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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난민수용소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스테이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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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스테이트리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테이트리스> 포스터. ⓒ넷플릭스



스튜디어스로 괜찮은 인생을 사는 듯한 소피, 하지만 그녀는 가족들에게 심한 압박을 받는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언니와 항상 비교를 받고 했는데, 이젠 노이로제 수준에 다다랐다. 사이비종교에 빠져든 그녀, 하지만 교주 격인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탈출한다. 그녀가 '에바'라는 이름의 독일인으로 위장해 향하게 된 곳은 호주 외딴 사막에 위치한 바턴 난민수용소. 그녀는 수용소에서 추방되어 독일로 향하고 싶어 한다.


전쟁과 박해가 만연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해 호주로 가려는 아미르, 하지만 사기꾼 브로커 때문에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만다. 나중에 가까스로 탈출해 호주 바턴 난민수용소로 오게 된 아미르, 큰딸만 살아남아 재회하고 아내와 작은딸은 도중에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그는, 딸과 함께 하루빨리 비자를 받아 호주에 정착하고 싶다. 


다둥이 아빠 캠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생활을 꾸려가고자 지인의 추천으로 바턴 난민수용소에 경비원 코르보로 취직한다. 구금된 이민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주는 그, 하지만 그가 속한 조직에선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는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고자, 이민자들을 향한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다. 폭력적으로. 한편, 클레어는 바턴 난민수용소에 새로 부임한 이민성 담당자이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와 조직에서의 성공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그녀, 점차 조직에서의 성공 쪽으로 기운다. 


호주 난민수용소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테이트리스>는 호주의 공영 방송국 호주방송협회(ABC)에서 지난 3월 초에 방영된 드라마로, 넷플릭스에서는 7월 초에 방영되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호주 대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을 맡았고 또 조연으로 출연해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이름 하나로 드라마를 향한 관심이 증폭됐다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작품은, 호주 난민수용소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호주 난민 정책의 이면을 나름 심도 있게 들여다보려 한다. 작품 속 캠이 수용소에 코르보로 취업하면서 들은 수칙, '이민자의 구금은 행정 상의 구금 명령이지 징역을 사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존엄성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성별과 나이에 맞게 잘 지켜져야 합니다'가 무색해지는 순간들이 끝없이 나온다. 이 드라마가 들여다보는 심도가 거기에 있겠다. 


한편 <스테이트리스>는 바턴 난민수용소라는 곳으로 비슷한 시기에 오게 된 다양한 인물들을 균형감 있게 그려내는 데 많은 공력을 할애했다. 그들이 따로 또 같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가, 자못 진지하고 일면 지루하기까지 한 이 드라마의 유일하다시피 한 흥미 요소이겠다. 그만큼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중요할 텐데,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 배우들의 쟁쟁한 면모가 빛을 발한다. 


마냥 즐길 수 없는 작품, 방향성은 좋다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격인 '소피'는 지난 2004년에 국제적으로 이슈를 뿌렸던 실화의 주인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어릴 때 독일에서 호주로 이민 와서 스튜디어스로 일했던 코넬리아 라우는 심각한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탈출하여 방황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그녀가 독일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고 시한이 지난 독일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체류자로 간주하여 이민성에 인계했고 이민성은 그녀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난민수용소로 보내 버렸다. 10개월간 갇혀 있었다. 


소피를 제외한 세 명의 주요 캐릭터, 아미르와 캠과 클레어가 난민수용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소피는 작품을 보는 재미와 흥미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겠다. 그녀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수용소에서보다 수용소로 오기까지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계속되는 가족의 정신적 압박, 컬트 집단으로의 흡수, 정신병원 입원, 탈출과 난민수용소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서사. 


그럼에도 이 작품이 대중에서 많은 인기를 끌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뼈아프고 극심한 논쟁의 중심에 있는 주제와 소재에 너무나도 맞닿아 있기에, 마냥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간간이 눈에 띄든 아예 모르고 지나가든 잘 모를 수밖에 없는 호주의 난민 정책과 난민수용소의 실상을 적나라하고 상당히 적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비록 허구에 기반한 드라마라고 해도 말이다. 케이트 블란쳇을 필두로 하는 제작진이 원하는 게, 드라마 자체보다 현실에 있다면 이 작품의 방향은 확실히 좋다. 


풀기 힘든 문제, '난민' 이슈


코넬리아 라우라는 여인이 당한 기구한 서사에 일조한 호주 난민수용소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만, 호주 난민수용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끝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호주는 2001년부터 강경한 난민 정책을 시행하며, 중간에 몇 년 폐지된 기간 말고는 꾸준히 난민들을 태평양의 외딴 섬 난민수용소로 보내 버렸다. 그들이 호주로 정식 입국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데, 급기야 2016년에 크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가디언>지가 입수한 호주 이민 당국의 보고서에는 몇 년간 난민수용소에서 난민들이 겪은 폭행, 성적 학대, 자해 등의 사례가 엄청나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 곧 전 세계로 송출되어 큰 이슈가 되었었다. 이 작품이 담고자 했고 또 담고 있는 주제는 이 사실과 진실에 가닿는다. 비록 난민수용소 하나의 소소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살기 좋은 나라이자 이민의 나라이자 민주주의의 나라 호주의 끔찍하거니와 믿음직하지도 못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게 하는 데 충분하다. 


'난민' 이슈는 몇 년 전부터 당대 가장 첨예한 논쟁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아직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답안을 누구도 내놓지 못했다. 어느 나라는 신념을 갖고 확실한 태도로 대응하며, 어느 나라는 여론에 떠밀려 보여주기 식으로 대응하고 있을 테다. 호주의 경우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그 가려진 이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람들이 난민수용소에 뒤엉켜 힘들게 지내고 있을 테다. 풀기 힘든 문제는, 일단 많은 이가 아는 게 중요하다. 이 작품이 일조할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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