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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전부를 도식화하다 <스토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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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스토어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토어웨이> 포스터. ⓒ넷플릭스

 

2여 년 전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대배우 매즈 미켈슨과 함께 작업한 영화 <아틱>으로 재난생존 영화의 색다른 면모를 보였던 조 페나 감독이 2년 만에 신작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사실 <아틱>이 2017년에 제작된 것이었으니, 조 페나 감독으로선 4년 만에 영화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생존'이라는 키워드는 필모의 주춧돌로 삼은 듯, 이번에도 생존 영화이다. 

 

<아틱>이 '북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거니와 별 다른 설명 없이 원어 그대로의 발음을 옮겼듯, 이번에도 동일하게 원어 그대로의 발음을 제목으로 옮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토어웨이>, '밀항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바 제목의 뜻이 뭔지 찾아보게 만든다. 더불어, 제목이 거의 스포일러급인 게 흥미롭다. 감독의 취향 또는 노림수가 아닐까 싶다. 

 

'스토어웨이'라는 제목으로, 배 아니면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절박한 사연을 가진 이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고, 난민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하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는 어떤 면모를 보여 줬을까. 

 

절체절명의 상황, 녹록지 않은 선택

 

히페리온 학술연구 프로그램의 우주 비행사로 선정되어 MTS호를 타고 2년간의 화성 탐사를 떠난 세 사람, 선장 마리나 바넷과 의사 조이와 생물학자 데이비드. 지구를 떠난 지 12시간, 마리나를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다가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가 있는 천장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걸 발견한다. 그곳에 옆구리가 다친 마이클이 있었다. 그는 발사지원팀 엔지니어였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이클을 받아 주는 세 사람이다. 마이클도 누를 끼치지 않고자 뭐라고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히페리온이 절망적인 소식을 전해 온다.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가 고장나는 바람에 화성에 도착할 때까지 3명 분의 산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주선 속도가 너무 빨라 지구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히페리온은 바넷 선장에게 마이클을 우주선 밖으로 내보낼 것을 권하고, 바넷은 마이클을 제외한 두 명에게 알린다. 데이비드는 수긍하지만, 조이는 안 된다며 남은 시간에 방법을 찾자고 한다. 

 

데이비드는 수 년 동안 연구해 왔고 화성에 가서도 연구해야 할 일생일대의 기회를 1명 분 산소를 추가하고자 날려 버린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해 버리고 만다. 이젠 최후의 수단만이 남았다. 우주선 밖으로 나가, 오랜 시간을 들여 힘겹게 목숨 건 작업을 실행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도식화되어 있는 캐릭터

 

영화 <스토어웨이>는 우주선 안에서 한정된 공간과 자원과 시간을 두고 절체절명의 상황에 맞딱뜨린 4명이 펼치는 휴먼 드라마다. 은근 조마조마하게 만들 때가 있는데, 시의적절한 배경음악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그런가 하면 토니 콜렛, 안나 켄드릭, 대니얼 대 킴의 삼각편대가 자칫 비어 보일 수 있는 영화를 완전히 꽉 채우다시피 한다. 마이클 역의 셰미어 앤더스도 쏠쏠한 역할을 한다. 전작 <아틱>에서 매즈 미켈슨 혼자 영화 전체를 채웠던 바, 조 페나 감독의 스타일이 이어진다고 하겠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지극히 캐릭터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도식화'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에 따라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정확히 해야 할 생각을 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며 덜도 말고 더도 말 정도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선장 바넷은 히페리온과 비행사들 사이에서 힘겨워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식물학자 데이비드는 다수를 위해 그리고 본래의 연구목적을 위해 마이클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 조이는 절대로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할 수도 거들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포기하지 말고 다함께 사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마이클은 발언권 없이 차례대로 바넷과 데이비드와 조이의 말에 따랐다가 말았다가 하며 고민에 휩싸일 뿐이다. 네 캐릭터가 이 구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다. 하여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다. 현대 영화가 갖춰야 하는 캐릭터의 기본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생명에 경중이 있는가'라는 질문

 

영화가 스릴러적인 면모도 없거니와 절체절명의 순간이 상시적임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느낌마저 들지 않는다. 이것저것 잘 갖춰져 있는데 뭔가 큰 게 하나 아쉽다고 할까.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나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불허에서 오는 흥미진진한 재미가 아닌, 예측가능에서 오는 편안한 재미랄까. 가끔은 알고 보는 이야기가 괜찮을 때가 있지 않나.

 

혹자는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숭고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한 이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생각과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기에 너무나도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리얼리티와는 하등 거리가 멀다. 비인간적이지만 전형적인 인간상으로 재단해 놓은 캐릭터이기에 충분히 가능했던 부분이다. 

 

생명에 경중이 있는가, 상황에 따라 생명의 경중이 달라지는가. 원래 우리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합류하게 되었을 때 절체절명의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굉장히 무겁고 어렵고 치명적이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 이 질문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기에 환경과 상황과 캐릭터와 서사를 도식화시켰던 게 아닌가 싶다. 즉, <스토어웨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질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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