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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1930년대 할리우드의 풍경을 통해, 지금 그리고 미래의 할리우드를 내다보다 <맹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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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맹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맹크>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를 조금만 안다는 사람도 <시민 케인>의 명성을 들어봤을 것이다. 자그마치 70여 년 전 1941년도 영화인 이 영화를 정작 본 적은 없을지라도 말이다. 이 영화를 향한 100점 만점 평가는 너무 많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딥포커스 기술과 거울 이미지 활용 등으로 극대화한 미장센 그리고 독특한 방식의 기준으로 시간순의 진행을 깨뜨린 스토리텔링 방식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당시엔 최첨단이자 혁명적인 시도였지만, 지금의 전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는 할리우드의 대표적 방식들을 선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하고 비평 면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에 올랐음에도 각본상 하나밖에 수상하지 못했다. 영화가 당대 황색언론을 지배한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정면으로 풍자·비판하고 있기에 그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만들어지고 난 후까지 온 힘을 다해 훼방을 놓았던 것이다.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아카데미 '각본상'이다. 얼마나 대단했기에 허스트도 막지 못했을까? 


<시민 케인>은 25살짜리 천재 오손 웰스가 제작, 연출, 각본, 주연 등 1인 다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찾아 보면 각본에 생소한 이름이 보인다. 허먼 J. 맹키위츠. 영화계에서 이 이야기를 가만 놔둔 게 이상한 바, 할리우드 거장 데이비드 핀처는 일찍이 20여 년 전 허먼 맹키위츠의 이야기를 영화로 내놓으려 했으나 흑백영화를 만들기 힘든 여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게, 오랜 세월이 지나 데이비드 핀처의 아버지 잭 핀처가 살아생전 집필한 각본으로 데이비드 핀처가 넷플릭스의 자본을 등에 업고 <맹크>를 내놓았다. 


허먼 맹키위츠와 <시민 케인>


1940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RKO 라디오 픽처스는 24세에 불과한 천재 오손 웰스에게 전권을 주며 영화 <시민 케인> 제작을 맡긴다. 웰스는 몇 주 전 교통사고를 당한 허먼 맹키위츠(이하, '맹크')에게 각본을 의뢰한다. 맹크는 빅터빌의 노스 버드 목장에 들어가 속기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60일간의 각본 작업을 진행한다. 속기사 리타는 이 각본의 주인공 모티브가 그 유명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라는 걸 눈치 채고 맹크에게 묻는다. 맹크는 허스트의 정부 매리언 데이비스와도 알았다고 말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1930년, 맹크는 신작 영화의 각본을 같이 쓰던 찰스를 파라마운트 촬영소에 불러 동료들에게 소개한다. 찰스는 이모를 맹크에게 소개하는데, 그녀는 유명 배우이자 허스트의 정부인 매리언이었다. 맹크는 그녀뿐만 아니라 허스트와도 친분을 쌓는다. 1934년, MGM 회장 메이어와 허스트의 모임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업튼 싱클레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들은 싱클레어의 당선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며 어떤 식으로든 막을 것이었다. 


맹크는 메이어와 허스트 등을 위시한 권력자들의 위선을 계속해서 마주하며 내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그의 진보적 정체성이 할리우드 시스템을 점차 지배하게 된 보수성에 대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걸작 <시민 케인>의 각본을 맡아 위험을 무릎쓰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선 천하만민에 알린 것이다. 


어렵고 대단하고 진심 어린 <맹크>


<맹크>는 어렵다. 왠만큼의 사전 정보 없이는 100% 이해하기 힘든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 케인>의 제작 비화를 담고 있는 만큼, <시민 케인>과 오손 웰스와 허먼 맹키위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숙지하고 보는 게 좋다. 그런가 하면, 이 영화가 진정 보여 주고자 한 게 1930년대 할리우드인 만큼 MGM이나 메이어, 어빙 등의 이름을 한 번쯤 찾아 보면 좋다. 그리고, <시민 케인>의 주인공 모티브인 동시에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나 그의 정부 매리언 데이비스 역시 어느 정도 숙지하는 게 좋을 듯하다. 


