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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셜록' 어그로를 통해 쉽고 재밌게 전하는 주체적 여성의 메시지 <에놀라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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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볼 만한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23일 공개되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포진되었고 또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TOP 10 콘텐츠'에 랭크되기도 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 역시 셜록 홈즈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에놀라 홈즈는 다름 아닌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셜록 홈즈의 막내 여동생,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동명의 소설로 소개된 바 있다. 영화 <에놀라 홈즈>는 소설 <에놀라 홈즈>를 원작으로 한다. 


과연 누가 에놀라 홈즈 역을 맡았을지 또 그녀의 두 오빠 역을 맡았을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데, <기묘한 이야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영국의 '밀리 바비 브라운'이 에놀라 홈즈를 맡았다. 사실 그녀는 <기묘한 이야기> 이전에도 <NCIS> <모던 패밀리>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얼굴을 비췄고 그 전 2013년에 데뷔했다. 불과 2004년생인 걸 감안했을 때 데뷔도 데뷔지만 이후 행보가 엄청나다. 메이저 영화에도 진출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속에서 그녀를 받혀 주는 든든한 조연들이 있다. 타 영화들에선 주연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바 있는 이들인데, 에놀라의 엄마 홈즈 부인 역은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에놀라의 큰오빠 마이크로프트 역은 샘 클라플린이, 그리고 에놀라의 작은오빠 셜록 역은 헨리 카빌이 맡았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주연급 조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셜록 홈즈 캐릭터는 이미 공공재산으로 분류되어 누구나 마음껏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데 코난 도일 재단이 계속해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해 온 바 <에놀라 홈즈> 측에도 똑같이 하였다. 이 작품에서 셜록 홈즈가 연민을 느끼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코난 도일이 이미 그렸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이 주장하는 건 인간성 다분한 셜록 홈즈의 캐릭터성을 베꼈다는 것. 관계자들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그런가 하면, <에놀라 홈즈>는 워너브라더스에서 극장을 통해 배급하려 했으나 코로나 19로 여의치 않아 넷플릭스에 배급권을 팔았다고 한다. 


엄마 찾아 삼만리, 셜록 홈즈 동생 '에놀라 홈즈'


영국 1884년에 태어난 에놀라 홈즈, 낱말 퍼즐 애호가인 엄마 홈즈 부인이 혼자서도 잘 할 거라는 의미로 'ALONE'의 반대 글자를 이름으로 붙여 준 것이다. 에놀라는 일찍 아빠를 여의고 큰오빠 마이크로프트와 작은오빠 셜록이 역시 일찍 집을 나가는 바람에, 엄마와 단 둘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홈즈 부인은 그녀를 특별하게 키웠는데, 당시 일반적인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독서, 과학, 운동 등을 두루두루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에놀라가 16세 되던 해 생일날 아침 홈즈 부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홈즈 부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이 집으로 돌아오고, 에놀라의 보호자는 마이크로프트가 된다. 두 오빠는 홈즈 부인을 찾는 한편, 에놀라를 기숙 학교에 보내 제대로 된(?) 여자로 키우고자 한다. 에놀라는 엄마의 행방을 추리하던 중 단서를 잡고 남장을 해서는 오빠들 몰래 런던으로 향한다. 기차에서 우연히 도망자 신세인 소년 듀크스베리 후작을 만나 그를 도와 주다가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런던에 도착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엄마를 찾아볼까 하던 찰나, 듀크스베리 후작의 뒤를 쫓는 수상한 자의 습격을 받고는 겨우겨우 빠져나와 듀크스레리 후작을 먼저 도와야겠다고 생각한다. 한편, 셜록 홈즈는 16살에 불과한 어린 막내여동생이 아직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홈즈 부인의 뒤를 쫓는다. 겸사겸사 에놀라의 뒤를 쫓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에놀라는 듀크스베리 후작을 구하고 셜록 홈즈의 천재적인 추적을 피해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홈즈 부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셜록 홈즈 가문의 이야기 그리고 주체적 여성 메시지


영화 <에놀라 홈즈>는 톡톡 튀는 주인공 소녀의 대책 없는 모험 같은 여정과 자연스러운 성장을 그리고 있을 뿐인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주체적 여성'의 메시지를 내보이고 있는 한편 다름 아닌 '셜록 홈즈' 가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들여다볼 여지가 많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그렇다고 심오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아울러 다루고 있지는 않기에 파고들기에는 애매한 작품인 것이다. 


그럼에도,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셜록 홈즈' 이야기들 특유의 분위기와 닮아 있어 그 연장선상에서 즐기기엔 무리가 없을 줄 안다. 특히 잘 알려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나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짐작할 수 있는 바, 세상물정이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전혀 관심 없이 오직 사건사고에만 관심 있는 특이한 캐릭터와 그에 따른 분위기 말이다. 


<에놀라 홈즈>의 주인공 '에놀라 홈즈'도 비슷한데 지식, 호기심, 임기응변, 치밀함, 체력, 관찰력, 추진력 등 온갖 분야에서 전문가에 버금가는 능력을 선보인다. 더불어 대책 없이 저지르고 보는 듯하지만 알고 보니 '계획이 다 있구나' 하는 식의 일처리 진행 방식도 비슷하다. 하여, 셜록 홈즈 팬이라면 기대하지 않는 선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셜록 홈즈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 작품에 새롭게 입혀진 게 있다면 주지한 바 있는 '주체적 여성' 메시지이다. 작품에는 셜록 홈즈를 비롯해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그들의 엄마 홈즈 부인까지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연 정도의 비중으로 역할은 에놀라 홈즈의 조력자 또는 방해자 그것도 절대적이지 않은 정도로만 그려진다. 즉, 사실상 에놀라 혼자 모든 걸 해야 하고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리즈


영화는, 그러나 주체적 여성의 메시지를 진지한 성찰과 통찰로 다루고 있진 않다. 에놀라가 성장하는 데 기폭제 역할과 함께 길을 닦아 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 홈즈 부인과 에놀라 홈즈의 대사로 처리되어, 특별함을 선사하진 못하는 것이다. 수준도 '영어덜트' 장르의 원작과 맞물린 정도이기에, 직접적이고 알기 쉽다. 즉, 이 영화의 핵심타깃은 청소년이고 주요타깃은 셜록 홈즈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론 아쉽지만 한편으론 2편을 기대하게끔 하는 부분이 있는데, 홈즈 부인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여성 참정권 운동' 양상이다. 떡밥만 던지고 회수를 하지 않아 아쉬웠다. 한편 극중 주요 배경은 1884년생인 에놀라가 16살이 된 1900년 경일 것인데,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필두로 한 '서프러제트'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때가 몇 년 후이다. 다시 몇 년 후부턴 '말이 아닌 행동'을 구호로 내세우면서 전투적 투쟁 노선으로 선회했다. 작품에 홈즈 부인의 여성 참정권 운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폭발물들이 나오는 걸로 보아 제작이 확정된 후속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주체적 여성'에서 '여성 인권'의 핵심적 메시지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원작이 장장 6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만큼 흥행 여부에 따라 후속편이 만들어질 여지는 충분하다. 사건사고에 따른 이야기는 물론이고, 캐릭터와 메시지를 다각도로 그때그때 심층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같은 어구가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할까. 더 풍부하고 또 깊은 이야기를 전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후속편을 기다리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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