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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1980~90년대 비디오 게임의 절정기를 들여다본다 <하이 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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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하이 스코어>




기기를 사용해 게임을 처음으로 해 본 게 초등학생 때, 그러니까 1990년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다. 우리집에는 없었지만 이웃집 친구네와 아빠 친구네에는 있었던 가정용 게임기 '슈퍼 패미컴' 또는 '슈퍼 겜보이'로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었다. 학교 방과 후 시간에 배우곤 했던 286, 386, 486 컴퓨터로 도스 게임을 했던 기억도 있다. 얼마 후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 주셔서 집 컴퓨터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휴대용 미니 게임기 '게임보이'로 테트리스를 즐겼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야말로 나의 90년대는 수많은 게임을 받아들이고 습득하고 좌절하며 즐기는 시대였다. 불과 그 직전까지는 동네 친구들과 달리기를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팽이치기를 하고 뒷동산에 가서 곤충채집을 했었는데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또래 친구들의 놀이 형태가 동시다발적으로 한순간에 바뀌어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비디오 게임은 90년대가 아닌 80년대부터 이미 전성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이 스코어>는 70~90년대 그중에서도 특히 80년대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6부작으로 짧고 굵고 임팩트 있게 훑는다. 비디오 게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닌텐도'가 중심이 되어 비디오 게임이 시작되는 시대를 지배한 '아타리' 그리고 닌텐도에 대적하기 위해 촘촘한 전략으로 한때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세가' 등의 게임 회사 이야기와 함께, 게임, 게임 장르, 게임 개발자, 게임기 등 당대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들여다보기 전에 이 시리즈의 특징을 간단히 훑을 필요가 있다. 전설적인 게임의 개발자들이 대거 출연해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 주며 생생함을 전한다. 유머러스한 내레이션과 편집은 재미를 전한다. 그런가 하면,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 시리즈만의 특징으로 '픽셀 아트' 그래픽 영상을 들 수 있는데 8~90년대 비디오 게임 취향과 멋지게 맞아 떨어지는 지극한 레트로 느낌을 살려 개발자들의 당시 상황을 흥미진진하고 아기자기하게 보여 준다. 전체적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아타리와 닌텐도


현재 30세를 전후한 모든 이가 적어도 초등학생 때까지 가정용 게임기로 비디오 게임을 해 봤을 것이다. 물론, 8~90년대에도 컴퓨터가 존재했지만 그때는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을 한다는 개념이 확고하지 않았고 컴퓨터로 게임을 한다고 해도 황홀하게 재미있지 않았다. 아직 게임기로 게임을 하는 게 익숙하거니와 더 재미있던 시대였던 거다. 그런 이들이라면 이 시리즈를 지나치기 힘들 뿐더러 재미있지 않을 수 없을 테다. 


듣기만 해도 혹 하는 게임들이 줄을 잇는다. 가정용 게임을 넘어 오락실까지, 비디오 게임계를 점령하다시피 한 게임회사 아타리는 '퐁'으로 떼 돈을 번 후 아케이드 슈팅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아케이드 스테이지게임 '팩맨'으로 절대강자로 우뚝 선다. 하지만, 아타리 멸망의 원흉이자 역대 최악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는 'E.T.'의 대대적인 폭망으로 회사 자체가 폭삭 망하고 만다. 1982년에서 1985년이 되는 사이, 비디오 게임 시장이 3%대로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작품에는,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성공을 상징하는 최초의 e스포츠 대회 우승자와 아타리 창립자와 'E.T.' 개발자까지 총출동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작은 게임회사에 불과했던 닌텐도는 80년대 들어 '마리오' 시리즈로 소위 대박을 친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을 뚫지 못했던 그들, 킹콩에서 영감을 받고 마리오를 등장시키는 '동키 콩'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둔다. <킹콩>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법적 분쟁을 일으켰지만 잘 이겨냈다. 이후, 우리에겐 (슈퍼) 패미컴으로 알려진 가정용 콘솔 게임기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일명 'NES'의 대대적인 성공 덕분에 절대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로 군림하고 있는 닌텐도,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진정한 역사는 1980년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롤플레잉 게임 그리고 세가


아무리 레트로가 유행인 시대라고 하지만, 지금 가정용 게임기로 옛날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하기는 힘들다. 사방 어디를 둘러 봐도 PC는커녕 핸드폰 등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대다수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시작은 단연코 비디오 게임에 있다. 그중에서도, '롤플레잉'은 모바일 게임의 주류를 형성한다. 돌이켜 보면, 롤플레잉은 PC에서도 주류였는데 말이다. 


