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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두 여인의 파멸적 사랑과 비극적 여정의 끝까지 <라이드 오어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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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라이드 오어 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라이드 오어 다이> 포스터. ⓒ넷플릭스

 

일본엔 '핑크영화' 출신의 감독들, 그것도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감독들이 수두룩하다. 이를테면, 일본을 대표하는 명감독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는 핑크영화로 경력을 시작해 베니스 영화제와 칸 영화제를 비롯 전 세계 영화제들에서 열광해 마지않는 반열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굿바이>로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빛나는 다키타 요지로 감독도 핑크영화로 데뷔했다. 

 

핑크영화는 일본에서 시작된 장르로, 주로 '정사'와 '성애'를 다루는데 예술성이 가미된 작품성 있는 포르노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익히 알고 있는 포르노와는 격이 다른 분야임에는 분명하지만, 필자를 비롯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아무튼 이쯤 되면, 애니메이션 말고도 가장 일본적인 게 전 세계에 통용되는 경우가 또 있다고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 

 

구로사와 기요시나 타키타 요지로 정도는 아니지만, 핑크영화로 데뷔해 나름 훌륭한 경력을 쌓고 있는 감독이 여기 또 있다. 히로키 류이치, 우리에겐 몇 년 전에 개봉했다가 작년에 재개봉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감독으로 그나마 알려져 있다. 그가 이번엔 넷플릭스와 손잡고 <라이드 오어 다이>를 내놓았다. 고전 영화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의 유명한 말 'ride or die'에서 제목을 가져왔는데, 죽을지언정 끝까지 함께 차를 타고 가겠다는 외향적 의미와 더불어 사랑하는 상대가 상황이 좋지 않아서 바닥으로 추락할지라도 끝까지 옆을 지켜 주겠다는 뜻으로 쓰인다. 어떤 영화일지, 제목만으로 끌리지 않는가?

 

10년 만에 만나 그들이 행한 일

 

29살 레이는 성형외과 의사로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동성과 함께 알콩달콩 동거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다름 아닌 나나에. 고등학교 시절 이후 10년 만에 연락을 해 온 나나에는 레이에게 만남을 청하고 레이는 그녀를 만나러 간다. 잘살고 있을 줄 알았던 나나에는 남편에게 심각한 폭력을 당해 왔고 한계에 부딪혀 남편이 죽든 자기가 죽든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다. 

 

나나에는 레이에게 남편을 죽여 줄 것을 부탁하고 레이는 나나에와 다시 만난 지 하루만에 그녀의 남편을 죽여 버린다. 아무런 뒷처리도 하지 않았다는 레이, 조만간 경찰에 붙잡힐 걸 예견하지만 나나에가 사주했다는 사실은 발설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은 함께 기약 없이 도피한다. 레이는 왜 나나에의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어 준 것일까.

 

10년 전, 레이는 학교에서 나나에와 처음 마주친다. 나나에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레이, 하지만 나나에는 동성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 나나에에게 불행이 닥치는데, 운동특기자였던 그녀는 가난한 사정 때문에 운동물품을 훔치다가 헛디뎌 다리를 다치게 된 것이었다. 꼼짝없이 자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부자집 딸이었던 레이가 나나에에게 큰돈을 빌려 준다. 그러며 5년의 시간을 줄 테니 갚지 못하면 자신과 섹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5년 뒤, 나나에는 레이에게 돈을 모두 갚고 그들은 헤어진다. 이후 10년만에 조우한 그들이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영화, 하지만 여성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라이드 오어 다이>는 '레이'와 '나나에' 둘이 절대적인 역할과 분량으로 진행되기에 분명 여성의, 여성에 의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여성을 위한 영화인 건지는 의문이다. 여성의 나체를 지그시 그리고 노골적으로 훑고 또 전시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선 그 대상이 여성일지 모르지만, 영화 밖에선 그 대상이 남성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더군다나 감독이 핑크영화 출신의 남성 감독 아닌가. 도는 넘은 것도 모자라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많은 이의 반감을 살게 분명하다. 

 

그런가 하면, 퀴어물이라는 점에서도 노골적인 부분이 많다. '내가 레즈비언이라서 좋아', '너는 레즈비언 살인마야' 같은 류의 대사가 난무하는데 퀴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말하는 건 긍정적일지 모르나 일면 반감이 일 만큼 티를 내는 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 또한 방법이나 방향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퀴어가 아닌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말이다. 하여, 여성을 이용해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감독은 정녕 여성을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이 영화의 장르를 구분해 보자면, '사이코 심리 스릴러 범죄 로맨스 퀴어 예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영화'라고 말하고 싶은데, 여성을 바라보고 다루고 표현하는 데 누구도 만족하기가 힘들 듯하다. 또한 외형상 보이는 여성과 내형상의 여성이 너무나도 큰 갭을 보이기에, '여성'을 빼고 남는 모든 것들이 짬뽕되어 뭐라 말하기 힘든 혼종으로 탈바꿈한 것이리라. 그렇다고 영화를 허투루 만들었다거나 서투르게 만들었다거나 하지 않아, 더 혼란스러운 것이다. 

 

일본인의 황폐화된 내면

 

촬영에 방점을 찍은 듯, 영화의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기나긴 롱테이크와 하려하기 그지 없는 색감 그리고 적절하게 섞어 쓰는 조망과 관조까지 참으로 다양한 기법으로 보는 이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할 정도이다. 하지만, 늘어지는 씬들이 자주 보여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는 또 서사적으로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탈맥락을 선보이는 것으로 대체해 버리기도 한다. 정형과 비정형의 배합은 때때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지 않는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영화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일 때면 일본인의 황폐화된 내면을 나름의 방식으로 잘 표현해 낸다는 평을 듣곤 하는데, <라이드 오어 다이>에서도 일면 보이기도 했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의 내면이 얼마나 황폐화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추측도 상상도 결코 쉽지 않다. 한편, 남편한테 속절없이 폭행을 당해 온 나나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일본인의 황폐화된 내면을 보여 준다 하겠다. 레이에게 사주한 것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도 싶다. 

 

이들의 여정은 파멸적 사랑과 비극적 끝의 혼란과 다름 아니다. 인생을 영위할 에너지가 없는 나나에와 인생이 권태로워 새롭게 시작하고픈 레이의 절묘한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맥락과 혼란스러운 감정과 행동들이 나오지만, 일면 이해되고 따라해 보고 싶기까지 한 장면들도 보이는 것이다. 그들의 진짜 모습은 앞엣것의 혼란일 테고, 뒤엣것은 감독이 생각하는 로망이 아닌가 싶다. 관객으로선 혼란과 로망이 빚어 내는 또 다른 혼란 앞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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