<맹크>는 대단하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20년 넘게 구상한 바를 완벽히 녹여 냈는 바, <시민 케인>을 완벽히 숙지하고선 완전히 해체한 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재탄생시킨 것이다. <시민 케인>이 구가한 영화 방정식들을 빠짐 없이 가져와 <맹크>에 접목했다. 심지어, 비대칭적이고 비시간순 스토리 진행까지 말이다. 그런가 하면, 흑백인 건 물론이거니와 다분히 거친 화면 구성, 사운드와 담배 자국까지 재연했다. 순수하게 영화 자체만 보고 대중과 타협하지 않은 태도와 자세로 일관한 결과물이다. '데이비드 핀처'라는 브랜드를 오랫동안 일군 여정이, 진짜 하고 싶었던 영화 <맹크>의 이유가 되지 않는가 싶다.


<맹크>는 진심 어리다. 이 영화는 '<시민 케인>의 탄생 비화'라는 누구나 혹할 먹잇감을 던져 놓고, 실상 1930년대 할리우드를 진심 어린 어조로 들여다보고 있다. 빛보단 어둠 또는 그림자에 초점을 맞췄는 바, 당대 영화계를 주름 잡았던 이들의 위선이 돋보인다. 한 장면이면 충분할 텐데, 대공황이 한창일 당시 MGM 회장 메이어는 맹크의 동생 조셉에게는 MGM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느니 하면서 장황한 경영철학을 떠벌리지만 스텝들이 모인 자리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로 임금 삭감에 성공하는 면모를 보인다. 정작 그 자신은 허스트와 어울리며 호의호식을 이어가고, 가난한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싱클레어의 주지사 낙선을 앞장 서서 지휘하고 말이다. 


1930년대 할리우드의 풍경


1930년대 할리우드의 어둠 또는 그림자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풍경'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1940년 '현재'에서 <시민 케인>의 각본 작업을 하는 맹크가 10년 전 1930년을 시작으로 촘촘히 회상하는 것들을 그대로 모아 이어붙이기만 해도 '상(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930~40년대 미국의 할리우드는 이런 모습을 한 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에서 2010~20년대 지금의 할리우드를 반추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데이비드 핀처는 전심전력을 다해 80년 전 할리우드의 치졸한 이면을 까발리는 데 그친 게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을 있는 그대로 즉 이면의 진실까지 지금 이 자리로 가져와 사람들한테 보여 주려 한 것이다. 할리우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영화인의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통해 보여 준 할리우드를 향한 애정과 큰 결을 같이 한다. 20세기 초 형성된 할리우드, 지금이 할리우드 시스템이 태동하고 확정되다시피 한 1930~40년대, 그리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최악의 위기 2020년.


할리우드의 역사와 일련의 흐름 속에서, 데이비드 핀처가 <시민 케인> 탄생 비화와 1930년대 할리우드의 풍경을 담은 <맹크>를,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작해 선보인 건, 보다 훨씬 큰 의미에서도 볼 수 있겠다. 그는 일찌감치 넷플릭스와 손잡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마인드 헌터>와 애니메이션 <러드 데스 로봇>을 제작, 연출했으며 이번엔 영화 <맹크>까지 연출했다. 1930~40년대 할리우드가 향후 수십 년을 지배할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2020년대 할리우드도 기존의 문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법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며 창작자의 창작 자유를 완벽히 보장하기까지 해 재능 있고 유명한 이들을 대거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매우 좋은 작품들을 나날이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바뀌는 문화를 선도적으로 이끌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게 분명하다. 데이비드 핀처의 빅 픽처는 영화 안과 밖, 할리우드의 옛날과 현재 그리고 영화를 구성하는 문법의 변화를 두루두루 살피고 선도하려 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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