌다. 담임 상섭과 사귀는데, 어느 날 덜컥 임신을 해 버리고 만다.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세진은 수술을 받고자 상섭한테 돈을 요구하지만 상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진은 그 사실을 보건 교사한테 말하고 교장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교장은 세진을 학교에서 쫓아내는 걸로 일을 마무리 짓는다. 

 

졸지에 학교에서 쫓겨난 미성년자 임산부가 된 세진은 우연히 4년 차 가출 청소년 주영을 만나 본격적으로 유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아무래도 돈이 필요할 터, 그들은 비싼 물건을 훔쳐선 낙태약 미프진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남자에게 간다. 하지만 그는 세진의 몸을 탐하고 주영은 상황을 타파하고자 아무나 붙잡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재필과 신지가 그녀들을 도와 같이 빠져나온다. 

 

이후 세진과 주영, 재필과 신지는 함께 다니며 세진이 유산할 수 있게 물심양면 돕는다. 아무 약이나 먹이기도 하고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기도 한다. 약에 취한 상태에서 그녀를 계단 밑으로 밀어 다치게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수를 써도 세진은 유산을 할 수 없다. 그러다가 재필이 아는 형한테 데려가 주겠다며 단란주점으로 향하는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느낌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환 감독의 보다 영화적인 영화

 

영화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설정과 캐릭터와 메시지를 선보이는데,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하이퍼 리얼리즘의 날것과는 거리가 먼 영화적 요소들이 눈에 띈다. 너무나도 날것에 세세하기 이를 데 없는 디테일을 얹히면 영화적 감성이 들어앉을 자리가 없을 테다. 이 작품은 조금은 거리를 두고 그려냈고, 연출의 성숙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대중성도 가미되어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이 작품 <어른들은 몰라요>는 결코 편안하게 즐기기 힘든 류의 독립영화라는 점과 코로나 판데믹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터무니 없이 줄었다는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3만 명이 훌쩍 넘는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고 여전히 상영중이다. <박화영>이 훨씬 마니악한 영화로 한국 독립영화 역사에 남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른들은 몰라요>가 더 많은 이에게 다가갈 건 자명한 일이겠다. 더욱이, 현실적인 판단에서였는지 인기 아이돌 그룹 EXID의 하니를 주영 역으로 낙점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핵심만 남기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과감히 처낸 느낌이 난다. 이를테면, 돈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굴리는 세진 그리고 친구들은 어떻게 먹고 자고 약을 하고 담배를 필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다. 그들이 일상을 어떻게 영위할까 하는 의구심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작의 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만, 가출 청소년들의 실상을 내보이고자 하는 영화를 보며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궁금증이지 않나 싶다. 

 

어른이 보내는 속죄의 메시지

 

이 영화는 가출 청소년들의 실상을 내보이고자만 하는 건 아니다. <박화영>이 초점을 청소년에게 맞췄다면, <어른들은 몰라요>는 초점을 어른에게 맞췄다고 하겠다. 세진은 학교에서 홀로 어른들에게 둘러싸여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나고 말았고, 세진과 주영은 학교 밖에서 어른들에게 둘러싸여서는 이리저리 몸과 마음을 유린당했다.

 

어른일 재필과 신지를 만났고 그들은 세진과 주영을 아무 이유 없이 도와 줬다. 그런 와중에 나오는 이 영화의 핵심이자 상징적인 장면, 재필은 오토바이를 팔고 또 아는 형님한테 맞으면서까지 세진을 도와 주지만 잘 되지 않았고 오해까지 생겼다. 세진은 재필을 몰아세우고 재필은 세진한테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빈다. 여기서만큼은 전후 사정이 중요하지 않았다. '어른' 재필이 '청소년' 세진한테, 이유가 무엇이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용서를 비는 게 중요했다. 이는 곧 이 영화가 청소년에게 또 어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할 테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속죄해야 한다고 말이다. 가출 청소년은 극히 일부이거니와 그들이 그렇게 된 건 그들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어른들, 가히 인간쓰레기같은 어른들이 정녕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적으로 매우 극화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시궁창일 것이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또 세상이 그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것 또한 애매한 청소년, 그 잣대가 확실하고 명확하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그들의 입장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의무가 있다. 하여, 이런 류의 콘텐츠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언제나 청소년이 '미래'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