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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이집트 고왕국 사제, 그 화려한 무덤과 평범한 삶의 비밀 <사카라 무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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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사카라 무덤의 비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카라 무덤의 비밀> 포스터. ⓒ넷플릭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남서쪽에 위치한 '사카라 네크로폴리스(고대 묘지)', 기자와 다슈르 등과 함께 이집트 고왕국의 피라미드 소재지로 유명하다. 이들이 모두 포함된 고왕국 시대 수도 '멤피스'의 피라미드 지역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데, 단연코 지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이기도 하다. 배워서 익히 알고 있는 4대 문명(황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중 하나다. 


사카라에는 수많은 유물이 있지만, 지상에서 가장 규묘가 큰 최초의 석조 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다. 자그마치 4600여 년 전 이집트 고왕국 제3왕조 조세르왕의 묘지 말이다. 이 피라미드는, 이후 기자 지역에 건립되었던 피라미드들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곳엔 발견되지 않은 유물들이 여전히 많다고 알려져, 현재도 조사·발굴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말경 근래 수십 년 동안의 발견을 압도할 만한 발견이 이루어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집트 고왕국 제5왕조 왕실 사제였던 '와흐티에'의 묘로 추정되는 피라미드 무덤이었다. 4400년 동안 발굴·도굴의 흔적 없이 아주 잘 보관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카라 무덤의 비밀>에서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와흐티에의 무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와흐티에 무덤, 큰 의미를 가진 발견


와흐티에 무덤을 찾은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해석'이었다. 전문가도 결코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수천 년 전 상형문자를 해독하고, 함께 그려진 그림들 그리고 함께 있는 조각상들과 맞춰 봐야 한다. 완벽한 해석일 수 없이 합리적인 추측을 해야 하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 사이 발굴자들은 또 다른 무덤을 찾아 작업을 계속한다. 해독이 끝나면 갱도를 파기 시작할 텐데, 그곳에 유골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발굴단에 현실적인 문제가 들이닥친다. 라마단이 시작되는 6주 후에는 발굴 자금이 바닥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작업을 끝마쳐야 하고, 이후 시즌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거대 발견을 이뤄내야 한다. 자잘하지만 의미 있는 발굴을 이어가는 와중, 다수의 고양이 미라를 확보한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크고 또 얼굴 부분에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미라가 있었다. 


전문가를 통해 정밀하게 알아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새끼 사자'라는 게 아닌가. 적어도 사카라 피라미드에선 최초의 발견으로, 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문화, 경제, 종교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지는 유물인 것이다. 그들은 야생동물과도 교감을 나눴고 야생동물을 신께 제물로 바치기도 했을 테다. 그동안엔 합리적인 가설에 불과했지만 이 발견으로 사실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간 것이리라. 와흐티에 무덤과 함께 크나큰 의미를 가진 발견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일가족의 최후


몇 개월의 기다림 끝에, 문자 해독이 끝나고 안전검사가 통과되고 묘실 갱도를 발굴하기 시작한다. 라마단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4개의 갱도 중 우선 2개를 파기로 한다. 시작부터 아주 안 좋은 소식이 들린다. 2번 갱도가 가로세로 1m의 넓이를 자랑하지만 깊이는 불과 60c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온 게 거의 없었다. 반면 1번 갱도는 상당히 아래까지 파 들어 갔는데, 심히 가슴 아픈 것들이 발견된다. 


다름 아닌 아이의 유골이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세 아이, 유골을 맞춰 유추해 보니 동시에 죽어서 묻혔던 것으로 나온다. 묘실의 글, 그림, 조각상 들을 해독한 결과 와흐티에 본인과 함께 어머니와 아내와 네 아이(여자 아이 1, 남자 아이 3)가 묻혔다고 나왔으니, 세 남자 아이의 유골일 것이다. 신과 왕을 잇고 왕과 백성을 잇는 최고위 관리인 사제였던 와흐티에도 아이들의 죽음 앞에선 무력했던 것일까. 얼마나 가슴 아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발굴자들의 심정도 다를 바 없다고 한다. 


3번 갱도에서도 3명 분의 유골이 나온다. 모두 여성으로, 와흐티에 어머니와 부인과 딸로 추정된다. 눕혀져 있지 않고 수직으로 묻힌 것으로 보아 급하게 묻은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1번과 3번 갱도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통해 강한 의구심이 도출된다. 한꺼번에 죽어 묻힌 걸까? 마지막 4번 갱도에서 와흐티에 본인의 유골이 나온다. 그의 유골까지 모두 모아놓고 가설을 도출해 본 결과, 말라리아 전염으로 일가족이 몰살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이집트 역사를 뒤흔들 발견인 동시에, 너무나도 비극적인 고위급 일가족의 최후이다. 


삶은 같은 방향으로 지속된다


앞서 글과 그림과 조각상을 해석하여 알 수 없는 일차적 비밀이 드러났었다. 사실 이 무덤은 와흐티에 본인의 묘가 아니라 와흐티에 형제의 묘라는 것. 즉, 와흐티에가 형제의 묘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뒤이어 갱도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해석하여 합리적 가설에 의한 이차적 비밀이 드러난다. 와흐티에 가족이 말라리아로 한꺼번에 몰살했을 거라는 것. 그렇다면, 와흐티에는 어쩔 수 없이 형제의 묘를 가로챈 것일까? 몰살한 가족들을 급하게 매장하기 위해서? 전문가들도 그것까진 알 수 없는 듯하다. 


사실 와흐티에 무덤 발견은 당시 이집트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아주 중요한 발견이니 말이다. 하여, 검색창에 '와흐티에'라고만 쳐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당연히 단편적으로만 알 수 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이 다큐멘터리로 비로소 자세한 뒷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모습이 엿보인다. 발굴의 진짜 모습, 4400년을 잇는 동질성, 현세와 내세의 비동질성 등. 


'고고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모양새가 상상된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모양새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몇몇의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술자와 일용노동자였던 것. 책임자들은 위대한 발견뿐만 아니라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해 발굴을 계속하길 원한다. 위대한 발견이 그 자체로 열렬한 박수를 가져오지만, 발굴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기에 열렬한 박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천 년 전을 가로지르는 동질성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고고학자라면 잘 알 텐데, 수천 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곳에서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을 하며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달라진 생각과 보다 훨씬 편안해진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론 다를 게 없다. 삶은 같은 방향으로 지속되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현세보다 내세를 중요하게 여긴 이집트인'의 실체도 알 수 있다. 현세에선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다가, 내세에도 현세의 모든 걸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런 무덤을 만들어, 현실 아닌 꿈을 표현한 것이다. 반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보는 건 사막에서 발굴되는 화려한 무덤이다. 그들의 실체는 아주 '평범'했을 테다. 지금 여기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 '평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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