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신나는 LGBTQ 계몽 뮤지컬 영화 <더 프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프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프롬>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2018년 FOX와의 계약 만료 후 넷플릭스로 둥지를 옮긴 미국 대표 TV 프로듀서 '라이언 머피', 이후 그는 <포즈> <더 폴리티션> <오, 할리우드> <래치드>를 잇달아 제작하며 위상을 이어 나갔다. 쉼 없이 이어지는 제작 열정에 혀를 내두르며 작품을 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불러 일으키진 않지만, 최소한의 기대는 품게 만든다.

그의 넷플릭스 작품들을 일별해 보면 눈에 띄는 게 LGBTQ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어떤 작품에서는 은연중에, 어떤 작품에서는 대놓고, 어떤 작품에서는 주제와 소재로 쓴다. 라이언 머피는 넷플릭스에서 그동안 제작에만 열정을 불태우다가, 이번에 실로 오랜만에 연출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작정하고 LGBTQ를 주제와 소재로 썼다. 동명의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가져와선 초특급 스타들과 함께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프롬>은 2016년 애틀란타에서 초연된 후 2018년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이듬해 토니상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동명의 뮤지컬을 라이언 머피가 제작·연출하고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제임스 코든 등의 뮤지컬 영화계(뿐만 아니라 영화계 전반의)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한 작품이다. 한물 간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졸업파티(프롬)에 나가지 못한 레즈비언 커플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혹하는 이야기인 한편, 어떤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던질지 훤히 보인다. 그래도 일단, 따라가 보자. 

졸업파트 못 간 레즈비언 소녀와 한물 간 브로드웨이 스타들

미국 인디애나 주의 한 고등학교, 지역사회의 중요 행사인 프롬(졸업파티)을 앞두고 학부모회에서 프롬 취소를 결정한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레즈비언 소녀 에마가 프롬에서 파트너를 밝히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학부모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분노한 교장 호킨스는 강경대응을 밝힌다. 그 때문에 에마는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한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엘리너'를 상영하곤 자화자찬하고 있던 베테랑 배우 디디와 배리는 쏟아지는 악평에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한때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시트콤 배우로만 알려진 트렌트와 20년간 코러스만 담당해 온 앤지와 신세한탄을 하던 중, 트위터에 올라온 에마의 사연을 발견한다. 그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빛이 번쩍, 한물간 느낌의 이미지를 세탁하고자 무작정 에마를 찾아가 도와 주기로 한다. 

단순히 지역의 중요 행사인 프롬과 관련되어 있는 게 아닌, '인권'과 '정의' 구현이 걸렸다는 걸 알아 챈 것이다. 에마를 도와 에마와 여자친구가 참석하는 프롬을 열리게 한다면, 한물 간 브로드웨이 스타 4인방의 명성은 다시금 치솟을 게 아닌가. 과연, 이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 혹시, 일이 틀어지진 않을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전형적인 라이언 머피 스타일

<더 프롬>은 전형적인 라이언 머피 스타일의 뮤지컬 영화다. 안으로 수렴하며 생각을 거듭하게 되는 무겁고 진중한 주제와 소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밖으로 퍼지게 하며 생각할 틈이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LGBTQ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 시선을 자연스레 체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상당히 계몽적이고 주입식이기까지 한데, 불편하지 않은 마법을 부린다. 

동성애는 더럽고 피해야 하며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이 아니라, 이성을 사랑하듯 당연한 개념이며 그렇게 태어났기에 바꿀 수 있는 대상도 아니라는 것. 지금 시대엔 당연한 개념이지만 머리로만 받아들였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많기에, 알기 쉽고 받아들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어조와 분위기로 작정하고 보여 주려는 듯했다. 메시지를 과감히 던지고, 보는 이로 하여금 어느덧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한 듯.

하지만, 영화 자체로 보면 형편 없는 구석이 눈에 띈다. 서사적 맥락상 거쳐야 할 것들을 뮤지컬로 은근슬쩍 대체해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몇몇 캐릭터들의 동성애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대목들이 그랬고, 주요 캐릭터들의 사연을 스토리라인의 주요 줄기인양 메시지에 끼워 맞춰 버리는 우를 범했다. 

아무리 뮤지컬 영화라지만, 뮤지컬 자체를 주체로 하여 스토리와 캐릭터와 메시지들을 뭉뚱그려 그려 내려 한 건 상당히 별로였다. '뮤지컬'이라는 한 수 먹고 들어가는 외연과 'LGBTQ'라는 올바름의 메시지 그리고 초특급 스타들만으로 '얼렁뚱땅'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라이언 머피의 작품들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을 이 영화를 확실히 알 것 같다. 

LGBTQ를 향한 긍정적 시선, 그리고 뮤지컬 영화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장점들이 치명적인 단점을 생각나지 않게 해 줄 테고,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들이 매력적인 장점들을 반감시켜 주지 않을까 싶다. 하여, <더 프롬>은 당연히 장점도 많은 작품이다.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왠만한 이라면 머리로는 물론 가슴으로까지 LGBTQ를 향한 긍정적 시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테다. 영화라는 매체가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을 해 낸 것이다. 

영화는 마음이 따뜻함으로 가득 차게 한다. 선하고 행복하고 올바르기까지 한 영향력을 오롯이 받아들여 마음을 촉촉히 적실 수 있을 테다. 내게 온 선한 영향력은 다시 누군가에게로 전달될 것이고,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올 것만 같다. <더 프롬>의 '프롬'은 'prom'이지만, 'from'으로 작용해 내게서부터, 네게서부터, 우리에게서부터 시작되는 따뜻함이 모두를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힘이 있다. 

또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뮤지컬 영화만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결과물이다. 앞서 말한 뮤지컬 자체를 주체로 한 단점 아닌 장점이 발휘된 예라 할 것인데,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는 리듬과 안무와 노래가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이 기분 좋음은 유통기한이 상당히 길 것 같다. 특히, 이 영화에 처음 얼굴을 비추지만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던 에마 역의 조 엘렌 펠먼이 풍기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이 영화의 분위기가 괜찮았다면, 그녀에게서 풍긴 분위기가 큰 몫을 차지했을 테다. 

영화 <더 프롬>은 호불호 확실한 작품으로, 취할 건 취하되 버릴 건 버린 만듦새에 따라 감상할 때도 장점들만 들여다보고 즐기며 단점들은 과감히 생각하지 않으면 어떨까 싶다. 이왕 이 작품을 보고 즐기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지 않을까 한다. 비평보다 감상에 중점을 두고 그저 즐기는 게 해답인 작품도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