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오버 더 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 포스터. ⓒ넷플릭스
'글렌 킨'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인어공주>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글렌 킨은 인어공주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미국 최고의 종합예술대학인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칼아츠)'를 졸업하고 1974년 디즈니에 입사해 10년 후 잠시 프리랜서 생활을 한 것 빼곤 40년 가까이 일하며 명성을 날렸다.
인어공주뿐만 아니라 <미녀와 야수> <알라딘> <포카 혼타스> <타잔> <보물성> 그리고 <라푼젤>에 깊이 관여했다. 2012년 디즈니에서 정식으로 퇴사한 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종종 단편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는데, 2017년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 농구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디어 바스켓볼>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감독으로 내정되어 있었다가 건강 문제로 하차했던 <라푼젤> 당시의 아쉬움을 풀어 줄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 데뷔작 <오버 더 문>이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찾아왔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와 캐릭터와 색감으로 우리를 찾아왔을까.
달의 여신을 찾아 달로 향하는 소녀
소녀 페이페이는 월병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간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엄마가 들려 주는 '항아' 이야기이다. 옛날 옛적에 아름다운 항아와 멋진 후예가 사랑을 했는데, 불로 선약을 먹은 후 헤어져 항아는 하늘로 떠나 달 너머로 갔고 후예는 남게 되었다. 항아는 달에서 옥토끼와 함께 후예를 기다리지만 후예는 이미 생을 마친 지 오래다.
시간이 흘러 페이페이의 엄마는 급격히 진행된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부녀가 함께 지낸 지 4년, 아빠는 재혼을 할 요량으로 여자를 데려와 페이페이에게 소개시킨다. 그녀에겐 페이페이보다 조금 어린 아들 친이 있었다. 엄마를 떠나보낼 수 없었던 페이페이는 혼란에 빠지고, 어느 날 달을 바라보며 엄마를 생각하다가 항아와 후예의 이야기에 생각이 가 닿는다. 항아가 후예를 생각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엄마도 아빠를 생각할 텐데 아빠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페이페이는 항아가 실제한다는 걸 아빠에게 보여 주면 아빠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페이페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현실에서 항아가 현현하여 부르는 듯한 황새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직접 로켓 우주선을 만들기로 한다. 엄마한테 신화적 이야기만 듣고 아빠한텐 과학적 이야기를 듣지 않던 그녀가 말이다. 피나는 노력 끝에 로켓 우주선을 달로 출발시킨 페이페이 그리고 친과 그들의 반려동물들, 하지만 여지없이 추락하는데... 달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그들을 인도한다. 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항아, 과연 항아와 같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항아도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오버 더 문>은 중국 고대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야기를 모티브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애니메이션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데, 그리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헤어진 항아와 후예 그리고 페이페이의 엄마와 아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이다. 페이페이가 달까지 가서 나름 혹독한 모험을 겪고 난 후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페이페이에 있다. 항아와 후예 둘만의 사랑이라면 어떻든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아빠 사이에 페이페이라는 존재가 있지 않은가. 가령 아빠는 엄마를 영원히 사랑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페이페이의 의견이나 바람을 듣지 않고 아빠 마음대로 할 자격은 없지 않은가. 페이페이가 완연한 어른이 된 이후라면 모를까... 신화 이야기와 현실 이야기를 잇는 건 좋은 시도이지만, 잘못 이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결국, 페이페이도 엄마를 영원히 사랑하지만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할 거라는 결론을 얻을 텐데 그 모양새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좋게좋게 하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거니와 배려가 없으면 언젠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젊은 아빠와 어린 딸만 남아 평생 살아가기는 힘들기에 언젠가 새로운 가족을 들여야 할 테지만, 이런 식은 아니라는 게 이 영화를 보며 느낀 바다.
신화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의 조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영화를 기술적으로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캐릭터와 색감 등도 가장 중요한 요소일 테니 말이다. <오버 더 문>은 그런 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달을 형광색에 기반한 화려한 색의 세계로 표현한 게 신의 한수였다. 페이페이, 항아 등 주요 캐릭터들이 기억에 남기 힘든 수준인 반면, 그들을 둘러싼 세계가 주는 영감이 크게 다가왔다. 또한 오히려 주요 캐릭터들이 아닌 영화를 끌고 가는 부 캐릭터들이 더 큰 족적을 남긴다. '귀여움'으로 중무장한 캐릭터들 말이다.
그런가 하면, 은근히 아기자기한 액션들이 자주 나와 가슴보다 머리를 자극시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아무래도 '진정한 사랑'이라는 소재와 주제를 내보이고 있는 만큼 가슴을 울리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룰 만한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신화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평하고 싶다. 달로 향하게 과정에서의 현실적 이야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작품인 만큼 어른이 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러지 못했다. 외형상 다분히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어른에게도 충분히 통용될 만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하기에도 애매모호한 점이 많았다. 어른이 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 어린이가 보기엔 부족한 점 없는 사랑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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