'울티마' 시리즈를 기억하는지. 주지했듯 90년대 초중반 기기를 이용한 게임의 세계에 발을 붙였는데, 그때쯤 여기저기서 소문으로 많이 듣고 또 얼마간 실행도 해 본 적이 있는 롤플레잉 게임이 '울티마'이다. 이견이 있지만 이 게임을 롤플레잉 게임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당시 주류 게임 장르와 확연히 다르게 아바타와 세계관과 스토리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개발자 리차드 개리엇이 나와 생생함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컴퓨터를 전혀 모르던 한 아내가 텍스트 게임에 빠져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게임에 그래픽을 입히게 된 사례도 함께 나와 게임의 또 다른 역사를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절대 강자 닌텐도에 대적하고자 16비트 게임기 '제네시스'(우리나라엔 '슈퍼 겜보이'로 출시)를 내놓았다. 자타공인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 건 분명하지만, 제대로 된 게임과 캐릭터가 없었다. 그들은 곧 타도 닌텐도의 기치를 내걸고 전략을 짠다. 그렇게 탄생한 게 캐릭터가 전설의 '소닉'이다. 아울러 그들은 게임기 가격 하락, 청소년 타깃 설정, 멋들어진 게임 대회 등으로 닌텐도에 뒤떨어지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일렉트로닉스 아츠' 일명 'EA'에서 당대 최고의 풋볼 전문가 존 매든과 함께 만든 '존 매든 풋볼'은 그 자체로 게임의 또 다른 혁신을 가져왔다. 게임의 만듦새부터 마케팅까지 비(非) 게임인 존 매든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대전 격투 게임과 3D 게임


90년대 중반, 집에 있는 기기로만 게임을 시작한 게 아니다. 오락실이 빠질 수 없다. 중독자처럼 매일같이 간 것도 모자라 저금통에서 무수히 많은 돈을 빼서 간 기억이 있는데, 엄마한테 무진장 혼난 기억이 함께한다. 기억나는 게임이 두 개 있는데, 벨트스크롤 액션게임 '파이널 파이트'와 전설의 대전 액션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이다. 이중 '스트리트 파이터 2'에 쏟아부은 동전이 엄청나다. 그런가 하면, 중학교 때는 친한 친구가 '더 킹 오브 파이터즈'를 엄청 잘했는데 그가 출전했던 대회에도 같이 가서는 하루종일 구경만 했던 적도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애초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과 미국을 필두로 중국, 브라질, 소련, 태국, 스페인 등의 대표 도시의 일상적이고도 익숙한 곳을 방문해서는 사진으로 찍어와 다시 그래픽화 시켰다는 것이다. 거기에, 캐릭터는 최대한 과하고 이상하게 만들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게 했다고 한다. 결과는 국제적인 대성공, 미국에서는 이 게임을 겨냥해 '모탈 컴뱃'을 출시한다. 실제 격투기 선수의 얼굴과 몸과 동작을 그대로 따와 현실감을 높였고, 눈 뜨고 보기 힘든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로 대중의 입맛을 끌어 당겼다. 결과는 역시 대성공. 두 게임은 다양한 미디어 믹스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물론, 이는 다른 많은 전설적인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비디오 게임의 8~90년대 역사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3D이다. 이전까지와의 2차원적 그래픽과는 차원이 다른, 3차원적 입체의 그래픽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 시작 역시 닌텐도였는데, 미국의 18살짜리 작은 회사의 해커와 함께 3D의 세계에 진입해 3D 시뮬레이션 슈터 '스타폭스'를 내놓았다. 그즈음 미국에선 한 세대 게이머들을 완전히 경악으로 몰고 간 1인칭 슈팅게임 '둠'이 출시된다. 두 게임 다 1993년에 나왔는데, 그동안에는 여러 모로 미미했던 3D 게임을 제대로 정립시켰다는 의의를 지닌다. 게임을 통해 당대 기술의 최전선을 계속 진두지휘했으니, 일종의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비디오 게임 시장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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